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바이블, 2월의 디자이너
INDEX
#01. Prologue, 트렌드라는 이름 아래
#02. 커리어의 시작, "디자인으로 좀 더 나은 일상을 만들고 싶다."
- 그의 첫 번째 디렉터 이력, 라코스테 lacoste
- 라코스테를 떠나 에르메스 hermès로
- 14년의 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도약
#03. 패션의 민주화, Uniqlo U
#04. Outro, 르메르는 더 사랑받을 일 밖에 남지 않았다.
간혹 현대미술관에 방문하면 어릴 적 교과서에서 흔히 봤던 미술 작품들은 좀처럼 마주하기가 쉽지 않다. 그들이 남겨 놓은 빈자리는 '현대미술'이라는 이름의 여러 작품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예술에 시대는 있어도,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최근 들어 오랜 역사를 담고 있던 미술과 예술들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 같아 내심 불편하기도 했다. 쉽게 말해 고흐와 피카소, 모네와 같은 이들의 심미적인 작품들은 도외시되고 있는 반면 바스키아, 앤디 워홀과도 같은 현대/포스트모더니즘의 예술이 대중들의 이목을 독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현대미술가들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자극적인 아름다움에 이끌려 또 다른 예술 양식들이 잊히는 것만 같아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패션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술에 현대미술이란 키워드가 있다면 패션계엔 트렌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브컬처의 성행으로 저항을 상징하는 슈프림 supreme과 같은 스트리트 브랜드가 대중들 사이에서 추앙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였으며, 버질 아블로 virgil abloh 가 루이비통 louis vuitton을 이끌고, 크리스찬 디올이 킴 존스 kim jones의 영향을 받아 요즘 표현으로 '힙한' 브랜드로 평가된다. 억압받아왔던 문화의 성행과 다양한 표현양식이라는 의제로 바라보았을 땐 더할 나위 없이 환영할 일이었지만 막상 대중들의 시선이 너무 스트리트 캐주얼에 편중되는 모습에 기본적이되 심미적인 패션을 지향하는 브랜드들이 외면당하는 현상이 다소 안타까울 뿐이다.
모든 일에는 균형이 필요하듯 지금의 스트리트 트렌드가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그와 정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는 디자이너들과 브랜들이 그 무게를 감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무게를 감내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면 앞서 소개한 피비 필로의 셀린느나 드리스 반 노튼 그리고 크리스토프 르메르 christophe lemaire의 르메르 lemaire 정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저마다 뚜렷한 개성이 존재하지만 의복을 향한 그들의 철학은 매우 유사하다.
"트렌드가 아닌 내가 일상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옷을 만드는 일."
사실 필자 또한 트렌드 보단 이와 같은 패션 철학에 더 공감하는 편이기에 항상 이들의 패션을 지지해왔다. 물론 피비 필로는 셀린느를 떠난 지 오래지만. 이러한 성향을 갖고 있는 브랜드들 중 가장 필자가 눈여겨보는 브랜드는 단연 르메르다. 개인적으로 르메르의 컬렉션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최근 유니클로와의 협업을 통해 자신의 디자인을 대중화하며 패션계에 유의미한 업적을 기리고 있기 때문이랄까. 그래서 오늘은 크리스토프 르메르에 관련한 이야기를 다뤄보고자 한다.
오늘 소개할 디자이너는 바로 본인의 이름으로 레이블을 이끌고 있는 크리스토프 르메르 christophe lemaire 다. 대중적으론 유니클로 U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꽤나 화려한 이력과 내공을 갖고 있는 프랑스의 천재 디자이너로 평가된다.
