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알면서도 놓치는 것들

by 서빈

‘근 골격 해부학’수업이 시작됐다. 그동안 수련생으로서 내가 가장 등한시 했던 공부 주제기도 하다. 수업 도중, 담당 선생님께선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요가 강사는 의사도 아닌데, 이상하리만큼 ‘환자’를 많이 만난다. 그렇기에 ‘몸’에 대해 정확히 알고, 그들에게 제대로 된 ‘상담’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실은 그 말에 뜨끔했다. 지난 주 내내 아래 허리 통증이 있었는데, 나는 이 부위의 정확한 명칭이 ‘무엇’이며, ‘왜’ 다친 건지 짐작만 할 뿐 정확한 답을 몰랐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수업이 끝난 뒤, 나는 내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명확히 알게 됐다. 나는 ‘요방형근(뒤쪽 배 벽을 이루는 근육의 하나로, 엉덩뼈와 아래쪽 허리뼈에서 일어나 열두째 갈비뼈와 위쪽 허리뼈에 닿는다.)’에 통증을 느낀 것이다. 그 원인은 짐작했던 대로 비틀기 자세 때, 반다(bandha, 신체의 어떤 조직이나 부분이 수축되거나 조절되는 자세)를 제대로 행하지 않고 동작만 무리하게 취해서다.


캐나다 퀘백의 요가원 ‘Soham Yoga Bis’


프라나야마(pranayama, 호흡)에선 중요한 세 가지 반다(bandha)가 있다. 첫째는 잘란다라 반다(jalandhara bandha)로 목과 목구멍을 수축하고 턱을 가슴 쪽으로 놓아 심장, 경선, 뇌를 포함한 머리로 흐르는 혈액과 프라나(prana, 에너지)를 조절하는 것. 둘째, 욷디아나 반다(uddiyana bandha)는 횡경막을 흉부까지 들어올리고, 복부 기관을 척추 쪽으로 끌어당기는 자세로 반다 중 최상의 것이라 불린다. 마지막은 항문과 음낭 사이의 부분을 수축시키는 물라 반다(mula bandha)다.



요가 수련 시 이 세 가지 반다(bandha)가 부상을 방지하는 보호막인걸 알면서도, 자세를 완성하려는 욕심이 지나치면 이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는 비틀기 자세 때 욕심을 부리다 ‘욷디아나 반다(uddiyana bandha)’를 놓쳐 ‘요방형근’을 다친 셈이다. 그래서 이번 주는 반다(bandha)를 의식하며, 천천히 동작을 이어가는 것을 목표로 아쉬탕가 마이솔 수련을 이어나갔다. (덕분에, 아래 허리 통증으로부터 해방되었다고 한다!) 덧붙이자면, 비틀기 자세를 취하다 나처럼 아래 허리 통증이 오신 분들은 누운 자세에서 테니스공을 통증 부위에 대고, 몸통을 살살 양옆으로 움직이며 마사지를 해보길 권한다. 마사지는 허리 아래부터 엉덩이, 허벅지까지 이어가는 게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캐나다 퀘백의 레스토랑 ‘Le Clocher Penche, Vegetarian Plate'


내가 알면서도 자주 놓치는 다른 한가진 바로 ‘식습관’이다. 특히, 문데이(moonday,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는 부상방지를 위해 초승달과 보름달이 뜨는 날 수련을 쉰다.) 전날 저녁 혹은 주말, 그리고 생리주기 즈음에 행하는 ‘과식’이 문제다. 평소 나는 저녁 식사가 생략된 두 끼 정도의 식사를 하는데, 위 예시한 날엔 식욕을 다스리기가 매우 어렵다. 심지어 평소 삼가려는 달고 짠 음식과 맥주가 당겨, 다음 날 온몸이 띵띵 부은 나를 대면하곤 한다. 타이밍이 어찌나 절묘한지(실은 그날 밤, 부모님의 결혼기념일 기념 만찬이 예고 돼있었다!) ‘근 골격 해부학’수업이 끝난 뒤, 원장님은 요가를 할 때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과식’이라 말씀하셨다. 위장이 음식으로 꽉 차면, 온몸의 ‘기 흐름’이 막혀 수련한 의미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사실 나에겐 과식이 불러오는 ‘부종’도 문제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식습관이 무너지면 생활 패턴의 균형이 깨진다. 과식한 다음 날은 수련이 쉽지 않고, 그러면 이후 글을 쓰는데도 이상하리만큼 집중이 안 된다. 그게 또 스트레스로 변질되어 과식으로 이어지면, 이내 ‘슬럼프’가 찾아온다. 수년 간 같은 패턴의 슬럼프를 겪고, 빠져나오며 나는 다짐했다. 내가 어떤 상황이든 일단 매일 요가 수련을 이어가자고. 어떻게든 수련을 이어가면 그 힘으로 글을 쓰게 되고, 또 그를 위해 건강한 식사를 자연스레 찾게 되니까.



요가 수련, 글쓰기, 채식 위주의 건강한 식습관. 이 세 가지는 내 삶의 ‘삼위일체’와 같다. 동작을 완성 하고자는 ‘욕심’이 지나쳐 반다를 놓치기도 하고, 눈앞에 놓인 맛있는 음식들로 ‘과식’을 할 때가 많지만, 이는 나를 흔들어 놓는 요소가 분명하기에 이제는 극복해보려 한다. 알면서도 놓치던 것들을 다시금 잡아가는 과정이 ‘바로 지금’이여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오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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