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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부마 Oct 18. 2024

10. 마흔에 나를 바꾼 음식

마흔의 식사법


나는 먹는 것을 좋아한다. 2024년 현재, 내가 구글에 올린 맛집 리뷰만 해도 백 개가 넘는다. 만약 그 돈으로 애플 주식을 샀다면, 지금쯤 백만장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고, 맛있는 음식은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를 낳은 후로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 음식에 의존하는 날이 많아졌다. 잠깐은 편했지만,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피로가 쌓였다. 체력이 떨어지니 마음도 쉽게 지쳤다.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온 가족이 집에 머물게 되었다. 매 끼니 요리를 해야 했다. 이왕 요리하는 김에 맛있는 음식이나 실컷 만들어 먹자. 온라인 쇼핑몰에서 조리 도구와 식재료를 마음껏 샀다. 그렇게 반년 정도가 지나자, 식당 주인들이 온라인 주문과 픽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나는 주말마다 테이크아웃을 했다. 그에 따라 몸무게와 지출도 빠르게 늘었다.

2022년 여름, 여행과 욕실 수리까지 하고 나니 남는 돈이 거의 없었다. 돈을 모으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쓰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허탈함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나에게는 돌봐야 할 어린아이가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식비 절약에 관한 책과 영상을 찾아봤고, 무작정 따라 하기 시작했다. 품질이 낮은 고기를 3킬로 사서, 한 번 먹을 양을 지퍼백에 나눠 담아 얼렸다. 볶음밥, 카레, 국 등을 잔뜩 만들어 밀폐용기에 나눠 담아 냉동했다. 의욕에 넘쳐 첫 달 식비를 이전의 반으로 줄였다.

그러던 중 문득, ‘돈을 아낀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질 낮은 재료를 먹여도 괜찮은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돈보다 건강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유기농 식재료를 먹을 만큼만 사서 적당히 섭취하는 거다. 한창 성장 중인 아이는 충분히 먹어야 하겠지만, 사십 대인 나와 남편은 얼마나 먹는 것이 적당할지 몰랐다. 한국과 미국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 나이에 따른 식사량과 영양소 섭취량을 찾아봤다. 깜짝 놀랐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음식량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었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경우 한 주먹 정도, 남성은 양 주먹을 합친 정도가 위장의 크기라고 한다. 매끼 탄수화물, 단백질, 채소를 자기 위 크기만큼 먹으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심플하게 산다》의 저자 도미니크 로로는 ‘보통 한 끼에 탄수화물 200그램, 단백질 100그램, 약간의 채소를 먹으면 된다. 이 양은 전부 해봐야 주먹이나 자몽 하나 크기를 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만큼 얼마나 먹느냐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돈을 아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적게 먹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위해 소식을 하기로 결심했다.




우선 음식 종류를 바꾸었다. 과자, 라면, 탄산음료 같은 가공식품을 줄였다. 아이가 간식을 좋아해서 완전히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무가당, 저염, 유기농 제품을 최대한 골랐다. 영양가가 높고 가격이 저렴한 제철 과일과 채소도 적극 활용했다. 음식을 만들 때는 재료 본연의 맛과 영양을 해치지 않도록 간단하게 굽거나 쪘고, 양념은 최소한으로 사용했다. 신선한 채소는 생으로 먹었고, 샐러드에는 설탕과 지방이 많이 든 시판 용 드레싱 대신 올리브유, 발사믹 식초, 소금, 후추를 넣었다. 레몬 즙을 약간 추가하면 더욱 상큼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달 동안 몸무게가 3킬로그램 빠졌고, 몸이 가벼워지면서 기분도 상쾌해졌다.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먹던 음식량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나의 의지는 그리 강하지 않아서 절제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밥과 국그릇을 작은 것으로 바꾸었다. 같은 양을 먹어도 작은 그릇에 담으면 가득 차 보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푸짐한 느낌을 주었다. 음식을 먹을 때는 천천히 꼭꼭 씹어 먹었다. 뇌는 식사 후 20분이 지나야 포만감을 느낀다고 한다. 정해진 양을 먹고 나면 수저를 내려놓았다. 만약 여전히 부족한 느낌이 들면 채소를 더 먹었다. 고기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내 주먹 크기만큼만 먹었다. 대신 생선, 닭고기, 두부, 달걀을 골고루 섭취했다. 좋은 식습관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가끔은 나 자신에게 자유를 허락했다. 한 달에 한 번쯤은 좋아하는 라면을 맛있게 끓여 먹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석 달 정도 지나자 새로운 습관에 익숙해졌다. 임신, 출산, 육아로 나 자신을 방치했었다. 내 의지로 변했다는 사실이 나에게 큰 자신감을 주었다.