크리스토퍼 르메르는 1965년 프랑스 동부의 도시 브장송 besan on에서 태어났으며 프랑스에서 태어난 만큼 패션에 대한 접근은 용이했다. 그는 학교를 다니던 시절 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스타일리스트의 어시스턴트와 같은 일을 병행하며 기본을 탄탄히 쌓아갔다. 그 이후 그는 이브 생 로랑 yves saint laurent과 티에르 뮈글러 thierry mugler에서 이력을 쌓았고, 후엔 패션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고 평가받는 디자이너 크리스찬 라크르 christian marie marc lacroix와 일하며 본격적인 패션 커리어를 쌓았다. 지속적으로 이력을 쌓아가며 1991년에는 자신의 시그너처 브랜드를 크리스토프 르메르 christophe lemaire를 런칭하며 독립적인 행보를 준비했다. 특히 르메르는 91년도에 단독 여성복 레이블로 전개를 하였으나 4년 뒤인 95년도부터 남성복까지 포괄하며 점진적으로 레이블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꾸준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던 2000년, 프랑스의 스포츠 브랜드 라코스테 lacoste가 르메르에게 접근하였다. 2000년 당시 나이 36세, 프랑스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던 르메르를 라코스테가 발탁한 것은 패션업계에선 일종의 사건이었다. 전통적인 스포츠웨어 이미지가 강했던 라코스테가 독창적이면서도 우아한 오뜨 꾸뛰르 디자인을 선보이는 젊은 디자이너를 선임했기 때문이었다. 2002년이 되어서야 르메르는 공식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어 브랜드 기존의 전통 있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되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내고 젊은 고객층을 공략할 수 있는 의상을 만드는 임무가 주어졌다. 라코스테의 보수성은 지키되 현 소비층의 마음을 공략하라는 의제였다.
일단 르메르는 라코스테에 '편안한 우아함 relaxed elegance'을 입혔다. 영화적 매혹을 풀어놓은 크루즈 컬렉션과 두꺼운 줄무늬 벨트와 스니커즈 등을 통해 르메르는 스포츠웨어 특유의 실용성과 풍성한 감성을 결합시켰다. 영화 '로열 테넌바움'에서 기네스 팰트로에게 라코스테 옷을 입힌 것도 르메르의 아이디어라고 전해진다. 그렇게 르메르는 좀 더 캐주얼한 접근을 위해 요트웨어 크루즈 컬렉션과 같은 라인을 탄생시켰고, 라코스테의 의상 라인들을 확대해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전통적인 화이트 테니스 스커트들에 색을 입혔고, 스웨터와 피케 셔츠도 다양한 컬러를 입혀 판매하는 등 회사의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다. 스포티하고 보수적이기만 하던 라코스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덕에 르메르의 명성과 인지도 또한 자연히 올라가게 되었고, 그 상승세를 말미암아 2006년에 잠시 운영을 중지하였던 자신의 레이블, 크리스토 르메르 또한 다시 런칭할 수 있었다.
"저와 라코스떼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정확함입니다. 라코스떼는 충격을 주거나 도발적인 브랜드가 아닙니다. 단순함과 균형 잡힌 전통성이 주는 반듯함에 락앤롤적인 요소를 가미시키고자 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라코스떼의 정신인 스포츠의 정통성은 계속됩니다." - 크리스토프 르메르
패션계에 신랄하고, 새로운 발상, 그 속에 내재된 레지스탕스를 보여 준 디자이너를 꼽으라면 단연 장 폴 고티에 jean paul gaultier와 마틴 마르지엘라 martin margiela를 떠올릴 것이다. 그들은 패션계에 매우 유의미하고 역사적인 디자이너임과 동시에 프랑스 하이엔드 하우스 에르메스 hermès의 디렉터로 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르지엘라를 지나 장 폴 고티에를 넘어 그다음으로 에르메스의 여성 컬렉션을 진두지휘하게 된 인물은 바로 르메르였다.
라코스테에서 11년을 몸담은 르메르는 그의 능력을 입증함과 동시에 라코스테에서의 공헌을 인정받아 2010년 6월 장 폴 고티에를 이어 에르메스 여성복 디자이너로 임명되었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대표적인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착실히 경력을 쌓은 크리스토퍼 르메르. 그를 전격 발탁한 에르메스의 총괄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르-알렉시 뒤마 pierre-alexis dumas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크리스토퍼를 임명한 것은 모험이기도 합니다. 5년쯤 지난 뒤 지금의 선택을 ‘놀랍고 탁월한 시도’ 또는 ‘형편없는 실수’로 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역동적인 브랜드인 에르메스는 이런 모험을 좋아하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명성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단지 명성보다 재능을 중요하게 생각할 뿐입니다.” - 피에르-알렉시 뒤마
르메르는 2011 S/S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라코스테를 떠났으며, 곧바로 그다음 시즌인 2011 F/W에 에르메스 여성복 컬렉션으로 파리 패션 위크의 첫 데뷔 무대를 선보였다.
