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매트 밖에서도 다정한 사람

by 서빈

요가 경전 <바가바드 기타>에 따르면, 요기(yogi, 요가 수련자)는 언제나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행위 해야 한다. 요가를 통해 ‘참 자아’를 깨달은 사람은 자신의 ‘참 자아’속에서 늘 만족을 누리기 때문에,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무엇을 바라지도 않는다. 이에 관한 교육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나의 첫 요가 선생님. 당시 나는 스물 하나, 선생님은 이제 막 수업을 시작한 스물 셋 ‘햇병아리’ 요가 강사였다. 매일 아침 다정하게 눈인사를 나누다 언젠가 함께 식사를 했고, 점차 요가원 밖에서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 그녀는 당시 학생이던 나에게 늘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양질의 이야기를 나눠줬다. 20대의 내가 흔들릴 때마다 잡아준 사람도 다름 아닌 그녀였다.



어느덧 30대가 되어 돌아보니, 나는 그녀에게 딱히 보답한 게 없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근데 또 한편으로는 나에게 많은 것들을 주고도, 무언가를 바라지 않은 그녀가 신기했다. 직접 물어본 적은 없지만, 최근 그 답이 마음속에서 자연스레 떠올랐다. 아마 그녀는 내가 그간 받아온 것을 자신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에게 베풀길 바란 것 같다. 그러한 나의 모습을 누구보다도 보고 싶어 한 사람 또한 그녀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그런 그녀가 지난 주말 ‘글로벌 요가 말라 2019’행사의 리더로 섰다. ‘10년이면 어떤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된다.’는 책 속 글귀를 몸소 보여준 것이다. 예전의 나라면 ‘일요일’에 그것도 집에서 먼 ‘잠실’, 거기에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는 야외 풀밭에 매트를 까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 근데, 이 모든 과정이 전혀 수고스럽지 않았다. 나는 그저 무대에 선 그녀를 멀리서나마 응원하며, 보고 싶었다.


미국 뉴욕의 공원 ‘Bryant Park’


매 순간 행위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건 너무도 어려운 일이지만, 이를 작게나마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요가 수련을 할 때다. 흔히 요가를 매트 위에 서서 ‘혼자’하는 수련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함께’하는 수련이기도 하다. 특히,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 수련을 하다보면 후자가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올 때가 있다. 연속적인 흐름을 이어감이 매우 중요하기에, 같은 공간 안에서 서로가 나누는 호흡 자체가 실제로 큰 힘이 된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배려 또한 필요하다. 예를 들어, 프라사리타 파도따나아사나(prasarita padottanasana, 다리 넓게 벌린 전굴 자세)나 웃티타 하스타 파당구쉬타아사나(uttita hasta padangusthasana, 뻗은 손으로 엄지발가락 잡는 자세)등의 자세를 취할 때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자연스레 매트 앞뒤로 교차해 서서 서로의 수련을 배려한다.



특히, 내 경우 기억나는 한 때는 숩타 파당구쉬타아사나(supta padangusthasana, 누워서 엄지발가락 잡는 자세)자세를 취할 때, 누군가 바닥에 닿지 않는 내 발을 손으로 잡아 지그시 아래로 내려준 순간이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그의 얼굴은 까맣게 잊었지만, 내 발을 조심스레 잡아줬던 그날의 온기는 기억한다. 그때의 기억이 내게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어, 나 또한 종종 옆 사람의 떠 있는 발바닥을 지그시 잡아 바닥으로 내려주곤 한다. 그러면 늘 기대치 않았던 상대방의 다정한 미소가 눈앞에 찾아온다. 이렇게 매트 안에서부터 조금씩 결과에 연연 않는 ‘다정’을 쌓아간다면, 매트 밖에서도 어느 순간 (나의 선생님이 그러한 것처럼) 다정한 사람이 돼가겠지 싶다.


미국 뉴욕의 공원 ‘Bryant Park’


부슬 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시작했던 ‘글로벌 요가 말라 2019’행사는 끝날 무렵엔 해가 뜨며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행사 때 찍은 영상을 편집해 선생님께 선물로 보냈더니, ‘와준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는 따뜻한 말이 돌아왔다. 생각해보니 요가 지도자 과정을 등록한 뒤 가장 먼저 알린 사람도, ‘과연 잘 한 선택일지’ 불안감이 살짝 스치던 내게 "잘했다!"며 진심으로 축하해준 이도 그녀였다. 나에게 너무도 잘 어울리는 요가원이라는 다행스러운 말과 함께였다. 오랜 시간 그녀가 다정하게 건네준 말들이 나를 단단히 지탱해주고 있다. 이를 토대로 지금의 내가 지닌 그리고 앞으로 내게 올 인연들을 나 또한 다정하게 이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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