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자동차를 음악으로 불러낸 브랜드, 현대자동차
음악을 듣기 가장 좋은 장소는 어디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자동차와 대중교통이다. 요즘 처럼 쌀쌀한 계절에는 창문을 살짝 내리고, 뺨에 스치는 바람을 맞으며 노래를 듣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즐겨 듣는 노래를 하나 소개해본다.
바로 잔나비의 <pony>. 그동안 '포니'라는 이름은 500만 메이크업 유튜버로만 알았던 나에게, 처음으로 현대자동차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준 이 노래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마음을 움직이는 2분 55초,
음악의 힘
버스를 타고 유튜브 뮤직앱을 열어 음악을 고르던 어느 날. 문득 한 앨범 커버가 눈에 걸렸다. 내가 좋아하는 그룹사운드 잔나비의 신곡, <pony>였다.
-
어디든 달려가야 해, 헤드라이트 도시를 넘어
-
첫 소절부터 느껴진다. 이 곡은 자동차 드라이빙에 너무나도 최적화된 음악. 한 편의 서정시처럼 한국어로 아름답게 쓰인 가사 그리고 뻥 뚫린 도로를 달리는 듯 부드럽게 흘러가는 선율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듣자마자 너무 좋아서 10번을 반복 재생하며 듣고 또 들었다.
그냥 잔나비의 신곡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 노래의 정체는 현대자동차와 콜라보로 탄생한 노래였다. 뮤직비디오까지 샅샅이 찾아보고 난 후에야 뒤늦게 알게 됐다. 2023년, 포니의 상징적인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계승한 '아이오닉 5' 출시를 기념해 현대자동차는 오래전 옛 모델인 포니(pony)를 재조명하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이번 잔나비의 노래 역시 브랜드 헤리티지 캠페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브랜드송'이었던 것.
아하! 그제야 보이더라. 앨범 커버 속 빨간 자동차, 다름 아닌 현대자동차의 1975년식 자동차 포니였다.
디렉터와 창작자의 찰떡궁합,
시너지란 이런 것!
노래의 배경을 알게 되자, 이번에는 잔나비의 팬으로서 현대자동차에 고마워졌다. 잔나비가 가진 장점을 너무 영리하게 잘 써줘서!
가끔 타사 광고를 보다 보면 '아니, 왜 잔나비 가지고도 이렇게밖에 못했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평소 아티스트가 보여줬던 톤과 잘 맞지 않아 어색하거나, 아티스트의 장점이 다 묻힐 만큼 지나치게 평범한 경우, 혹은 브랜드의 컨셉이 너무 쎈 나머지 아티스트를 잡아먹은 경우(...) 등이 그렇다.
십중팔구 디렉팅이 잘못된 경우다. 누가 봐도 '비싼 배우/가수를 데려다가 이만큼 밖에 못해?' 소리가 절로 나오는 폭망 콘텐츠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나...
그런데 이번 잔나비 'pony' 프로젝트는 달랐다. 현대자동차와 '포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면서도 동시에 잔나비의 고유한 음악성을 고스란히 살렸다. 이런 건 광고주인 현대자동차에게도, 잔나비에게도 둘 다 윈윈인 협업이 된다. 현대자동차는 '포니다운' 이야기가 스며있는 명곡을 브랜드송으로 얻었고, 잔나비는 정상급 브랜드와 함께 하는 협업 포트폴리오를 얻었으니까. 그리고 리스너인 우리들은 그저 좋은 노래를 즐기는 행운을 꽁으로 얻는다.
어릴 적, 엄마 차에서는 늘 엄마의 호시절 음악들이 울려 퍼졌어요. 엄마와 자동차, 그리고 그 속에서의 추억들을 노래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 왔던 지라.. 제가 기다리고 있던 혹은 저를 기다리고 있던 프로젝트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너무나 기쁜 마음으로 작업했어요. 뒷자리에 앉아서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 그리고 이번 곡을 쓰면서 은근슬쩍 물어봤던 엄마의 첫 차에 얽힌 이야기들을 상상하면서 만들었습니다. pony! 재미있게 들어주세요! - 잔나비 최정훈
JANNABI x HYUNDAI New Single 'pony' 2023.06.21 pm 6:00 Release
뮤직비디오 아래 캡션에 남긴 최정훈의 문장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제가 기다리고 있던 혹은 저를 기다리고 있던 프로젝트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맞다. 마치 현대자동차로부터 옛 자동차 '포니'라는 상징을 빌려왔을 뿐, 잔나비는 그냥 자기들 하고 싶은 노래를 부르는 느낌이랄까? 잔나비의 정체성인 아련한 노스탤지어와 옛날 자동차 '포니'의 분위기가 만나니 - 억지스럽게 만들지 않아도 완벽하게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는 노래가 탄생했다. 잔나비라는 아티스트를 제안하고 캐스팅한 누군가의 탁월한 안목, 여기에 믿음의 디렉팅이 더해진 결과라 본다.
콜라보레이션의 시대다. 그러나 콜라보를 '잘' 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내 팀원들을 데리고 내 브랜드를 꾸려가는 일도 어려운데, 다른 브랜드와 함께 공동의 결과물을 산출하는 일이라니. 두 평행세계의 충돌이라고 봐도 무방할만큼 엄청난 일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회사와 자유로운 영혼의 록밴드. 정반대에 살 것 같은 두 개의 세계, 현대자동차와 잔나비가 만나서 <pony>라는 아름다운 음악이 탄생했다. 그리고 이 노래는 태어나서 포니 자동차를 실제로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 96년생 나에게 닿아서 크나큰 감동이 되었다. 나에게 포니란? 잔나비의 노래로 처음 만난 존재. 타본 적 없는 포니를 닮은 아이오닉 5를 거리에서 만나게 된다면 괜히 반가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