크리스토퍼 르메르가 첫 컬렉션을 선보인 후 피에르-알렉시 뒤마의 모험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심플한 라인에 정교함과 소재의 고급스러움을 담아낸 그의 첫 컬렉션은 우아하면서도 역동적이었다. 고급 가죽을 다루는 데 최고임을 자부하는 유서 깊은 전통과 브랜드의 상징적인 스카프를 모던하게 재해석하는 데도 성공했다. 브랜드의 170여 년 전통에 자신의 직감에 따라 개인적인 감성을 덧입히겠다는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르메르.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위트 넘치는 장 폴 고티에와 정적인 성향이 강한 크리스토프 르메르는 그야말로 극과 극이었고, 르메르는 그의 첫 에르메스 컬렉션을 통해 점진적인 변화보다 극적인 변화를 선택했다. 그는 동양적인 실루엣에 심취한 그의 캐릭터를 단 한 번의 컬렉션으로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마틴 마르지엘라와 장 폴 고티에의 무게감을 견뎌내고 에르메스에 안착한 르메르는 매끄럽게 시즌을 전개했다. 특히 그의 세 번째 컬렉션인 2012 F/W는 시즌은 르메르가 완벽히 녹아든 에르메스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종교적인 분위기의 컨셉추얼 conceptual 했던 이전 시즌과는 달리 기존 대중들의 인식 속에 강하게 자리하고 있는 '가장 에르메스다운 모습'으로 시즌을 보여줬기 때문. 실루엣은 풍성하되 부드러웠고, 주름이 가득하고, 풍성한 볼륨이 돋보인 가죽 팬츠와 커다란 트위드 케이프, 긴 니트 가디건, 큰 칼라가 인상적인 재킷과 코트 등 런웨이는 온통 ‘에르메스 다운 아이템’들로 채워졌다. 에르메스 공방에서 엄선된 가죽으로 제작한 매력적인 아이템이 즐비했으며, 르메르는 인터뷰를 통해 “재료 본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그의 의도대로 이번 컬렉션은 에르메스 본연의 매력이 더욱 깊게 베어난 런웨이였다.
에르메스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선보인 르메르는 4년 동안 아트 디렉터로 활약한 끝에 하우스를 떠나게 됐다. 지난 4년간 그는 브랜드의 절제된 미학과 심플하고 창조적인 레디 투 웨어 컬렉션, 그리고 고급스러운 소재를 이용한 세련된 스테이플 등 에르메스라는 브랜드를 럭셔리하게 연마하는데 큰 공헌을 세웠다. 그렇게 에르메스에서 행복 가도를 달리고 있던 그가 하우스를 떠나게 된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자신의 이름으로 전개 중인 브랜드 때문이었다. 그는 성명서를 통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내가 에르메스에서 일한 것은 큰 기쁨이었다. 인간성과 전문적인 수준 모두에서 풍성한 경험을 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에르메스와 함께 일한 것을 자랑스럽다. 다만 나 자신의 브랜드가 성장하기에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나는 현재 나 자신에게 모든 것을 투자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 크리스토프 르메르
악셀 뒤마 에르메스 CEO 또한 그의 앞날을 축복해주는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나는 크리스토프의 열정에 매우 감사한다. 그는 여성 레디 투 웨어에서 우리 하우스의 표현을 풍성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의 예술적인 디렉션 아래 에르메스는 미학을 새롭게 선보였으며 덕분에 매우 만족스러운 매출을 기록했다. 나는 그의 마음 아주 가까이 있는 자신의 브랜드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기를 기대한다.”
- 피에르-알렉시 뒤마
91년도에 첫선을 보인 레이블 크리스토프 르메르는 르메르가 에르메스를 떠나고서야 2014년부터 본격적인 리빌딩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단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는데 르메르는 좀 더 합리적인 전개를 위해 단독 디렉터가 아닌 듀오 duo 디렉터 구조를 채택하여 레이블 성장을 모색했다. 르메르와 호흡을 맞출 파트너는 사라 린 트란 sara lin tran으로 르메르가 라코스테에 몸담고 있던 시절 인연을 맺은 디렉터였다.
