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힘이 누군가에게 닿기를
‘32.9km’ 누군가와 함께 걷지 않고 혼자만의 속도로 걸은 가장 긴 거리다. 서리 내린 새벽 풍경이 예뻐서, 해가 뜬 후 하늘이 참 푸르러서 생각 없이 자연과 함께 걸었던 날이었다. 도착할 마을 혼타나스에 거의 다 왔을 때 누군가 작은 돌멩이를 모아 “힘내”라고 쓰인 글을 봤다. 낯선 땅 스페인에서 심지어 한국어로 적혀 있었다. 오늘이 첫날이었다면 이 단어를 발견했을까? 빨리 지나가느라 뭉개고 가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큭큭 웃음이 났다.
오늘 하루 잘 걸어낸 나에게 큰 힘이 됐다. 내 속도로 걸어도 힘든 사실은 변함없으니까 누군가 만들어 놓은 두 글자에 따뜻한 위로가 된다.
며칠 후 길을 걷는데 오랜만에 고비가 왔다. 도저히 걷고 싶지 않고, 감정도 내 안에서 뒤섞였다. 이유를 모르니깐 해결할 수도 없었다. 그때 누군가 돌멩이로 써놓은 두 글자 ‘힘내’가 머리를 스쳤고 주저앉아 정신없이 돌멩이를 모으기 시작했다. “힘!”이라는 단어를 완성했다. 스스로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이자, 뒤에 걷는 나와 같은 누군가를 위한 메시지였다. 혼타나스에서 ‘힘내’라고 적었던 사람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지나가는 외국인 아주머니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한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팔꿈치를 구부려 위아래로 흔들며 말했다. “부엔 까미노!!!!!!!, 아자아자!!!!!” 호탕하게 웃으시며 사진을 찍으시더니 지나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