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生' -에밀 아자르- & '플로리다 프로젝트' -션 베이커-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자기 앞의 生>. 그리고 뉴욕타임스 2018 올해의 영화로 선정된 션 베이커 감독의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함께 보았다. 두 작품은 어떤 구석이 닮아 있는 것일까?
마음껏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놀이터에서 뛰어놀 나이인 모모와 무니. 그러나 그들의 현실은 창녀라 불리는 여자의 자궁에서 태어나 흔히 밑바닥 인생이라 불리는 삶을 살아간다.
옛말에 어릴 때 고생하면 일찍 철이 든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모모는 자기가 끔찍이 사랑했던 강아지의 행복을 위해 부잣집에 보내고 송아지처럼 엉엉 운다. 하지만 정작 모모 자신은 양자의 길을 택하지 않는다. 대신 사랑하는 로자 아줌마를 책임지기 위해 마지막까지 곁에 남는다. 그리고 아줌마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묵묵히 해낸다. 무니 역시 화장실 너머로 엄마의 매춘 행위에도 모른 척 커튼을 닫고 숨을 죽인다. 그 일에 대해 엄마에게 묻는 일은 단 한 번도 없다. 결국, 이웃들의 신고로 입양 보내져야 하는 상황에서 무니는 친구와 함께 디즈니랜드로 도망친다.
아이라고 해서 그 상황이 무엇인지 알지 못할까? 더 나아가 배려가 무엇인지, 용서가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정말 모를까? 기억에 의하면 어린 시절의 나는 지금보다 더 선명하게 알고 있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이기심과 욕망의 먼지가 앉아 시야가 흐려진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명상이나 기도, 독서나 자아 성찰 같은 행위를 하는 것도 영혼의 눈을 깨끗이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래서 세상과 사람을 있는 그대로 더 잘 바라보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작가와 감독이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삶을 보여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라고 생각한다.
작품 속 아이들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반문한다.
"창녀의 엄마 밑에서는 내가 배울 것이 없고, 오히려 삶에 악영향만 미친다는 생각은 누구의 관점인가요?"
사람들이 말하는 밑바닥 인생에서도 사랑과 용서와 배려를 배워가는 아이를 통해, 우리는 하나의 자로 모든 것을 잴 수 없다는 삶의 진리를 배우게 된다.
무니는 친구와 함께 구걸하며 공짜로 얻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왜 이 나무를 좋아하는지 알아? 쓰러졌는데도 계속 자라서."
모모는 늙고 병들어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로자 아줌마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무척 차분해 보였다. 다만 오줌을 쌌으니 닦아달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던 것 같다.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p.275)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