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반대로 가세요?

“산티아고로 가는 중이에요”

오늘도 느릿느릿 걷는데 출발지를 향해 걷는 제임스를 만났다. 모두 목적지인 산티아고로 향하는 데 반대로 가는 사람을 만난 건 처음이었다. 어디를 가냐고 물으니 산티아고로 간다고 했다. 아무래도 길을 잃은 것 같아 그 방향이 아니라고 말해줬다. 그랬더니 빙그레 웃으면서 맞다고 한다. ‘아….! 꼭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만 가는 게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 아닌 거구나!’ 제임스의 미소를 보고 무슨 말인지 한 번에 알아차렸다.


제임스의 말을 단번에 이해한 사람은 내가 처음인지 신기해하며 셀카를 찍자고 한다. 그리고 제임스는 쿨하게 반대로 걸어가는 길을 향해 걷는다. 나는 제임스에게 소리쳤다. “당신이 가는 그 방향이 맞아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만나요!!” 나는 안다. 방향이 다르지만, 목적지에서 만날 거라는 것을. 물론 그 목적지도 다르겠지만.


이 길에서는 꼭 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 이유는 없다. 각자의 길이 있을 뿐이다.


노란 화살표만 따라온 길에서 진짜 중요한 건 화살표를 쫓는 게 아니라는 걸 배운다. 인생에서도 정작 중요한 건 누군가 정해놓은 목적지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게 됐는지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