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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마발달요가 은희 Jun 10. 2021

꼭 유연해야만 할까?

세 번째 기록


저는 몸통이 작고 마른 타입의 몸입니다.

그리고 살짝 새가슴을 갖고 있어 쇄골에서 이어지는 어깨 라인이 꽤나 맘에 듭니다.


대학 3학년쯤 동기생과 함께 발레 레슨을 받으러 간 일이 있었는데 그때 그 선생님께서

꼭 발레 전공한 애 같다고 해 주셨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스스로 기본기가 참 부족하다 느끼는 저를 서양 무용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발레 전공자로 봐주시는 게 기분이 참 좋았었거든요.


유연하진 않았지만 발레를 좋아했습니다.

기본에 대한 갈망과 상대적으로 예뻤던 상체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고관절은 뻣뻣했지만 어깨 관절은 유연한 편이었기에

상체가 많이 보이는 발레의 바 워크는 재미있는 것이었죠.

그래서 자연히 하체보다는 상체 움직임을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고관절이 뻣뻣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먼저 하나의 이유는 '아빠를 닮았다'입니다.

엄마는 몸이 유연한 편이었고 아빠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는 외모나 체형이 모두 아빠를 닮아 무용을 전공하고 무용단을 하는 내내 아빠는

자신을 닮은 것을 미안해하곤 하셨습니다.

물론 유전의 힘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뻣뻣함이 아빠의 것이라면 저의 상체는 왜 유연한 편인 걸까요?

과연 유전은 어디까지 혹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입시 무용을 했다는 것입니다.

입시 무용 전공자들은 시간이 부족합니다.

보통 어릴 적부터 전공자의 길을 가며 기본기를 탄탄히 다져 온 친구들과 달리

빠른 시간 안에 작품을 소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물론 그 안에서도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운동을 할 때 그 동작이 왜 일어나는지 모르더라도 하다 보면 몸이 건강해지는 것처럼 말이죠.

겉모습을 따라 하는 훈련만으로도 충분히 외형적 효과는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입시 무용 전공자는 더욱 작품 소화에 많은 시간을 쏟고 기본기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기게 됩니다.

저는 아빠를 닮아 유연한 편은 아니었기에 단시간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빠르게 몸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스트레칭도 과하게 연습하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스트레칭을 위해 선 자세로 바를 잡고 벽에 몸의 옆면을 붙였습니다.

글로 설명하자면, 한쪽 몸을 벽에 붙인 채로 바를 잡고 반대 발을 옆으로 들어 올려 귀 옆까지 붙이는 스트레칭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제 발을 자신의 어깨에 올리고 서서히 일어나며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었는데

그때 굉장히 큰 '뚝' 하는 소리가 무용실을 울렸습니다.

놀란 선생님은 다리를 놓고 뒤로 물러나 괜찮냐고 물으셨고 몇 발짝 걸어보길 권했습니다.


저는 무용실을 뱅뱅 몇 발짝 걸어보고 다리를 움직여도 보았으나 아프지 않았고

그날의 스트레칭은 그것으로 끝났습니다.

딱히 아픈 것은 아니었지만 추나요법을 몇 번 받는 것으로 고관절에 대한 보살핌은 막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다시는 그 방법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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