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냥 내가 되기로 했다> Prologue.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어릴 때 어른에게 항상 듣던 말이 "커서 훌륭한 사람이 돼라"였다. 예나 지금이나 어른들이 말하는 훌륭한 사람이란 대체 뭘까? 어느덧 그들과 똑같은 어른이 된 지금,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 되라고 말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16년. 모두가 잠든 밤 5살 조카 진욱이에게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이는 놀라운 대답을 했다.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아. 크면 형아가 될 거야. 진욱이가 될 거야."
보통 5살 아이들은 자신이 환호하는 만화 주인공이나 좋아하는 동물이 되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는데 진욱이의 대답은 의외였다. 그 당시 아이의 대답을 듣고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어째서 5살 아이의 대답에 큰 위로를 받았을까.
지난 2017년. JTBC <한끼줍쇼> 프로그램에서 이효리가 한 발언은 지금도 회자가 되고 있다. 지나가던 초등학생 여자아이에게 "어른이 되면 어떤 사람이 될 거예요?"라고 강호동이 질문하자, 이에 이경규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효리가 "뭘 훌륭한 사람이 돼? 하고 싶은 대로 그냥 아무나 돼."라고 말한 장면이다.
당시 화면 속 어른들의 대화에 초등학생 아이는 웃기만 했는데, 이효리 대답에 공감하며 위로가 된다고 말한 사람은 정작 화면 밖 어른들이었다.
지금까지 세상은 반드시 어떤 사람이 되어야지만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했다. 사회에서는 더 높은 자리, 더 높은 연봉, 남들이 인정하는 인재가 되어 남들 보란 듯이 잘 살아야 한다고 서로에게 속삭였다. 가정에서는 완벽한 아빠와 엄마, 좋은 며느리와 사위, 말 잘 듣는 효자, 효녀가 되어야 했다.
게다가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없을 때는, 마치 어딘가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스스로 느끼게 했다. 반대로 늘 무언가 하고 싶고, 무언가 되고 싶고, 무언가 이루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열정 페이를 주었다. 그런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으로 누군가는 돈을 챙겼다. 아.... 내 돈.
하지만 5살 아이의 생각은 달랐다.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를 간절히 꿈꿨다. 누구든지 아이처럼 되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던 예수님의 말씀이 바로 이 뜻이었구나. 싶어 내 무릎을 탁! 쳤다.
진짜 훌륭한 사람이란 '세상 기준에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나답게 사는 사람'이 아닐까. 그래서 한 번뿐인 인생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나는 그냥 내가 되어 살기로 했다. 아.... 개운해.
인간은 누구나 자기 존재 자체로 존엄하다. 비록 내가 계획하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슬퍼지더라도, 여전히 나는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진실을 믿기로 했다. 10만 원짜리 지폐가 구겨졌다고 10만 원의 가치를 잃는 것이 아니듯, 인생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받아도 내 가치가 변질하는 것은 아님을 기억하기로 했다.
오히려 세상의 부귀영화를 얻고도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비극일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나답게 사는 것이 나이가 들수록 참 어렵다. 나는 괜찮은데 주변에서 좀처럼 가만 놔두지를 않는다. 그래서 괜찮았던 기분이 괜찮지 않아지려고 그런다.
사회적 인간에게는 남들의 시선과 세상의 잣대를 무시하며 산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특히 체면과 '우리'라는 집단 문화를 중시하는 대한민국에서 나답게 살기란 더욱더 어려운 것 같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라는 말로 끊임없이 서로를 간섭한다. 그래서 다들 죽을 때 비슷한 후회를 하는지도 모른다.
이 문제에 관해서라면 외국 사람들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간호사 브로니 웨어는 수년간 호주 호스피스에서 환자들을 보살피면서 임종 직전 그들의 깨달음을 메모해 두었다. 그리고는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라는 책을 썼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책을 소개하면서 사람이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5가지가 있다고 했다.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이 기대하는 삶을 산 것 ▲일을 너무 열심히 한 것 ▲관계가 어색해 질까 봐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은 것 ▲오랜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지 못한 것 ▲변화를 두려워해 도전하며 즐겁게 살지 못한 것
누군가가 또 내 인생에 간섭하려고 하면 이 글을 보여주고 싶다. 갑자기 내 편이 (아쉽게도 모두 하늘나라로 장기 출장을 떠났지만) 많아진 것 같아 기분이 괜찮아지려고 한다.
나는 내가 애틋해서 행복하길,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나답게 살아가길 희망한다. 앞으로도 하나뿐인 나를 소중히 여기며 살고 싶다. 뭐, 가끔 나 자신이 미울 때도 있겠지. 그러나 다시 누구보다 사랑할 거다. 먼저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을 테니까.
이 책은 나를 잃지 않고, 오직 내가 되기 위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이 글을 읽게 될 누군가에게도 작은 위로와 용기가 된다면 좋겠다. (여기 당신과 같은 사람이 또 살고 있습니다~!라는 증거로 손을 힘차게 흔들어 줄 테다) 그게 아니라면 잠시라도 읽고 '유쾌한 사람이네'하고 하하하! 웃어넘겨도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