음식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바꾸었다.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존중하는 ‘신성한 의식’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수험생 시절에는 밥 먹는 시간조차 아깝게 느껴졌다. 일주일에 다섯 번은 책상에 앉아 편의점에서 산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웠다. 한 손으로는 문제집을 풀고, 다른 손으로는 음식을 대충 입에 넣었다. 잠깐 화장실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종일 앉아 있었으니, 소화가 잘될 리 없었다. 늘 속이 더부룩하고 두통이 계속되었다. 몸이 지치니 짜증이 많아졌다. 엄마에게 사소한 일에도 화를 냈다. 그때는 몰랐다. 몸을 소중히 대하지 않으면 결국 몸이 내게 화를 낸다는 것을. 나단이를 낳고 나서는 상황이 더 심해졌다. 아이에게는 신경 써서 좋은 음식을 챙겨주면서, 나는 서서 국에 밥을 말아 허겁지겁 먹곤 했다. 피곤할 때마다 초콜릿이나 과자 같은 달고 기름진 간식에 손이 갔다.

그러다 식습관을 바꾸면서 음식에 대한 마음도 변했다. 나단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혼자 점심을 먹는 시간이 생겼다. 그 시간을 나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여기기로 했다. 신선한 재료로 간단히 요리하고, 예쁜 그릇에 정성껏 담았다. 테이블 매트를 깔고, 수저는 도자기 수저받침에 올려두었다. 은은한 음악을 틀어놓고 차분히 앉아, 음식을 음미하며 천천히 먹었다. 그동안 나 자신을 돌보지 않고 방치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의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녁 시간이 되면 ‘내가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라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한다. 세 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아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식사를 나눈다. 내가 만든 음식이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하고, 함께 나누는 시간이 우리의 마음을 풍성하게 한다. 오늘 내가 먹는 음식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는 것을 되새기며,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미국의 성공한 요식업 사업가 김승호는 그의 책 《돈의 속성》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사람은 음식을 줄이며 절대로 배가 부르게 먹지 말고, 진하고 거친 음식을 멀리하고 일정하게만 먹어도 다시 운이 돌아온다."라고 말한다. 규칙적이고 깨끗한 식사는 몸만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도 바꾼다는 의미다.

2022년 여름부터 나는 건강한 음식을 소식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몸을 관리하려고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체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안정되었다. 식재료는 필요한 만큼만 사서 낭비를 줄였다. 소비도 줄어 돈을 모을 수 있었다. 요리는 간단하게 하면서 여유가 생겼고, 나를 돌볼 시간이 늘었다. 생활에 활기가 찾아왔다. 거울 속의 날씬해진 나를 보며 만족감이 커졌다.


음식은 마음을 바꾼다.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첫걸음은 좋은 음식을 먹는 거다. 누군가의 정성으로 길러진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감사한 마음으로 필요한 만큼만 먹는다. 매일 나와 가족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식탁을 차린다. 그 음식에는 단순한 영양소뿐만 아니라 나의 정성과 사랑, 그리고 모두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건강한 음식은 내 몸을 튼튼하게 하고, 제대로 된 식사 의식은 마음과 정신을 밝게 한다. 천천히 음식을 음미할 때마다 내 안에 에너지가 차오른다. 세상을 살아갈 단단한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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