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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죠 Oct 19. 2024

모모스커피를 만나다, 부산 영도에서

부산을 커피의 도시로 만들어가는 브랜드, 모모스커피

바다를 낀 도시. 오래된 골목 속 길거리와 구름에 닿을 듯 화려한 마천루의 조화. 내가 사랑하는 부산의 이야기다.


최애의 도시, 부산에 가면 언제나 들르는 카페가 있다. 바로 모모스커피. 모모스커피에는 기존의 로컬 카페를 뛰어넘는 어떠한 힘이 느껴진다. 돼지국밥과 밀면으로 대표되던 부산의 음식 문화에 '커피'라는 새로운 물결을 불러온 브랜드. 모모스커피와 처음 사랑에 빠진 순간을 떠올려본다.



진하고 달콤하게
한 잔의 사탕 같은 맛,
맛사탕


그날은 혼자서 부산을 찾았다. 혼자 하는 여행의 묘미는 역시 마음껏 깨부수는 동선에 있다. 이동의 효율은 잠시 잊고, 내 마음이 끌리는 순서대로 동선을 짠다.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맡겨두고 곧장 영도로 향했다. 부산을 대표하는 광안리, 해운대와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곳이다.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에서는 늘 속으로만 삭혔던 그 동네, 영도.


영도를 찾아간 건 순전히 모모스커피 때문이었다.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서 한 장의 사진을 보았다. 커다란 배, 낡은 항구. 그 풍경을 바라보는 넓은 통창문 아래서 바리스타들이 커다란 바(bar)에 일렬로 서서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마치 한 편의 연극 무대 같은 분위기가 상상만 해도 근사했다. '나도 언젠가 여기서 꼭 커피를 마셔봐야지' 다짐을 했었고 마침내 그곳에 도착한 것이다.


고요한 항구, 커다란 배들이 압도적이었던 영도의 첫인상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카카오맵이 안내해 주는 정류장에 내렸다. 체감상 아파트 3층짜리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선박이 줄줄이 사탕처럼 늘어서서 정박해 있는 항구를 따라 걸었다. 적막이 흐르는 조용한 동네에 단 한 군데,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모스커피였다.


커다란 로스팅 기계, 포대째로 쌓인 생두가 쌓인 풍경이 통창 너머로 훤히 들여다보인다.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각양각색 커피 콩이 이곳에 모여, 모모스만의 로스팅을 거쳐 감미롭고 향긋한 커피 원두로 다시 태어나 전국으로 유통된다.


공교롭게도 모모스커피 영도점이 위치한 곳? 역시 항구다. 하루에도 수백 번씩 배가 드나드는 항구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 특이점에서, 이 공간의 위치만으로도 생두 수입과 로스팅 사업에 대한 모모스커피의 강력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배를 묶을 때 쓰는 것으로 추측되는 거대한 쇠사슬. 그림이 아니라 실제 창문 너머의 풍경이다.
모모스커피 영도점만의 특별한 항구뷰. 늘 인기가 많다.

달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서둘러 커피를 주문한다. 이곳에 오면 꼭 맛봐야 하는 메뉴. '모모스 맛사탕'이다. 직접 만든 특별한 사탕에 에스프레소와 우유가 섞였다. 스푼으로 저을수록 가라앉은 설탕 조각이 서서히 녹는데, 그 과정에서 커피가 조금씩 달큰해진다.


한 입 마시자마자 풍요로운 꽃 향기와 오렌지 맛이 입안을 감싼다. 깜짝 놀랐다. '와, 어떻게 세상에 이런 맛이 있지..'

우측이 시그니처 '맛사탕'. 감질날까 봐 미리 필터커피 한 잔을 더 주문했다.

전국의 카페를 돌며 음료를 맛보고 리뷰하는 게 직업이었던 나는 (마실거리 한정) 입맛이 너무 고급이 되어버린 탓에, 솔직히 웬만한 카페에서 만족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모모스커피는 한 입 먹자마자 충격이었다. 너무 맛있어서. 너무 달라서. 이 한 잔의 커피를 맛보러 새벽부터 일어나서 3시간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영도 다리 건너온 긴긴 여정이 아까워지지 않는 순간이었다.




