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저는 ‘asana instructor'입니다

by 서빈

3주 동안 이어진 ‘아사나(asana, 요가 자세) 60’수업이 끝났다. 모든 요가 자세의 시작점이자 끝점인 ‘타다아사나(tadasana, 바르게 선 자세)’에서부터 마지막 휴식을 취하는 ‘사바아사나(savasana, 송장 자세)’까지. 말 그대로 기본적인 요가 자세 60개에 대한 정렬을 배워가는 시간이었다. 나는 수업 내용도 좋았지만 첫 날 선생님의 자기소개가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께선 과거 자신을 ‘asana’ instructor라고 소개하곤 했는데, 이제는 ‘yoga’ instructor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 자체도, 그 말을 할 수 있는 과정에 선 그녀도 참 좋았다.



요가는 단순히 ‘동작’만 하는 운동(exercise)과는 구별된다. 그 중, '아사나(asana)'는 요가 수련의 가장 기본 단계다. 아사나 수련은 우리의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을 자각할 수 있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참된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내 경우는 아쉬탕가 마이솔 수련을 하며, 내 몸 하나도 내 자신이 통제하기 어렵단 걸 아침마다 경험 중이다. 매일 같은 시퀀스를 연속적인 흐름에 이어서 하지만, 이를 취하는 내 몸의 상태는 매일 또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전날 과식을 했거나 생리 주기가 다가올 때는 몸이 무거워 전날 까지도 잘 되던 동작이 안 될 때가 많다. 하지만 몸이 어떤 상태든지 집중해서 수련에 임하면, 힘겨운 동작까지 무리 없이 해내는 날 또한 있다.


미국 뉴욕의 요가원 ‘Brooklyn Yoga Club’


현재 내 몸의 상태가 수련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매트 위에 선 나의 ‘마음자세’다. ‘아, 어제 너무 먹어서 배도 나오고, 몸이 무겁다. 오늘 마리챠아사나 D(marichasana D, 현자 마리치에게 헌정하는 자세)는 무리겠어.’라 생각하며 매트 위에 서는 날엔, 양 손이 잡히기는커녕 손가락 끝조차 닿지 않는다. 반대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집중해서 수련하면, 전날까지도 안 되던 동작이 ‘얼렁뚱땅’ 되기도 하고 컨디션 또한 수련 전보다 한결 나아진다.



이 과정을 다시금 배워간 시간이 이번 한 주였다. 지난 주 토요일, 나는 아쉬탕가 레드(led) 수업이 끝나고 허리 아래쪽에서 미세한 통증을 느꼈다. 숩타 쿠르마아사나(supta kurmasana, 잠자는 거북 자세)자세를 취할 때, 무리한 게 원인인 듯싶었다. 워낙 통증이 미세했기에, 이를 잠시 잊고 오후 TTC 교육에 나갔다. 하지만 비틀기와 후굴 자세들이 세 시간 가량 이어지며, 수업이 끝날 무렵 나는 허리 아래서 강한 통증을 느끼고야 말았다. 결국, 다음날 눈을 떴을 땐 허리를 숙이는 자세 자체가 힘들어 종일 찜질을 하며 누워있어야만 했다.


미국 뉴욕의 요가원 ‘Brooklyn Yoga Club’


멈출 때를 알아야 하는 건, 인생 사 모든 때에 해당하는 진리다. 나는 분명 내 몸의 상태를 알면서도 교육 시간 내내 욕심을 냈다. 그나마 다행인건, 통증이 부상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일에 쉰 덕분에 월요일 아침엔 처음과 같은 미세한 통증만 남아있었다. 요가원에 도착해 선생님께 몸 상태를 말씀드렸더니, 허리 아래쪽을 쭉 펴주며 동작에 집중하라 조언해주셨다. 물론, 통증이 심하게 느껴지면 그 동작은 넘기라는 말도 함께. 그렇게 미세한 통증을 안고 매트 위에 서서 수련을 시작했다.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되는 동작 까지만 하자’는 마음으로, 최대한 집중하면서.



비틀기 자세들은 힘들어 욕심 부리지 않았지만, 어찌됐든 풀 시리즈를 끝까지 해냈다. 평소보다 10분 정도 수련 시간이 길어졌지만, 허리 통증으로 종일 누워있던 전날과 비교하면 끝까지 수련한 게 너무도 신기했다. 게다가 집으로 돌아갈 땐, 통증마저 거의 사라졌다. 결국, 마음의 문제였다.



나는 통증과 부상을 매우 두려워한다. 아픈 거 자체도 문제지만, 그 때문에 수련을 못하는 시간이 싫어서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치지 않고 수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순간엔 앞으로 나아가면서 수반되는 ‘통증’도 분명 있다는 것. 그 통증을 싫다고 내치기보단 ‘받아들이는 것’도 나를 변화시키는 일부구나. 이 과정이 긴 시간 쌓여 가며, 나 또한 ‘yoga instructor’가 되겠구나. 어찌됐든 일단은 ‘asana instructor’가 먼저 되어보자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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