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챕터가 바뀌는 순간
7년째 걷는 길.
7년째 걷는 길.
로드아일랜드의 베너핏 스트리트.
이곳에 있는 건물들은 100년이 훌쩍 넘었다.
이 길을 걸을 때마다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베너핏 스트리트는 다운타운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있는데, 이곳을 컬리지 힐이라고 부른다.
미국 아이비리그 학교 중 한 곳인 브라운 대학교와 미술계의 하버드라고 불리는 리즈디 미술 대학이 있기 때문에 '컬리지(대학교) 일(언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베너핏 스트리트에는 법원 후문, 아테네움 라이브러리, 리즈디 뮤지엄, 교회, 한식당, 오래된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
언뜻 보면 조용한 듯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차가 지나다닌다.
7년 전 프로비던스로 이사 온 이후로, 나는 이 길을 남편과 함께 손을 잡고, 만삭에도 걷고, 유모차를 밀며 걷기도 했다. 아들, 나단이가 걸을 수 있게 된 후로는 나단이와 이 길을 주로 걸었었다.
우리가 살던 아파트는 베너핏 스트리트가 끝나는 지점에 있었다. 그래서 남편을 만나러 브라운 대학교에 가거나 우리가 즐겨가던 한식당에 가거나, 라이브러리에 갈 때는 나단이와 함께 이 길을 걸었다.
한창 호기심이 많은 나단이와 이 길을 걸을 때면, 혼자서는 5분이면 걸을 길에서 20분이 넘도록 머물렀다.
나단이는 길가에 있는 작은 분수를 보는 것을 물론이고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왜 굳이 저걸 보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흙과 개미들을 신기하게 보고 있었다.
나단이가 2돌쯤이 되었을 때, 우리는 가까운 교외에 있는 단독주택을 구입해서 이사를 갔다.
이후로는 나단이와 그 길에 한참을 쭈그려 앉아 있는 일이 없어졌다.
당시에는 '아, 오늘도 얼른 가야 하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네.' 하면서 지루해했었는데, 막상 그럴 일이 없어지고 나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내일도 할 것 같았던 일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의 인생의 한 챕터가 닫히는 것 같다.
이제 나는 이 길을 매주 토요일에 혼자 걷는다.
토요일마다 리즈디 뮤지엄의 가까운 곳에 차를 세우고 이 길을 잠시 걸어 뮤지엄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지금은 이번주도 다음 주도 계속될 것 같은 나의 일상이 언젠가는 끝나고 다른 일상으로 대체되겠지.
그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그 일상을 지금보다 더 좋아할까? 아니면 지금을 그리워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