부산을 여행하는 새로운 방식,
모모스커피 투어

올해 가을에도 오랜만에 부산을 찾았다. (맛사탕의 충격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해운대에 위치한 모모스커피 마린시티점에 방문했다. 동백섬과 가까운 곳, 바다 너머로 오륙도와 광안대교가 넓게 펼쳐지는 아름다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때마침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라 캐리어를 끌고 온 다양한 나라의 외국인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마린시티점은 뭐랄까?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부산에 기대하는 아이코닉한 요소를 모두 갖춘 입지였다. 드넓은 바다, 광안대교, 현대 부산의 세련된 풍경이 공존했다. (= 커피 맛을 모르는 친구를 꼬시기에도 좋은 구실이 된다ㅎㅎ)


특이점은 창가 쪽 의자와 테이블은 전부 바다를 향하게 배치가 되어 있다는 것! 덕분에 자리에 앉으면 풍경을 눈높이에서 편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이 공간의 컨셉은 '모두의 거실'. 거실에 앉아 창을 바라보는 것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무드로 마린시티점을 설계했다고 하더라. 삭막한 도시와는 다른 초록색 정원, 저 너머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맛이 과연 좋았다. 그런데 커피를 주문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이곳에는 '맛사탕'이 없었던 것이다...!!! 이럴수가. 오직 영도점에서만 판매하는 시그니처 메뉴였다고 한다. 아쉬운 마음으로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주문한 다음에 알게 됐는데, 마린시티점의 시그니처는 따로 있었더라. 아이스크림 라떼 그리고 프리멜로. 메뉴 설명만 읽어도 무슨 맛일지 너무나도 궁금했지만, 아침 공복이라 마셔볼 수 없어서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1호점 : 모모스커피 본점
2호점 : 모모스 커피바 & 로스터리
3호점 : 모모스커피 마린시티점
4호점 : 모모스커피 도모헌점

부산대학교 근처 온천장역에서 소박하게 시작한 모모스커피 본점. 점점 규모가 커져서 어느새 부산 내에만 4곳의 매장이 있다. (2024년 11월 기준)


꼭 기억하자. 네 곳의 시그니처 커피가 각각 다르다는 것! 영도의 맛사탕, 마린시티의 프리멜로 & 아이스크림 라떼처럼 집집마다 각자의 시그니처를 보유하고 있었다. 나처럼 커피 한 잔을 위해 모험을 서슴지 않는 사람에겐, (포켓몬 카드 모으듯) 전부 맛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는 포인트다.


지도로 살펴보니 만약 다음에 부산에 온다면 아예 모모스커피로만 투어를 해도, 충분한 부산 여행이 될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부산 곳곳에 넓게 퍼져있다. 우리는 그저 모모스커피가 좋아서 그들을 따라다닐 뿐인데, 자연스럽게 부산의 로컬 구석구석을 여행할 수 있게 된다. 남들이 가니까 따라가는 광안리, 해운대 말고. 영도항, 온천장처럼 정말 사람들이 살고 있는 부산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흔한 오션뷰 한 장 없이도 그 깊숙한 골목까지 방문객을 이끌게 하는 힘이다.


나는 이것이 모모스커피만의 강력한 브랜드자산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반드시 이유가 있는 동네에서 뿌리를 내린다. 이것은 외부의 시선(자본)으로 부산에 진출하는 브랜드는 결코 따라 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영역일 테다. 모모스니까, 모모스이기 때문에 그들의 시선으로 소개하는 부산이 남다를 수밖에.


찐한 사탕맛 커피 한 잔에서 홀린 듯이 시작한 모모스커피와의 만남. 한 잔, 두 잔, 세 잔.. 빈 잔이 쌓여갈수록 나는 또다시 다음 부산을, 다음 모모스를 기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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