라코스테 재임 시절, 당시 유사한 감성과 취향을 공유한 두 디렉터는 크리스토퍼 르메르에서 새 출발을 함께 알렸다. 과거에 달리 단독 디렉터가 아닌 듀오였기 때문에 기존 'Christophe Lemaire'라는 레이블명 내 본인의 이름을 생략하고, 'Lemaire'로 리브랜딩 하여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사담으로 르메르 본인조차 변경된 레이블명이 더 자신들의 철학을 알려주기에 적합한 이름이었으며, 그 분위기를 잘 담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크리에이티브 듀오가 이끌고 가는 라벨임을 나타내기에 더 좋은 결정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더 서정적인 이름이죠. 더 여성적인 느낌이 들기도 해요.” - 크리스토프 르메르
사라와 함께 꾸려간 르메르는 과거의 동양적 실루엣과 수도자 같은 분위기 대신 현실적인 여성 감각을 더한 옷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접근 방식은 전 세계 여성에게 고요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심미적인 소재와 정갈한 패턴, 유려한 실루엣과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르메르는 소위 미니멀리즘 패션을 추구하는 이들에겐 추앙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였다. 디자인을 통해 모더니즘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는 르메르는 세심하고 정교하게 꾸려진 테일러링과 현대적인 디자인을 통해 소위 "시적인 디자인 poetry design"이라 평가받으며 파리지앵들이 추구하는 특유의 노력 없이 자아낸 세련됨을 잘 보여 주는 브랜드로 평가된다.
물론 그들은 현실적인 옷만 고집하진 않았다. 때로는 과감한 디자인 여성의 가슴을 본뜬 핸드백으로 화제가 됐고, 도전하기 쉽지 않은 색상과 형태의 옷도 등장했다. 현실을 배려하지만 그 안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은 디자이너의 작업은 그래서 더 호소력이 짙었다.
동양적인 문화에 매료되었던 탓일까. 크리스토프 르메르는 일본의 거대 SPA 브랜드 유니클로 uniqlo와 디자인 제휴를 맺으며 이른바 유니클로 U uniqlo u를 런칭했다. 유니클로 U는 유니클로 파리 R&D 센터를 기반으로 전개되는 프로젝트 라인으로서 아티스틱 디렉터 artistic director 인 르메르의 진두지휘 아래 전개되고 있다. 르메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파리 디자인 센터는 유니클로의 라이프웨어 lifewear 콘셉트 아래 선보이는 새로운 라인업으로 디자인, 소재 및 재봉 방법 등 모든 면에 있어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단순히 SPA 브랜드와 디자이너 간의 단기적은 협업을 넘어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통한 프로젝트라는 면에서 상당히 유의미하다는 평가가 뒤를 잇는다. 특히 르메르의 디자인을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대중들은 큰 메리트를 느끼고 있다. 이는 앞서 조나단 앤더슨 jw anderson 이 말 했던 패션의 민주화와 상통하는 부분이다.
2016년 첫 출범 이래로 유니클로 U는 대중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으며 현재까지도 매 발매마다 큰 이슈를 몰고 있다. 특히 유니클로의 독창적인 소재와 간소화된 시스템에 르메르의 독보적인 감성이 담겨 호평이 일색이다. 이러한 뜨거운 대중들의 반응은 유니클로와 르메르의 관계를 좀 더 끈끈하게 만들었다. 유니클로와 띠어리 theory, 헬무트 랭 helmut Lang 등 총 6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패스트 리테일링 fast retailing 이 유니클로 U의 지속적인 성공에 힘입어 르메르의 소수 지분 인수를 발표한 것. 더불어 유니클로와 크리스토프 르메르의 계약을 5년 갱신하며 앞으로도 꾸준한 협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지 않았던가. 최근 패션계를 일원화시키고 있는 트렌드의 기세는 여전히 막강하지만 언젠간 그 주기 또한 변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한 면에서 끈끈한 매니악을 결집시키고 있는 르메르는 추후 패션계에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디자인과 이질적이지 않은 무드, 심미적인 아름다움과 감성, 그리고 남녀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만한 철학과 시선으로 뭉쳐진 르메르는 지금도 강하지만 앞으로도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큰 팬심으로 써 내려간 이번 바이블은 내게도 매우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아직 르메르의 존재는 미미하지만 앞으로 그의 가치가 더 널리 퍼지기 시작하며 이 글을 통해 되도록 많은 이들이 유익한 정보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