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와 자본주의 관계
나는 남편과 만난 지 5개월 만에 혼인 신고를 했다.
연애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보스턴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을 때,
서로에 대해 자세하기 알지 못했다.
하고 싶은 일, 인생관, 성격, 취향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소한 습관, 버릇은 거의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은밀한 부분, 생리 현상은 최대한 감추고 싶었다.
이성적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프라이버시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우리 편이 아니었다.
8평짜리 스튜디오에 서로를 분리할 수 있는 공간은 딱 하나, 화장실뿐이었다.
그마저도 가까워서 우리는 볼일을 볼 때, 소리가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물을 틀었다.
나보다 남편이 더 조심했다.
그러던 어느 날, 화장실에 들어갔던 남편이 한참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았다.
마침 나도 기별이 온 찰나였다.
'왜 이렇게 안 나오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나오던 남편이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당황하며 눈을 피했다.
내가 들어가려는데, 그가 다급하게 외쳤다.
"잠깐만요!!!!!!"
그랬다. 변기가 막힌 것이다.
게다가 큰 거를 본 후였다.
"잠깐만 기다려요. 내가 얼른 나가서 뚫어뻥 사 올 올게요."
첫째, 집에 그 흔한 뚫어뻥 하나가 없다는 거에 놀랐고,
둘째, 5년 동안 여기 살면서 한 번도 변기가 막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하지만 나 역시 변기를 뚫을 때까지 참을 수가 없었다.
아파트에는 공용 화장실도 없었다.
우리는 함께 뚫어뻥을 사러 나섰다.
하필이면 우리 동네에는 철물점이나 큰 슈퍼마켓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딱 하나 있는 편의점, 세븐 일레븐에 가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결국 또 삼십 분을 기다려서 연구소 셔틀버스를 타고 역 앞에 있는 큰 약국 겸 생활용품점인 CVS에 갔다.
다행히 거기에 뚫어뻥이 있었다.
남편은 내가 화장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땀을 뻘뻘 흘리면 변기를 뚫었다.
결혼 한 달 만에 그는 자신의 치부를 보여줘야만 했다.
이후 우리의 경계는 허물어졌고, 거의 모든 생리현상을 오픈했다.
우리처럼 단칸방에 사는 신혼부부에게 이성적 신비로움을 지키는 것도 사치였다.
신비주의에도 적당한 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