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지독히도 외로운 날
지금 이 길이 맞는 건지 정말 잘 살고 있는 건지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정신 나간 행동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두려움에 짓눌려
나약해진 자신을 마주하는
그런 비참한 날이 있다.
주변 친구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보지만
정작 비참해진 마음은 위로되지 않는
그런 외로운 날이 있다.
살을 부비며 피를 나눈 가족조차
남들보다 더 심한 말로 상처를 주고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하게 구는
그런 괴로운 날이 있다.
울어도 울어도 씻겨 내려가지 않고
자고 또 자도 잊히지 않고
마시고 마셔도 해소되지 않고
달리고 달려도 떨쳐지지 않는
지독하게도 슬픈 날이 있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도 있잖아.
인간은 태어나서 죽는 그 순간까지
지독히도 외롭고 쓸쓸한 존재지.'
누군가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답답한 마음에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수 많은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지만
이 중에서도 온전히 내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더욱 외로워진다.
그 순간 한 통의 메시지가 온다.
'정직하게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
너무나 힘들고 괴로운 현실 앞에서
너덜너덜해진 옛 직장동료가 보내온 문자 한 통.
그러나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잠깐의 말벗이 되어 주는 것뿐이다.
그 순간 또 한통의 메시지가 온다.
친구가 애인이랑 방금 정리했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의 밤하늘엔 달이 두 개나 떠 있었다.
달달한 밤.
그러나 오늘부로 칠흑 같은
어둠의 밤이 시작되었다.
그 순간 지인에게 전화가 걸려 온다.
서로의 인연이 얽히고설켜
함께 웃지 못했던 옛 추억을 꺼내며
다시금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본다.
늘 잠잠하던 전화기 었는데
오늘 따라 북적거린다.
그렇게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또다시 아침에 눈이 떠진다.
오늘 하루도 시작이구나.
그래. 너무나 쉽게 변하는 사람에게
의지하지 말아야지.
독립적인 존재로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오직 신에게만 의지하며 살아가야지.
그 순간 내 안의 누군가가 불러 세워 다독인다.
'얘야. 고집 그만 부리자.
고집부리면 부릴수록 힘든 건 네 자신이란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나는 새들을 바라보아라.
그들에게 잘 못된 하늘이란 없다.
새들이 나는 그곳이 바로 새들의 길이다.
이와 같이 인간의 발끝이 닿는 곳마다
인간의 길이 될 것이다.
미지의 세계는 누구의 발자국도 닿지 않은 곳이다.
용기 있는 자만이 새로운 길을 발견해 낸다.
그러니 이 길이 맞는 것인지 두려워하지 마라.
고개를 들어 주변의 건축물들을 둘러보아라.
하나의 돌멩이가 또 다른 돌멩이에
기대지 않을 때 건축물은 무너진단다.
사람 사는 모습도 이와 같단다.
人 사람인 자를 보렴.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지탱하면서
바로 서 있을 수 있는 거란다.
사람은 결코 혼자서 완성될 수 없으며
천국은 혼자서 들어갈 수 없단다.
천국은 너희 마음 안에 있으며
천국은 인간관계 안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네 아픔을 누구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어 외롭고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정을 붙이고 사는 게 인간이란다.
우리가 인생의 아픔이 아니면
무엇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속 깊은 말을 나눌 수 있겠니?
자랑? 잘난 척? 허세?
얘야. 그런 것들로는
진정으로 서로가 친해질 수 없단다.
그런 것들로는
인간과 신神 조차도 친해질 수 없다.
서로를 가깝게 만드는 것은
저마다 품고 있는 세월의 아픔이란다.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낸 듯한
아픔만을 통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그 관계 안에는 참된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더욱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인간이 더욱 신을 닮아가도록 만드는 것은
자신의 아픔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자세이며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는 사랑이란다.
그렇게 저마다의 아픔을 치유한 기억을
서로에게 나누는 마음에
세상은 위로와 격려라는
따뜻한 이름을 붙여준다.
그리고 가슴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읽어낸단다.
살다 보면 친한 친구도 사랑하는 연인도
피를 나눈 형제도 함께 사는 가족도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반려동물 조차도
온전히 너희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지랄 맞은 날이 있다.
남들은 모두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자신 혼자만 힘든 것처럼 느껴지는 외로운 날.
모두가 그런 비슷한 날을 맞이한단다.
너희가 타인의 웃음 뒤에 숨겨진 눈물을
발견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아픔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 탓이다.
사랑이란 그런 자신의 아픔을 넘어
곁에 있는 사람의 애써 지은 미소 속에
감추어진 눈물을 발견하는 일이란다.
지금 이 순간.
강하고 씩씩한 철가면을 쓰지 않고도
지치고 힘든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어도
안심이 되는 존재가 서로의 곁에
함께 있다는 것을 손을 내밀어 확인하거라.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기댈 수 있도록 어깨를 내어줄 때
너희는 온전히 하나의 인간으로
세상에 바로 설 수 있게 될 것이다.
- Good Book과 이야기의 연결고리 -
*사람들이 제게 온종일 "네 하느님은 어디 계시느냐?" 빈정거리니 낮에도 밤에도 제 눈물이 저의 음식이 됩니다. (시편 42,4)
*하느님 나라가 오는 것을 눈으로 볼 수는 없다. 또 '보아라, 여기 있다.' 혹은 '저기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느님 나라는 바로 너희 가운데 있다." (루카 복음서 17, 20-21)
*인간이 마음으로 앞길을 계획하여도 그의 발걸음을 이끄시는 분은 주님이시다. (잠언 16,9)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십시오. 그러나 서로 사랑하는 것은 예외입니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완성한 것입니다. (로마서 13,8)
*누가"나는 하느님을 사랑한다."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면, 그는 거짓말쟁이입니다. 눈에 보이는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요한 1서 4,20)
*지금까지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됩니다. (요한 1서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