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에 왜 왔어요?”
순례길에서 가장 바보 같은 질문은 “왜 순례길에 왔어요?”라고 생각했다. 오늘 이렇게 생각하는 나는 불과 몇 주 전에 바보였다. 만나는 사람마다 물었다. “왜 순례길에 왔어요?, 와보니까 어때요?, 벌써 두 번째라고요? 왜 또 왔어요? 또 올 거라고요!?” 물어본 사람마다 모두가 다 다른 답을 얘기해줬다.
그런데 왜 이곳에 왔는지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사람들이 왜 이 길을 걷는지 수많은 답을 꼭 지금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바보같이 내가 나를 차고 싶어서 이 길에 와놓고, 혼자 못 찾으니깐 다른 사람에게서 답을 찾으려고 했다. 하나 기억도 못할 거 면서.
‘나는 이 길에서 진짜 나를 찾았나?’
‘모르겠다.’
779km를 언제 다 걷나 했는데 이제 남은 거리가 걸어온 거리보다 짧다. 벌써 마음이 찡하다. 이런 순간이 또 오지는 않겠지. 한 달 넘게 내 안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꽤 긴 시간이었다.
순례길에는 답이 없다.
지금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 수많은 일들
꼭 지금이 아니어도
그 언젠가 알게 된다
그게 하루
일 년
아니 십 년
어쩌면 영원히 모를 수도 있지만
애초에 답은 없었을 수도 있다
지금 벌어진 일을 바라보는 나에게 답이 있으니까
결국 생생히 삶을 살아본 사람만이
그 해답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순례길에서 찾은 나만의 속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