정동원 동화 콘서트를 다녀오다.

감사합니다.

by 향기나는남자

콘서트 장으로 들어서는 길. 언제나 열기가 가득하다. 정동원과의 인연은 2023년 백제문화제에서 처음이었다. 부모님은 그전부터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정동원을 알았다. 올해가 성인이 되기 전 마지막 콘서트라고 한다. 콘서트에 주제는 '동화(棟話)'이다.

정동원의 이야기 지금부터 만나보자.



"잘생겼다. 정동원. 잘생겼다. 정동원"

"잘생겼다. 정동원. 잘생겼다. 정동원"



정동원이 콘서트 도중에 물을 마실 때마다 관중들은 이 구호를 외친다. 잘생겼다. 정동원.



나에게는 '우리 아들 잘생겼어'라고 남이 들을까 봐 소곤소곤 말을 했다면 정동원에게는 대놓고 크게 크게 구호를 외친다. 어린 시절 이곳에 있었다면 문을 박차고 나왔겠지만 지금은 나 자신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첫 두 곡은 어떻게 무슨 곡을 불렀는지 어떻게 지나갔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때 응원봉에 모든 신경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콘서트를 가본 이래 처음이었다. 휘황찬란한 움직임. 마치 북한 열병식을 보는듯한 그런 움직임. 한순간 틀리면 바로 사형이 아닌데 그녀들의 행동은 일사불란했고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응원봉에 무게가 약 200g 정도는 될 것 같은데도. 그녀들은 여리디 여린 팔로 응원봉을 흔들고 있었다.


내가 놀란 건 응원봉의 불빛 변화였다. '곡이 나오면 그걸 듣고 자동으로 반응을 하는 건가?' , ' 사람들이 순간순간마다 눌러서 색이 변하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일곱 가지 색이 순간순간마다 변하고 깜빡깜빡 거리기도 하는 이곳은 나에게 신세계였다.


메인 무대 중앙에 불빛 하나가 응원봉의 색과 같았다. '저 불빛을 보고 그녀들은 반응을 하는 건가?' 그렇다기엔 너무 정확했다. 내 눈보다 손이 빨랐다. 여기서도 타짜의 기술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어쨌든 눈보다 손이 빨랐다. '그녀들은 모두 타짜인가? 아니면 이걸 다 외운 건가?' 만약 그녀들이 타짜여도 놀랍고 이걸 다 외운 거라면 우리나라 만만세였다. 그녀들에게 고부가가치가 있는 새로운 것을 가르치면 될 것 같았다.


정동원이라면 지금 여기 있는 그녀들을 무엇이라도 가르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병을 드는 순간. 그녀들의 자동 반응.


"잘생겼다. 정동원. 잘생겼다. 정동원"
"잘생겼다. 정동원. 잘생겼다. 정동원"


동원이가 물을 마시고 오케스트라 단장이 된 것처럼 손을 양쪽으로 쫙 펼치며 신호를 준다. 기가 막히게 구호를 멈추고는 어색한 듯 그녀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으하하하하 으하하하하' 그녀들의 웃음소리는 '하하하'도 아니고 '호호호'도 아닌 '으하하하하'이다. 아버지들이 소주 한잔 마시고 '으아' 좋다고 하는데 역시 부부는 닮는가 보다. '으아' '으하하하하' 천생연분이다.


이 노래를 소개하면서 응원봉이란 신문물에 빠져나와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제가 이 곡을 노래하기 전에 정말 가사가 이쁜 곡입니다. 하면서 가사를 집중해서 들어달라고 이야기합니다. '화양연화'들려 드리겠습니다"

'와우~'

'박수소리'



부르다 자꾸 목이 메어
삼켜낸 이름이 있나요
꿈에도 보고픈 얼굴이
당신도 있나요

제 한 몸이 타는 줄 모르고
날 촛불처럼 지켜준 사람
꺼지지 않는 사랑의 기억은
사랑보다 오래 남으리

무정한 세월에 꺾여도
향기만은 아름다워
영원히 내 가슴속에서
지지 않을 당신이란 꽃

제 한 몸이 타는 줄 모르고
날 촛불처럼 지켜준 사람
꺼지지 않는 사랑의 기억은
사랑보다 오래 남으리

이별의 비바람 속에도
추억만은 아름다워
그리워 흐르는 눈물에
떠오르는 당신이란 별
외롭고 쓸쓸한 오늘도
찬란하게 날 비추네



이 노래를 들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은 바로 옆에 있던 그녀이다. 매번 콘서트 장을 가면 가격이 후덜덜하여 나는 밖에서 대기를 하고 부모님만 보내 드리고는 했는데 오늘은 같이 앉아 이 노래를 듣고 있다.

내 눈은 댐도 아닌 것이 자꾸 수위를 높여만 간다. 어디서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노래가 끝이 나자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들린다.

'와아~ 워어어어'

불이 꺼지며 무대는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했다. 정전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이제 콘서트 시작한 지 20분이 조금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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