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음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영신 Aug 16. 2021

잘 가, 여름.

스스로에 대하여




여름이 저물어 갈 무렵, 뜨거웠던 지난 계절을 되새겨 본다.

강렬하고 짧았던 시간 동안 내겐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다. 지금에서야 돌이켜 보면 별다르지 않은 해프닝에 불과하지만 그 시간들이 제 각기 다른 모습으로 겹겹이 쌓여 나름의 입체감을 가진 특이한 시간의 다발을 이루고 있었다. 제멋대로 자리한 시간의 다발을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고 싶었지만 막상 그러기란 쉽지 않았다. 낯선 미련의 이유는 여전히 선명하지 못하다.

아마도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좀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생각이 많아진 탓에 겁이 났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이 많아진다는 30대에 접어든 탓일지도, 아니면 스스로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맞닿았다는 두려운 생각을 의식했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전자는 그저 나약한 생각을 합리화시킬 수 있는 기교 있는 표현에 불과한 듯하다. 내가 지금 생각이 많아진 이유는 내 삶에 어떠한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강렬한 본능이 일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지금 변화가 필요하다.

머리가 큰 이후로 제 나름대로 단단하게 다져 온 삶의 철학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아닌 생각도 분명 존재할 테니깐. 나에겐 여전히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지혜가 존재하지 않지만 나의 사고를 두르고 있는 낡아버린 허물만큼은 벗어던질 때가 온 것 같다. 무엇으로 그 빈자리를 메워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어 더욱 두렵지만 결국 그 자리 또한 무언가로 메워지지 않겠는가.

어쩌면 생각이 많던 이번 여름은 스스로를 깊이 있게 관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귀중한 계절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이로 말미암아 앞으로 다가 올 가을과 겨울, 그리고 새로운 봄을 지나 새 여름엔 조금 더 성숙한 마음과 생각 가짐으로 오늘을 살아갈 수 있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철학을 향한 철학적 사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