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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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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신 Mar 20. 2022

미지근해져 가고 있다.

사랑에 대하여


오래간만에 지난 기록들을 쭉 살펴보았다. 켜켜이 쌓아온 글들을 복기하며 그때의 마음, 그때의 이유, 그때의 감정들을 아로새겨 보았다. 그때는 그랬겠지, 그랬던 이유가 있었겠지. 마음속에서 휘몰아치는 감정의 대부분은 그리움의 몫이었다.


나는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면 주로 그리움을 느낀다. 괴롭고, 힘들고, 짜증 나던 기억도 지나고 나면 다 미지근한 추억이 된다. 이것이 인간의 본능이라 치면 아마도 조물주에게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뜨겁지 않아 다치지 않고, 너무 차갑지 않아 상처받지 않을 수 있으니깐.



지니고 있기엔 아프고, 보내기엔 어려운 그리움들은 점차 흐르는 시간 속에 잠식되어 온도를 잃어가고 있다. 앞서 말했던 미지근한, 추억으로. 예전 같았으면 다행이라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마음이 복잡하다. 하지만 애석한  언젠간 어중간한 온도로 놓여져 있는 우리의 추억을 바라보며 '다행이다' 표현할 날이 다가오리란 사실을 알고 있단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추억은 평범한 삶의 일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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