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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빈 Nov 08. 2019

#33. 시간 여행을 하다, 몬트리올(1)

Chapter2. 얼렁뚱땅, 요가 여행

시차가 있는 곳으로 떠나면, 누구나 ‘시간 여행자’가 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면 갈수록 그 경험치는 더 짙어진다. 시간뿐만 아니라 계절도 한순간에 뒤바뀌니까. 2018년 5월, 나는 봄의 서울에서 14시간을 날아 초여름의 초록 초록한 기운이 만연한 뉴욕에 도착했고, 한국으로 먼저 돌아갈 엄마를 위해 뉴욕에 잠시 머물다 캐나다 여행을 시작했다. 계획은 반 시계 방향으로 캐나다를 도는 것이었다. 초여름의 뉴욕에서 이동한 퀘백은 아직 새싹도 채 돋지 못한 겨울의 끝자락이었다. 잠시 동안 봄과 여름 그리고 다시금 겨울을 맛보며, 여행은 가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현실 속 작은 일탈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각종 사이렌 소리 가득한 뉴욕의 소란스러움을 퀘백에서 깨끗하게 씻어낸 뒤, 3시간 여 버스를 타고 몬트리올로 넘어온 당일. 터미널에 도착해 미리 예약해둔 숙소로 이동하려는데 호스트에게 연락이 왔다. 예약한 집의 화장실 창문 수리가 덜 되어, 다른 집으로 바꿔주겠다는 것이었다. 원래 숙소는 빈티지한 매력이 돋보이는 화이트 톤의 아담한 집이었는데, 호스트가 제안한 다른 집은 초고층에 위치한 럭셔리 아파트였다. 집의 캐릭터가 명확히 다른 만큼 나의 취향도 확고했고, 그 때문에 화장실 변기나 수도 문제도 아니고 고작 ‘창문’인데 별일 있겠나 싶었다. 괜찮다며 원래 숙소로 가려는데, 엄마는 주인이 먼저 이런 제안을 할 땐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며 아파트로 가자 말했다. 엄마 말 들어서 손해 날 건 없다. 이는 내 지론이기에, 새로운 집 주소를 받아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캐나다 몬트리올 'Old Montreal'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선 집은 깔끔하게 정리 정돈 된 호텔방과 다를 바 없었다. 너무 깨끗하고 환한 나머지 그 안엔 어떤 사연도 읽히지 않았다. 다소 실망스럽긴 했지만, 이 또한 나의 선택임을 받아들이며 짐을 풀곤 바로 요가원에 갈 준비를 했다. 다행히 본래 숙소의 정 반대편에 위치한 덕에 요가원과의 도보 거리 또한 비슷했다. 아침마다 갈 마이솔 수련을 감안하면, 그건 참 다행이었다. 몬트리올에서 내가 다닌 요가원은 ‘Ashtanga Yoga Montreal’. 구루지 파타비 조이스의 1세대 제자 마크 달비 선생님의 요가원에 가고 싶었지만, 몇 해 전부터 선생님은 몬트리올의 요가원 운영은 접은 상태였다. (*현재는 코스타리카에서 요가 리트릿을 주로 진행하며 그의 제자들이 운영 중인 ‘Ashtanga Yoga Montreal’에선 간간히 2~4주 일정의 워크샵을 여신다.)
 

이번엔 인연이 아니었나보다. 아쉬움을 삼키고 들어선 요가원은 수련실 정면으로 보이는 통 창 아래,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초록 식물들이 돋보였다. 아쉬탕가 빈야사 요가 공인 티처 분들도 계시고, 아헹가, 리스토러티브 등 다양한 요가 수련이 가능한 꽤 규모가 큰 요가원이었다. 또한, 첫 등록자에 한해 1주일간 무제한 멤버십이 가능한데, 그게 30$(당시 환율 기준, 27000원)이었다. (*마이솔/ 아쉬탕가 레드 수업은 불가!) 나와 엄마는 몬트리올에 5일 간 머물 예정이라 망설임 없이 1주일 권 2장을 끊었다. 아침엔 나 홀로 마이솔 수련을 하고, 관광을 마친 오후엔 엄마와 함께 정규 수업을 들을 생각이었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요가원 'Ashtanga Yoga Montreal’


나와 엄마는 10분 뒤 시작되는 리스토러티브 요가(restorative yoga, 회복 요가) 수업에 들어갔다. 빈자리에 매트를 깔고, 도구를 주섬주섬 챙겨 자리에 앉아 수련실 안을 둘러보는데, 일을 마치고 온 젊은이들이 열 지어 앉아 있었다. 이들 모두가 초저녁부터 몸을 완전히 이완하는 리스토러티브 요가 수련을 하는 광경이 신기했다. 저 큰 체격을 보자면, 꽤나 힘쓰는 운동을 좋아할 법도 한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하하. 퀘백과 마찬가지로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진행된 수업. 몬트리올 또한 퀘백 주에 속하다보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천천히 옆 사람의 동작을 살피며 요가 체어에 도구를 얹어 놓고 그 앞에 편히 누웠다. 아쉬탕가 마이솔 수련이 익숙한 나는 리스토러티브 요가를 할 때도 몸에 긴장을 쉽게 풀지 못한다. 이를 눈치 채신 걸까. 천천히 선생님이 내 앞으로 다가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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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에 몬트리올 (2)편이 이어집니다.

<얼렁뚱땅, 요가 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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