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내 꿈은 ‘할머니 요기니(yogini)’

by 서빈

강의가 시작되자마자 원장님은 과제를 체크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교육생들 또한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틈틈이 생각하는 한 주를 보냈으리라. 모두가 긴장한 가운데, 원장님과 가장 처음 눈이 마주친 한 분은 ‘자기가 현재 하는 일에서 성공을 하는 것’이라는 답을 했다. 원장님이 “그러고 나면은요?”라 되물으셨지만, 그 분은 더 이상 답을 이어가지 못했다. “구체적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하루하루에 충실하고 싶다.”고 답한 분도 있었지만, 이 또한 질문의 의도와는 무관한 답이었다. 결국, 우리 모두는 다시금 똑같은 과제를 안고 집에 돌아와야 만했다.



이에 따르면, 나도 오답을 가져갔음이 분명하다. 내가 쓴 대본을 가장 먼저 읽어주고, 요가 수련을 함께 하며 잠들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 내가 바라는 희망의 단편적 상황에 불과하다. 만약 내게 “그 이후 에는요?”란 질문이 왔다면, 그저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죠.”와 같은 추상적인 답변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나도 다시금 생각해봐야만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내 생애 이루고 싶은 이상을.



그러다보니 문득 ‘꿈’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대학생 때 까지만 해도, 주변 어른들이나 친구들로부터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꿈’이라는 말이 지닌 무게감 때문인지, 그 질문이 내겐 보통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러다 일을 시작하고 서른이 넘으며, 이상하게도 그 질문을 단 한 번도 받아 본 적이 없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건데, 꿈을 ‘직업’과 같은 의미로 해석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학창시절, 장래희망 칸에 ‘선생님, 의사, 변호사’등의 직업을 써놨던 경험이 축적되며, 어느 순간 우리에게 ‘꿈=직업’이 돼버린 것이다. 그런데, 진짜 그럴까.


미국 뉴욕의 요가원 ‘The Shala’


꿈의 사전적 의미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의미는 잠을 잘 때 꾸는 꿈. 두 번째는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세 번째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헛된 기대나 생각이다. 어디에도 ‘직업’에 대한 언급은 없다. 물론, 두 번째 의미에 억지로 끼워 맞출 순 있겠지만, ‘직업’이란 한 단어는 꿈이 지닌 넓은 의미를 포괄하지 못한다. “인생 드라마를 한 편 써낸 ‘드라마 작가’가 된 이후 에는요?”란 질문에 딱히 뭐라 답할 말이 없어지듯이.



정답을 찾고 싶던 그때, 뉴욕 요가 여행이 생각났다. 2018년 5월, 나는 구루지 파타비조이스의 딸 ‘사라스와티 조이스’의 USA 투어를 신청해, 뉴욕 요가원의 마이솔 클래스에 꾸준히 나갔었다. 지나고 보니, 그녀를 만난 순간도 좋았지만 긴 시간 함께 수련 한 요기(yogi, 요가 수련자)들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요가원엔 남녀를 불문하고 50~70대(로 추정되는)분들이 많았다. 더 놀라운 건, 그분들이 아쉬탕가 프라이머리 시리즈가 아닌 인터미디어트(2단계)나 어드밴스드(3단계 이상)를 수련한다는 점이었다.

미국 뉴욕의 요가원 ‘The Shala’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는 총 여섯 시리즈로 구성되어있다. 선생님께 여쭤보니, 전 세계적으로 숙련자들도 보통 3~4단계를 수련 중이라고 한다.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는 프라이머리 시리즈부터 수리야 나마스카라(태양 경배), 전굴, 비틀기, 후굴, 들어올리기, 머리서기 등 유연성 뿐 아니라 근력을 상당히 요하는 자세들이 많다. 그 덕(?)에 나는 6년 째 프라이머리 시리즈를 수련 중이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나이가 더 들면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 수련을 하긴 어렵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왔었다. 그런 나에게 그곳의 풍경은 가히 충격이었다. 비단 수련의 진도 뿐 아니라 오랜 수련을 통해 그들 몸에 자연스레 새겨진 탄탄한 잔 근육과 온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온화한 에너지는 ‘그들을 닮고 싶다’란 생각을 좀 더 강하게 만들었다. 그 때부터 한국에 돌아와서도 주 6회 수련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내가 아니었던가.



결론은 나왔다. 내 꿈은, 내 삶의 목표는 ‘할머니 요기니(yogini, ‘yogi’의 여성형)’다. 할머니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수련한다면, 지금보다 ‘심신의 균형’을 잘 잡아간다는 의미이며, 이를 토대로 글쓰기도 사랑도 건강히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미 답은 내 안에 있었는데, 먼 길을 돌아온 느낌이다. 물론, 나는 내 삶에서 ‘요가’라는 답이자, 목표를 찾았지만 사람마다 그 길은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누군가를 만날 땐, 그 ‘길’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나게 나눠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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