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인터널브랜딩>,최지훈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우리가 이곳에 모여 얼굴을 마주한다.
슬픔. 기쁨. 분노. 질투의 표정이 교차하며 바다의 울음소리를 낸다.
쏴아- 쏴아-
밀물과 썰물처럼 서로를 밀어내고 다가가며 부서지는 행위를 반복한다.
그렇게 우리는 성난 바다의 얼굴을 하고 있다.
<광장, 씀-둘일 글쓰기 벙개에서>
얼마 전 광장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연 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 기념전-에 클럽 멤버들과 다녀왔다. 어느덧 우리는 4계절의 변화를 함께 지켜보고 있다. 그 사이에 다양한 사람들이 광장처럼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새로운 시즌이 문을 열 때마다 클럽 소개글에 변화를 주었다. 그러나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모든 것은 변하지만,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시 말해, 계절도 변하고, 소개글도 변하고, 멤버들도 변했지만, 내가 파트너를 맡고 있는 클럽 고유의 가치와 정체성은 변함이 없다. 자신의 세상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을 끌어 모으는 일, 서로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일, 자신을 잃지 않도록 서로가 격려하는 일, 그래서 더 나은 우리로 성장하는 일. 이것이 내가 독서모임에서 4개의 파트너를 맡아 활동하는 이유다.
또한, 각 클럽의 성향에 맞게 동료들과 이야기하며 토론 형식도 바꿨다. 책이 아닌, 서로의 독후감에 대해서만 토론한다든지, 벙개도 뒤풀이도 없이, 4시간 동안 단 5분만 쉬고 오직 영화와 책에 대해서만 토론한다든지 하는 변화를 시도했다. 결과는 만족이었다. 그러나 그 방법을 계속 고수할 생각은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제 맛을 낼 테니, 한 시즌이 끝나고 새 멤버가 들어오면 또 다른 창의력을 발휘해 변화를 도모할 것이다.
<그래서, 인터널브랜딩>을 쓴 최지훈 인터널브랜딩 담당자는 우리와 같은 사람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헌신적인 사람은 게임의 규칙에 따라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는 게임을 책임진다. 만약 게임 규칙이 비전 달성에 방해가 된다면, 규칙을 바꿀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낸다. 순종은 비전(변화)을 받아들이고, 헌신은 비전(변화)을 만들어냅니다. (p.105)
비전과 핵심가치는 실천의 대상이고 조직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조직문화이자 DNA가 돼야지, 홈페이지에 올리는 선전문구가 아니다. (p.98)
2020년 새롭게 시작하는 클럽에 어떤 성향의 멤버들이 들어와, 또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소리를 내게 될지 설렌다. 무엇보다 한 해가 바뀌는 동안 어떤 동료가 내 곁에 남아 친구가 되어갈지도 궁금하다.
이 곳에 모여 함께 같은 책을 읽고, 생각하고, 쓰고, 말하면서 '나'에게 갇힌 생각을 '우리'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친구.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하여 모르는 곳으로 넘어가려는 용기를 발휘하는 친구. 그리하여 '여기'에 있던 나를 '저곳'으로 끌고 가며, 보이고 만져지는 곳에서 안 보이고 만져지지 않는 세상으로 옮겨가려고 몸부림 칠 수 있는 친구. 익숙함에서 과감히 이탈하여 아직 열리지 않은 낯선 세상으로 발은 내딛는 친구와-나도 그런 친구로- 함께 삶을 여행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 종착지에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참으로 우리 다운 삶을 살았다."는 말을 주고받으며 웃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인생은 리허설도 없이 한 번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