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독이고 안아주는 일
2012년 7월, 요리 수업 홍보를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올린 첫 강의 안내를 보고 두 명의 학생이 찾아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매주 열 명 이상의 학생들이 찾아오면서 수업이 안정되었다. 이후 블로그는 단순한 수강생 모집 도구를 넘어 나의 삶을 기록하고 감정적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블로그는 나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창구였다. 글의 형식이나 내용에 큰 제약 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었다. 여행 사진, 직접 만든 요리 동영상, 귀여운 캐릭터 스티커로 포스팅을 꾸미며 나만의 개성을 살리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표현력도 향상되었다. 주제를 정하고 글을 기획하며 표현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내가 직접 취재하고 편집해 발행하는 나만의 매거진처럼 느껴졌다.
결혼 후 보스턴으로 이사한 뒤 신혼 생활과 요리 레시피를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마다 남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어느 날 방문자 수가 1,500명을 넘어있었다. 내가 올린 <칠리새우 만드는 법>이 블로그 메인에 소개되면서 블로그는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 후로는 신나게 매일 포스팅을 올렸다. 수많은 경험과 감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블로그에 기록하면서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2023년 가을, 평소 자주 마주치던 이웃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가 키우던 개와 산책할 때 나누던 짧은 인사가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날 밤 블로그에 글을 쓰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글을 쓰는 행위는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었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하는 과정에서 내가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되새길 수 있었다.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문성도 쌓였고, 처음에는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했지만 일단 시작하니 요리, 육아, 여행, 책 등 자주 다루는 주제들이 눈에 띄게 되었다. 특히 요리 레시피는 조회수가 높고 댓글도 많았다. 어떤 사람은 더 자세한 방법을 물어보거나, 직접 해봤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블로그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게 되었고, 여러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고 생각을 교류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일기처럼 내 이야기를 기록했지만, 솔직한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남편과 다툰 이야기나 아이에게 화냈던 일 등 쉽게 말하기 어려운 일들을 블로그에 쓰다 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글을 읽은 사람들이 댓글로 위로와 공감을 건네주었고, 나도 그들의 글을 읽고 답을 남기며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과도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몇몇은 실제로 만나게 되면서 더 깊은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블로그가 성장함에 따라 수익 창출의 기회도 찾아왔다. 식비 절약과 요리법에 대한 글을 꾸준히 올리던 중, 내가 쓴 <냉장고와 냉동실 정리 노하우>가 네이버 리빙 메인에 선정되면서 하루 만에 만 명이 넘는 방문자가 몰렸다. 마침 애드포스트 광고 승인을 받은 직후였다. 덕분에 그달에만 27만 원의 수익을 얻었다.
내가 기록한 글이 실제로 돈이 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취미로 시작한 블로그가 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세계적인 자기계발 트레이너 브랜든 버처드의 말처럼, “당신이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그 경험과 깨달음으로 메시지를 전하며, 높은 수익을 올리는 메신저가 될 수 있다”는 그의 말이 사실임을 직접 체험한 거다.
글을 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주변에서 소재를 찾는 습관이 생기고, 이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사물들을 더 자세히 관찰하게 되었다. 쌀쌀한 3월의 어느 날 산책 중 길가에 핀 노란 수선화를 보며, 작고 여린 꽃이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강인함에 나도 용기를 얻었다. 자연스럽게 내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작은 기쁨과 아름다움을 찾으며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마치 흐릿했던 세상이 선명해진 것처럼, 평범했던 일상 속에서 빛나는 순간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글쓰기는 나에게 자기 성찰의 도구이자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는 과정이 되었다. 매일 글을 쓰면서 점차 생각을 정리해 명확하게 전달하는 실력이 생겼다. 하루는 '쓰는 것'에 대해 막막함을 느낄 때 어떤 칼럼에서 '일단 적어보는 것의 중요성'을 읽었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글쓰기를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꾸준히 독서하며 다양한 칼럼에서 영감을 얻었고, 그런 시간이 내 삶에 녹아들면서 아는 어휘가 많아지며 평소 말할 때도 표현력이 느는 것이 스스로도 느껴졌다.
이제 블로그는 나의 성장을 기록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나만의 지침서다. 글을 쓰며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정리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할 수 있었고,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면 그동안 내가 얼마나 변화하고 발전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초창기에는 요리 레시피만 올리던 내가 감정과 배움을 담기 시작하면서 블로그는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해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걸어갈 길을 더 명확히 비춰주는 거울이 되었다. 어쩌다 바빠서 글을 쓰지 않는 날이면 자기 전에 이를 닦지 않은 느낌이 될 정도로, 이제 글쓰기는 내 삶의 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되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짧게라도 글을 써보라고 권하지만, 대부분 “내가 쓴 글을 누가 읽겠어?”라고 답하곤 한다. 그러나 내 글의 첫 번째 독자는 바로 ‘나’다. 글쓰기는 나 자신을 이해하고 앞으로 살아갈 시간을 위한 중요한 도구이며, 블로그나 SNS에 글을 나눌수록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생기고 내 경험과 깨달음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진다.
글은 마치 성장하는 아이처럼 가치를 키워나간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기회와 선물도 안겨준다. 글을 쓰는 것은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사람은 언젠가 떠나지만, 내가 쓴 글은 오랫동안 남아 누군가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다. 기억은 사라질 수 있지만, 글로 남기면 그것은 영원한 기록이 되며, 이 기록은 나의 인생 도서관에서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블로그는 나의 성장 기록이자 미래를 향한 지침서로, 나는 매일 글을 쓰며 꿈을 꾸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언젠가 내가 남긴 글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빛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