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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부마 Oct 20. 2024

마흔에 나를 돌아보기

에필로그



이 책을 쓰기 시작한 지 벌써 16개월이 흘렀다. 책을 쓰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2년 전에 전자책과 영문 책, 종이책을 혼자 만들어 봤다. 이번에는 다른 목표가 있었다. 하나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내 책을 직접 보고 싶었다. 또 하나는 마흔이 된 지금, 지난 삶을 돌아보며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평가해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6개월 안에 출판 계약을 맺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계획은 미뤄졌다. 1년이 지나도록 원고를 완성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내가 겪었던 일에 대해 내가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의 기억과 글을 쓰면서 그 일이 이후에 어떻게 연결되었는 지를 전체적으로 바라봤을 때,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그 일의 의미와 결과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그만큼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살다 보면 불행처럼 느껴지는 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행운이 되는 경우가 있다. 실패했다고 여겼던 일들이 나중에 돌아보니 나를 성장하게 만들어준 계기가 되어주었다. 반대로, 행운이라 생각했던 일들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가져오기도 했다. 결국 시간이 충분히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판단할 수 있었다.



12살 때 예술중학교에 가고 싶어 엄마를 졸랐던 일, 미대 입학 후 연기 도전에서 좌절했던 스물여섯, 그리고 도쿄와 뉴욕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며 나 자신을 찾아가던 이십 대 말. 그런 순간들이 내 삶에 큰 변화를 주었다. 그럼에도 마흔이 된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이뤘는가?'라는 질문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혔다. 전업주부로서의 생활도 자랑스럽지 않았다. 때때로 인생에 실패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글을 쓰면서 내가 실패자가 아니라 도전자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이루지 못한 것들에만 집중하며 스스로를 낮게 평가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타지에서 아이를 키우고, 가족을 보살피는 것 역시 내가 간절히 바랐던 꿈이자, 내가 이룬 성취였다.


혹시 당신도 자신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며 자책하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랬다. 마흔 살이 되었을 때,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때가 새로운 시작이었다. 남은 시간과 자원을 모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너무 서두르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인생에는 정해진 시작점이 없다. 와카타케 치사코는 55세에 글쓰기를 시작해 63세에《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라는 소설로 등단했다. 모지스 할머니는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삶이 보여주듯, 우리가 결심하는 그 시점이 새롭게 시작하는 순간이다. 나 역시 그렇게 살기로 했다. 나는 더 이상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실패는 내가 시도했다는 증거이며, 그 시도를 통해 성장해 왔다.





도쿄에서 살 때, 어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문득 늘 가던 길 대신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그 길에 들어서 10분 정도 걸었을 때, 골목 끝에 좁은 돌계단 하나가 눈에 띄었다. 계단을 내려가 보니 작은 신사와 고요한 거리가 펼쳐졌다.

그곳에서 우동집을 발견했다. 우동은 단순했지만, 깊은 맛이 느껴졌다. 쫄깃하게 잘 삶아진 면발은 손으로 직접 치댄 듯 쫄깃하고, 멸치와 다시마의 감칠맛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국물은 깔끔하면서도 풍미가 느껴졌다. 고명으로 올린 구운 표고버섯과 죽순은 향긋하면서도 씹히는 맛이 좋았다. 그 우동 한 그릇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특별한 기억이다. 평소처럼 똑같은 길을 갔다면, 만나지 못했을 순간이다.


때로는 목표를 향해 서두르기보다, 돌아가는 길에서 예상치 못한 기회를 만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를 성장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한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나아가는 것이 더 큰 성과로 이어질 때도 있다.

결혼 생활과 육아도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조금 여유를 가지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 자신을 더 이해하게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들이는 법도 배웠다. 시간이 지나면 그 노력들이 결국 열매를 맺는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요즘은 사는 게 더 즐거워졌다. 이 책을 읽은 당신도 더 즐거워졌으면 좋겠다.


2024년 로드아일랜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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