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것 없어도 생각나는 집
팽성에 위치한 송죽원 추어탕은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방문하는 집이다. 만약 먹거리가 많지 않다면 수도 없이 방문했을 것이다. 부모님이 이곳 새우탕을 좋아하고 나도 농심에서 만든 새우탕보다 이곳 새우탕을 더 좋아한다.
송죽원 추어탕의 정확한 연혁을 알지는 못하지만 최소 10년 이상은 된 곳이다. 내가 9년째 단골이고 그곳 간판은 그 당시에도 몇 년은 걸려있던 것 같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식당 내부는 세월의 흔적이 있지만 깔끔하게 관리하고 계신다.
부부가 운영을 하고 계신 이곳은 사장님들 인상이 참 좋다. 반찬을 더 달라고 하면 내색하지도 않고 갖다 주시고 몇 번을 달라고 해도 갖다 주실 분들이다.
부족한 게 없는지 살피시고 "반찬 더 드릴까요"라는 말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시는 반찬 빼기에 달인 같은 분들이다. 사장님이 고스톱 한판 치자고 하면 나는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다. 반찬 빼기 솜씨가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농심 새우탕이 별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이유가 송죽원 추어탕 집 때문이다. 아마 농심에서 이 맛을 배워간다면 농심 새우탕은 큰 성공을 한다.
중자인데도 냄비가 깊고 넓다. 옛날에 구매하시고 아직 구멍이 나지 않아서 그대로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큰 냄비에 새우와 각종 야채 거기에 수제비까지 넣어주신다.
수제비 내가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딱 적당한 양을 넣어주신다. 아마 국물이 살짝 걸쭉해지는 효과 요것 때문에 추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수제비를 더 먹고 싶다면 더 달라고 하면 된다. 주문하면서 "저 수제비 사랑합니다" 하면 사랑의 크기만큼 수제비가 들어간다.
밑반찬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사장님이 직접 하신다. 밑반찬은 집 반찬 같은 느낌으로 간이 너무 좋다. 적당한 맛. 이걸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지만 한 마디로 맛있는 맛이다. 특색 있는 맛이냐고 묻는다면 특색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매번 방문할 때마다 새우탕은 바닥을 긁고, 밑반찬은 테이블에 하나도 없다. 처음부터 음식을 주지 않고 빈 그릇만 나에게 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예전에는 입구에 들어가면서 큰 다라이가 하나 있었다. 미꾸라지가 거기 들어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못 본 건지 아니면 사라진 건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새우탕을 먹은 기억밖에 없다. 그런데 이 집 추어탕도 맛이 기가 맥힌다. 난 통 추어탕은 못 먹어서 갈은 추어탕을 먹는데 한 그릇하고 나면 내가 미꾸라지가 된 것 마냥 꿈틀꿈틀 기운이 솟아난다. 어디가 꿈틀 되는지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말아라. 그냥 몸의 기운이 솟아난다. 젊음의 혈기가 되살아난다. 이렇게 이해하길 바란다. 난 이십대다?!?
여름이 찾아오면 초복부터 몸보신을 한다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여름이 오기 전부터 추어탕, 새우탕으로 몸보신을 해주면 없던 기운도 생겨난다. "내가 살아생전에 새우탕 먹고 기운이 난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당연히 처음 듣겠지. 방금 내가 생각해 낸 말이니까 당연하다.
그런데 새우가 팔딱팔딱 뛰는 걸 보았다면. 새우가 굽어있다가 허리와 등을 활짝 활짝 피는 것을 보았다면 "아따 저놈 기운 씨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새우탕을 먹으면 기운이 없어 굽어있던 등과 허리가 쫙 펴진다. 쫙 펴진 등만큼 자신감도 뿜뿜이다. "나 새우탕 먹은 사람이야"라는 표시가 딱 난다.
정말로 맛있는 집은 사실 맛을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지만 때가 되면 찾아가게 되는 집이다. 먹고 나서 "오늘도 이 집 덕분에 나 행복했소" 하면 그것이 맛집이다. 나는 오늘도 참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