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시작 날부터 원장님이 계속해서 강조하신 내용이 있다. 바로, 요가의 정의. 요가 경전 <요가 수트라> 1장 2절에 따르면, 요가는 ‘마음 작용’을 멈추는 것이다. 요가에서는 기본적으로 삶을 고통이라고 본다. 예외 없이 모든 사람들은 나이를 먹고, 병이 들며, 죽기 때문이다. 육체적 고통만이 아니라 마음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불편한 생각 또한 고통에 속한다. 인도 사람들은 이러한 고통스러운 삶이 윤회한다고 믿기에 이를 끊어내는 것, 즉 ‘해탈’이 요가의 최종 목표인 셈이다.
이를 통해 본다면 ‘마음 작용’의 시간, 즉 생각에 빠져있는 시간은 진정한 ‘내 시간’이 아니다. 하루 24시간 중, 내 마음이 ‘현재’에 머무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다행히도 나는 누우면 바로 잠드는 편이고, 동틀 무렵까지 보통 깨지 않는다. 그 감사한 시간을 제외하면, 머릿속은 늘 생각이 넘쳐난다. 오늘 뭐 먹지, 뭘 쓰지 등의 사사로운 생각도 있지만 나는 지난날의 내가 한(혹은 남이 한) 말이나 행동을 자주, 꽤 오랜 시간 곱씹는다. 그를 통해 달라질 건 없는데, 어느 순간 습관처럼 자리를 잡았다.
이를 잠시 벗어날 때가 바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 초 집중하는 (길게 잡아봐야) 3~4시간과 요가 수련을 하는 2시간 내외의 시간이다. 물론, 틈만 나면 끼어드는 잡생각과 스마트 폰 때문에 이 시간마저 확보하지 못하는 날이 부지기수다. 막상 수치로 따져보니 허무해졌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과 이미 지나간 일 때문에, 내 지금의 시간을 많이 놓치고 살았구나. 그러지 말자 다짐 또 다짐하는 한주를 보내던 중, JTBC <눈이 부시게>의 마지막 회를 보며 왈칵 눈물이 나왔다.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의 부모님, 남동생,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그 덕에 나는 한동안 펼쳐 본 적 없는 앨범을 찾아보기에 이르렀다. 앨범을 넘기는 속도가 느려진 부분은 바로 부모님의 청춘 시절. 부모님의 연애 시절과 그보다 더 오래 전, 두 분이 만나기 이전의 사진들을 천천히 보고 또 봤다. 참으로 눈부시게 아름답고, 멋진 모습들이었다. 근데, 막상 나는 사진 속 그들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30년 넘도록 그들을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물어볼 기회는 충분히 있었는데, 어릴 적엔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서 묻지 못했고, 성인이 돼서는 늘 곁에 있는 이들보다 다른 것들이 더 궁금했었다.
그렇게 돌고 돌아 오늘이 온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아니 묻지도 못할 때가 오기 전에 물어봐야 했다. 사진 속, ‘낯선’ 이들에 대해서. 학창시절 꾸던 꿈이 무엇이었는지, 그 꿈이 좌절됐을 때가 언젠지, 첫 직장을 다녔던 때는 어땠는지, 두 분이 서로 처음 만나 연애를 시작할 무렵부터 결혼까지 가는 과정, 갓 태어난 나를 처음 안았을 때의 느낌 등을. 처음엔 작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요 며칠 사진을 보며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딸로서 마땅히 알아야 할 역사란 생각이 든다.
드라마 속에서 “내 앞에 눈을 쓸어 주던 사람이 엄마였어.”라며 뒤늦게 후회의 눈물을 흘린 혜자의 아들처럼 살고 싶진 않다. (극 중, 혜자의 아들은 어릴 적 사고로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먼 훗날 ‘그날’이 왔을 때, 후회보단 감사함을 더 깊이 마음속에 새기고 싶다. ‘마음 작용을 끊어내고, 오늘을 살아보자’고 하다가 이야기가 여기까지 왔지만, 제 말은 우리 모두 ‘오늘의 지금 이 순간을 후회 없이 살아보자’는 겁니다! 우리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요!!
참, 오늘은 모두 한 번 용기 내 부모님의 청춘 시절을 여쭤보세요.
우리가 모르고 지낸 눈부시게 아름다운 부모님의 그 시절을.
제가 한 번 해보니까, 낯간지럽더라도 물어볼 수 있는 게 너무나 다행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