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슈즈

I와 E의 차이

by 요부마

결혼식 한 달 전.

남편과 나는 보스턴 다운타운 프루덴셜 빌딩 있는 제이크루 매장에 갔다.

예약해 둔 웨딩드레스를 입어보기 위해서였다.

제이크루는 기성복 매장이기 때문에 직원 도움 없이 직접 드레스를 입었다.

모두 심플한 디자인이었다.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에 화려한 디테일을 기대할 수 없었다.

다행히 나는 깔끔하고 모던한 스타일을 선호했다.

생각보다 쉽게 드레스를 선택했다.

가슴이 작았기 때문에 오픈 숄더가 아닌 어깨를 감싸는 디자인을 골랐다.

헤어핀과 코르사주도 샀다.

듣기론 대부분의 신부들이 가장 고민을 많이 하는 게 웨딩드레스 선택이라고 했다.

어떤 신부는 예상의 가장 큰 부분을 드레스에 지출한다고 했다. 요즘엔 천만 원짜리 드레스를 입는 경우도 흔하다.

나는 30만 원짜리 드레스를 구입했다. 너무 수월하고 간단해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인생에서 중요한 일들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

막 대학생이 되었을 때부터 20대에는 액세서리도 해보고, 옷도 이것저것 사서 입어보고, 여러 가지 스타일을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서른이 넘어서는 꾸밈이 간결해졌다.

귀걸이는 아예 하지 않아 기껏 귓불에 뚫은 구멍은 막히기 일보 직전이었다. 목걸이는 물이 닿아도 색이 변하지 않는 14K 목걸이를 항상 하고 있었다.

장신구와 꾸밈이 귀찮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신경을 쓰는 건 옷의 재질, 색의 조합, 실루엣이었다.

옷 입는 스타일이 웨딩드레스를 고를 때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남은 건 결혼식 때 신을 웨딩 슈즈를 고르는 것뿐이었다.

gabriel-crismariu-JM4uYDCcYyw-unsplash.jpg

메이시스 백화점 신발 코너에 갔다. 백화점은 여기가 중국인지 미국인지 모를 정도로 중국인이 많았다.

심지어 직원들도 대부분이 중국인이었다.

주말이라 북적거렸다.

눈에 띄는 힐 몇 켤레를 신어보았는데,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마지막 아이템 하나만 찾으면 이번 과제를 끝낼 수 있는데, 맘에 드는 구두를 찾지 못하고 나왔다.

뒤끝이 찜찜했다. 신발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이거 어때요?"

"응... 괜찮은 거 같아요."

"이건 어때요?"

"응... 그것도 괜찮아요."

"이거랑, 이거 중에 어느 게 더 나아 보여요?"

"응... 글쎄... 난 잘 모르겠어요."

신발을 신어볼 때마다 예비 신랑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그의 반응이 영 적극적이지 않았다.

나는 점점 기운이 빠졌다.

백화점 앞에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예랑이 얼굴을 올려보았다.

멍하니 표정이 없다. 그 순간 짜증이 폭발했다.

"맘에 안 드는 게 있으면 말을 해요!"

그러자, 그는 말했다.

"나... 너무 피곤해요..."


그랬다. 그는 평생 제대로 쇼핑을 해본 적이 없는 남자였다.

나와 함께 다니며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것만으로도 진작에 자신의 한계를 넘은 상태였다.

하지만 차마 예비 신부에게 힘들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꾹꾹 참고 있었던 거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마음을 말로 하기보다, 속으로 삼키는 게 더 편하고 익숙했다.

원래 성격도 그런데 5년 동안 보스턴에서 혼자 살고, 연구를 하면서 더 심해졌던 거 같다.

반면, 나는 내 생각과 느낌을 필요 이상으로 말하는 성격이었다.

좋은 건 물론이고 나쁜 것도 말했다.

생각과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결혼 이후에도 우리 사이에 꾸준히 등장했다.

그는 이후로도 종종 표정을 굳히고 입을 닫았고, 그런 그를 보며 나는 답답해 죽을 뻔했다.

하지만 말로 하지 않으면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결국에는 대화를 통해 어떤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말로 전할 건지 알아가야 했다.

부부에게 말이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marc-a-sporys-NO8Sj4dKE8k-unsplash.jpg



keyword
이전 01화하버드 결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