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비행기

믿음과 불신

by 요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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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두 달 후에 신혼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하와이 오하우.

보스턴에서 출발해 중간에 한 번 경유를 하기로 했다.


나는 화장실을 자주 가는 편이다.

그래서 비행기를 탈 때면 최대한 통로 쪽 좌석을 선택한다.

미국에서 비행기를 여러 번 타본 경험으로는 종종 나도 모르게 좌석이 변경된다.

인터넷에서 티켓을 예약할 때 좌석을 지정했더라도,

반드시 공항에서 체크인할 때 한 번 더 확인해봐야 한다.

특히 6시간 이상 장시간 비행의 경우, 나는 더 통로 쪽 좌석을 확보하는데 집착할 수밖에 없다.

혹여 체격이 큰 사람이 바깥쪽에 앉게 되면, 불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남편은 그렇지 않다는 데 있었다.

그는 자기 일이 아니기 때문에 좌석 확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몇 번이나 '통로 쪽 좌석의 중요성'을 강조했음에도 그는 간과해 버렸다.

그리고 사건이 벌어졌다.

그가 경유하면서 받은 티켓은 세 좌석 중 창가 쪽 좌석과 가운데 좌석이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바깥 좌석에는 우려했던 그 체격이 큰 미국인이 떡 하니 앉아있었다.

당연히 나는 남편에게 화가 났다.

내가 여러 번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직원에게 좌석을 확인하지 않고 그녀가 주는 대로 비행기 표를 받아왔다.

심지어 나는 남편이 못 미더워 티켓을 받기 전에 한 번 더 물었었다.

"아일 쪽 좌석으로 달라고 해요."

그러자 남편이 대답했던 거다.

"직원이 알아서 줬겠죠."

알아서 주긴 퍽이나. 중간에 앉은 나는 얼굴이 굳어졌다.

남편은 처음엔 가시방석에 앉은 듯 안절부절못하다가 잠시 후 언제나처럼, '아.... 어쩌죠. 금방 가겠죠...'라고 얼버무렸다.




여기에는 사람에 대한 그와 나의 근본적인 생각 차이가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실수를 하는 게 기본값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은 사람들이 알아서 잘한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그 생각이 바뀌긴 했지만.)

그래서 나는 내가 원하는 게 있으면 수시로 그 일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상대방이 짜증 날 정도로 몇 번이고 이메일과 전화를 해서 잊지 않도록 상기를 시켜준다.

더욱이 미국에서는 '사람은 실수를 하는 게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건지, 한국에서보다 일처리에 실수가 많았다. 그 결과 나는 사람들을 잘 믿지 않았다.

반면, 남편은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지 않으려고 했다. 자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상대도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믿었다.


덕분에 9년 동안 남편은 뒤통수를 많이 맞았다.

믿고 있다가 손해를 보는 일이 여러 번 생기자, 나처럼 여러 번 확인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내 분노도 한몫을 했다.

내가 "그거 한 번 확인해 봐요." 했는데, 무시했다가, 나중에 일이 터졌을 때, 온전히 내 격노와 금전적, 시간적, 정신적 손해를 자신이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남편들은 시간과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운다.

와이프 말은 일단 듣는 게 신상에 좋다는 걸.

자신이 선택한게 잘못되었을 경우에는 짊어질 짐이 훨씬 무겁다는걸.

대신 와이프가 결정하고 일이 어그러지면, "괜찮아."라는 말로 평화롭게 넘어갈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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