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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드 Oct 24. 2020

책을 출간하며

알자배기 초등 복습 비법

책을 내게 되면 어떤 글로 소식을 알리게 될까 많이도 상상했었는데요

정작 책을 낸 지난 월요일부터 어제 금요일까지는 어떻게 지냈나 싶을 정도로 학교일이 바빠 글쓰기를 꾹 참아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책을 내고 쓰는 첫 글을 쉽게 쓰고 싶지는 않았기에, 주말이 시작된 오늘에야 라떼 한 잔을 만들어와 글을 시작합니다.


2020/10/19일 월요일로 지난 5년여 동안 품고 고쳐오던 원고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제목은 '알자배기 초등 복습 비법'입니다.

이 책은  알자배기라는 저희 학급의 급훈을 딴 제목처럼 학급에서 아이들과 살다 보니 필요가 생겨나 구상하게 된 책입니다. 제가 필력이 있어서 책을 쓰게 된 것이 아니라 책의 필요가 크다 보니 없던 필력을 만들어 쓰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때는 처음 6학년 담임을 맡던 2016년으로 거슬러올라 갑니다. 힘들어도 선생님과 제자로 제일 오래 기억된다는 6학년 담임을 해 보는 것이 로망이었던 저는 커다란 6학년 아이들이 그렇게 이뻐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쁜 만큼 아이들이 수동적이고 생기가 없는 것이, 공부 때문에 힘들고 불행한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이 불행의 원인은 아이들이 공부의 즐거움을 제대로 느껴 보기도 전에 공부를 경쟁과 생존의 프레임으로 만들어 제공한 어른들에게 있다는 생각에 큰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해결되지 못한 하나의 숙제가 있었는데요

그것은 초등학교에서 공부를 즐겁게 해도 장기적으로는 결국 공부를 잘해서 생존하지 못하면 즐거운 공부가 다 소용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고학년 즈음에는 공부의 즐거움에 대한 논의는 잊고 부모든 학생이든 고행의 입시 공부를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상담 오시는 부모님들의 고민도 결국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공부가 생존인 마당에는 학생의 주도성, 공부의 즐거움 등은 설자리가 없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불행해도 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면 학생들에게 '즐겁게 공부하면 돼,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면 돼'라고 말할 수 없기에, 저는 학습 전략서부터 학자들이 쓴 공부에 대한 사색, 입시에 관한 책까지 공부 책을 무수히 사 모으고 읽었습니다. 


그러던 끝에 저는 자기주도학습으로 자기 공부와 생활을 잘 끌어온 학생이 성공에 이른 사례들을 보게 되었고 제자들을 통해서도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공부에 대해 먼저 고민했던 많은 저자들의 이야기와 공부에 대한 저의 경험들을 모아 결국 흐릿했던 저의 생각을 또렷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지금 배우는 공부 하나를 소중히 여기며 깊어지도록 공부하는 것이 

공부가 좋아지고 학습자가 행복해지는 길인 동시에 

입시와 경쟁으로 점철되는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서 성공적인 공부를 해낼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공부


라는 사실입니다. 


철이 나고 입시를 새로 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고등학교 지식이 참 유용한 지식이며 깊이 있고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국어, 수학, 과학, 영어 등의 여러 과목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고 비록 입시 때문에 공부하는 것이지만 제게 새로운 안목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당장 곧 수능을 봐야 하기에 모의고사에서 몇 점을, 몇 등을 했느냐도 중요했지만 평소 공부하는 순간 만큼은 1점을 올리자, 옆 친구를 이기자는 마음으로 공부한 것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공부 내용을 어떻게 하면 의미 그대로 깊이 이해할 수 있을까가 관심사였습니다. 그 과정은 질문하며 답하고 탐구하고 알아내는 과정이었고 남들은 알 수 없는 특별한 기쁨이 있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공부하고 나니 저는 어느덧 훌쩍 자라 있었고 이전보다 높은 산등성이에 올라와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의 스승이 되었던 많은 친구들, 제자들을 관찰하고 선배들의 책을 읽은 끝에 저는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기쁨, 이런 공부 방식은 오직 저만의 방식이 아니라 저보다 더 탁월하고 행복하게 공부했던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추구한 공부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런 기쁨은 학자가 아니라도 공부하는 모든 학습자에게 일상이 될 수 있으며, 그렇기에 내 옆에 있는 친구가 경쟁상대가 아닌 서로의 성장을 도우며 함께 학업을 이루어가는 '학우'가 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공부하자면 저는 이와 같은 원리가 공부를 시작하는 초등학생들에게 꼭 깨우쳐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되는 많은 어른들이 같은 방식의 공부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은 제게 없는 필력을 만드는 힘이 되었고 결국 책이 될 수 있었습니다.


복습은 일종의 방법입니다. 학습자가 초등학생임에도 공부가 깊어지게 하는 방법, 배운 것을 소중히 여기는 방법, 그리고 공부로 나를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옆의 친구와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지요. 

복습을 하면 초등학생이라도 공부가 깊어지고 즐거워지고 의미 있어짐을 실제로 독자분들이 경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책은 이런 일련의 내용은 거두절미하고 바로 복습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초등교육과정에 충실한 복습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등 교사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학습자로서  품었던 저의 생각에 공감하시는 독자분도 또 그렇지 않은 독자분도 계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 책의 근본이 되는 제 생각에 공감하시는 여부와 상관없이,  책이라면 마땅히 어떤 형태로든 독자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어야 의미가 있기에, 공부의 가치와 전략 두 가지 면을 모두를 담을 수 있도록 부족하나마 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만들었습니다.

아무쪼록 저의 책이 책을 읽으시는 모든 독자분들께 어떤 형태로든 의미와 도움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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