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inhale, exhale

by 서빈

나는 요가 수업을 들을 때 종종 녹음 기능을 사용한다. 선생님 마다 목소리의 톤이나 구령의 빠르기, 수련 전후에 해주는 말들이 제각각이라 내가 좋아하는 수업은 녹음하여 기록하는 편이다. 이 녹음 파일은 수업에 가지 못할 때 유용하게 사용된다. 어디서든 녹음 파일을 재생하면, 선생님의 구령 소리에 맞춰 수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에 요가 여행을 다닐 때 이 기능은 빛을 발한다. 녹음 파일 속엔 (만나 뵙기 힘든) 선생님의 힘찬 구령 소리와 수련을 함께하는 학생들의 호흡 소리까지 모두 들어가기에 조금 더 생동감 있게 그날을 기억할 수 있다. 매트 앞에 서서 녹음 파일만 재생하면, 언제든 그 날로 되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는 전 세계 사람들이 수련의 시작과 끝에 똑같은 만트라(mantra, 기도나 명상을 할 때 외는 주문)를 외우고, 정해져있는 순서대로 요가 동작을 이어간다. 주중오전에는 마이솔(mysore, 선생님에게 받은 진도만큼 자신의 호흡 속도에 따라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를 수련한다.) 수업이 진행되지만, 토요일 오전은 보통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다 함께 1단계 프라이머리 수련을 하는 ‘아쉬탕가 레드(led) 수업'이 꾸려진다. 그때, 선생님이 외시는 주문과도 같은 소리가 바로 ‘산스크리트어(sanskrit, ’순수한 언어/완성된 언어‘라는 뜻을 지닌 인도의 고전어)’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요가원 ‘Ashtanga Yoga Montreal’


이번 주 교육은 산스크리트어로 1~20까지의 숫자를 익히고,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의 ‘선 자세’ 즉, 수리야 나마스카라 A(surya namaskara A, 태양 경배 자세)에서 비라바드라아사나 B(virabhadrasana B, 전사 자세)까지의 빈야사 개수를 세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그간 쭉 미뤄왔던 ‘숙제’가 갑작스레 눈앞에 떨어진 날이기도 했다. 교육은 7명씩 그룹을 이뤄 진행됐다. 어쩌다보니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 수련에 익숙한 내가 호흡에 맞춰 동작을 하고, 팀원들은 그런 나를 보며 빈야사 개수를 세기 시작했다.



얼마안가 나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막상 많은 이가 지켜보는 앞에서 동작을 하려니 긴장이 되며, ‘여기서 한 호흡에 내려가는 게 맞나?’, ‘동작을 정확하게 마친 건가?’ 내적 의심이 강해졌다. 시범을 끝낸 뒤 빈야사 개수가 맞는지 내 구령에 맞춰 팀원들이 다시금 동작을 할 때, ‘2차 카오스’가 왔다. 고작 6명이 한 동작을 함에도 모양새가 제각각이라 안 그래도 입에 붙지 않는 산스크리트어 구령이 계속해서 꼬이기만 했다. 수련을 하는 것과 이를 가르치는 건, 하늘과 땅차이란 걸 등골이 서늘해질 만큼 느낀 하루였다. .


캐나다 몬트리올의 요가원 ‘Ashtanga Yoga Montreal’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간 습관적으로 수련해온 나를 반성했다. 오랜 시간 아쉬탕가 레드(led) 수업을 듣고, 녹음 파일도 자주 들었기에 동작과 구령에 익숙하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그동안 나는 선생님들의 구령 안에서 자세를 완성하려는 ‘집착’만 했지, 그 과정으로 가는 정확한 호흡은 지나칠 때가 많았다. 그 때문에 각 동작의 빈야사 개수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초보 수련자에겐 자세를 완성코자 하는 욕심이 진도를 나가는 데 잠시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지금의 나에게 그 욕심은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실제로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의 숙련자는 고난이도 자세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니다. 그보다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든지 ‘깊고 안정된’ 호흡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결국,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는 동작을 하며 긴장된 근육을 호흡을 통해 이완하며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 수련을 하며 ‘호흡을 통해 깊이 이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일상을 살아갈 때 호흡을 제대로 인지할 틈 없이 살아가는 우리에게 말 그대로 ‘숨을 깊게 마시고(inhale), 숨을 깊게 내쉬는(exhale)’ 행위 자체가 어색할만하다. 하지만 무언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깊게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다보면 실제로 욕심이 비워진 자리에 내면의 평화가 찾아온다. 내 안에 이미 평화가 있음을 알아차리는 과정, 그것이 바로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의 목표이자 삶의 궁극적 지향점일 것이다. 그러니 요가 수련을 하거나 일상을 보낼 때 긴장이, 욕심이 들어오는 순간 잊지 말자. inhale, exh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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