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ancing
나는 균형 잡는 자세에 굉장히 취약하다. 타고난 가는 발목, 20대 때 무리하게 신은 하이힐로 변형된 발가락,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으로 인해 틀어진 골반 등 여러 원인이 있다. 기본적으로 하체가 약하다. 학교 다닐 때 계단에서 자주 넘어져 무릎과 정강이에 멍이 든 날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도 계단에 난간이 있으면 반드시 잡는다.
아쉬탕가 요가의 스탠딩 시퀀스 중 웃티타 하스타 파당구쉬타아사나(Urrhita Hasta Padangusthasana) 라는 자세가 있다. 한 다리로 서서 손을 뻗어 발가락을 잡는 자세라는 뜻으로 굉장히 역동적인 아사나이다. A~D까지 있는데, 골반의 수평을 유지하며 한 다리로 지탱한 상태에서 이어진다. A는 한 다리를 정면으로 곧게 뻗어 엄지발가락을 잡고 눈 높이까지 들어올린 상태에서 다섯 호흡을 하고, B는 그 뻗은 다리를 측면으로 돌려내고 시선은 반대쪽 먼 곳을 바라보며 다섯 호흡을 한다. C는 A로 돌아와 한번의 호흡을 하고 D는 두 손은 허리를 잡고 다리만 뻗은 채 다섯 호흡을 하는 것이다.
이 자세는 다리, 발목, 코어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되고 균형 감각 및 집중력 향상에 좋다. 지탱하는 다리가 바닥을 단단히 누르는 만큼 반대쪽 다리를 들어올릴 수 있다. 이 자세를 통해 수련을 발전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데, 숙련자는 D에서 다리를 거의 160도에 가깝게 높이 뻗어 올린다. 나의 경우 90도도 겨우 유지하는데 이때 허벅지가 타 들어 가는 느낌을 받는다. 그날의 몸 컨디션이 어느 정도인지 이 자세를 통해 바로 드러난다. 그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잤거나 조금이라도 집중이 안 되는 날이면 금방 균형을 잃어 뻗은 다리가 떨어진다. D에서 균형을 잃을 경우 다시 자세로 돌아가는 것은 정말 죽을 맛이다. 균형은 언제든 깨질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잃어버렸던 그 밸런스를 포기하지 않고 다시 찾아 가는 용기이다.
얼마 전 유키즈라는 TV 프로그램에 균형의 황제 밸런싱 아티스트 변남석씨가 게스트로 출연해 손끝의 감각으로만 사물의 중심점을 찾아 세워지지 않을 것 같은 물체들을 세우는 모습을 봤다. 심지어 기울어진 일자 사다리 위에 유재석도 세워버렸다. 전공이 체육학인 그는 몸으로 중심을 잡는 각종 운동을 즐겼다고 한다. 남산 꼭대기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내려올 정도라니 균형 유지능력이 대단한 분이다.
밸런싱 아티스트는 못되더라도 삶의 매 순간 잃어버리는 내 몸과 마음의 균형 상태를 인지하고 다시 찾아가는 용기를 잃지 말자. 순간 순간의 밸런싱이 오래 이어진다면 몸과 마음이 더욱 강화되고 유연해지는 균형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옴 샨띠, 샨띠, 샨띠, 나마스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