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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안 Mar 04. 2018

본격 냥린이 시기 도래

별이와달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책임감을 배워가는 집사


별이를 조금 귀찮게 하는 잔병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별이는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무럭무럭 자라는 별이를 보며 나의 고민은 밤하늘에 수놓은 별 들 마냥 무수히 반짝거리던 시기였다. 나는 분명 준비되지 않은체 떠밀리듯 급하게 별이를 만났고 생각지 못한곳에서 오는 여러가지 상황들을 혼자서 겪으며 부딪혀가고 있었다.


함께 사는 가족이나 반려자가 있었다면 조금 덜 했을지 모르지만, 오로지 나의 책임으로 내가 지고가야 한다는 생각을 매일매일 되새기며 생각했다. 그럼에도 정이 들어가는 나의 냥린이에게. 그래 세상에 태어나 한번 살다 가는데 "니가 행복하다고 생각할수 있음 좋겠어" 라는 나의 마음은 점점 짙어져 갔다.

별이 초롱초롱 +.+







드디어 시작된 이빨질

동물이 크는 시기에 이빨이 가려워 보이는 족족 물어댄다는. 그 광란의 시기가 별이에게도 열렸다. 그때 나는 정말 움직이는 모든 물체를 물기만 하는 별이를 보며 내내 앞날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무거운 마음이었다. =_=  


주로 내 손과 식물들 가끔은 책상의 쇠도 씹어먹으려 했다.



엄마 손을 대보시오 앙!
몰캉몰캉하니 씹기 딱 좋다옹



너는 누규~?
맛좀 볼까냥

꽃과 나무가 멀쩡히 있는 꼴을 못보고 눈에 보이는 족족 긴섭해대기 시작했다. 덕분에 꽃 한송이씩 올려두던 나의 티비장 위는 허허벌판이 되었다. 동물과 함께 하며 어쩔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자잘한 것들이 존재한다는걸 이제 알아가기 시작한다.




이게몬데 이리 맛있냐옹

북어트릿같은 간식의 맛을 본 이후로, 얻고싶은것을 얻기위해 해야하는 눈치빠른 사회생활도 배워가고. ㅎ




네 녀석이 감히!
나와라 마징가 귀!
과도한 사냥자세의 예
에잉 저리가잉


매일저녁 돌돌이와 함께하는 잠자기전 사냥타임도 잊지 않았다.



그거 꼭 잡아야 해오?
나 지금 잡으러간다 딱 기다려냥



나 이거 구멍도 뚫을수 있다옹
앙!!
헉 정말 뚫였어요 엄마미 0.0

사물들도 가끔 물어뜯으려 애를 쓰는데, 혹시라도 너무 단단한 물체를 물정모르고 깨물다 이가 다칠까 걱정될 정도였다.




엄마미 이 단단한건 뭐라옹
이고 깨물어 부숴버릴거다옹
별이 이빨 시원하다옹


책상 몸체를 붙잡고 물어뜯고 있다. T0T





그렇다고 별이가 사고만 치는 냥린이는 아니었다. 애교는 애교. 귀여움은 귀여움. 모든걸 철저하게 가지고있는 나만의 사랑스러운 고냥이 별이였다.


이거 꼭 잡고만다옹
나 지금 안보이지옹?


별이 없다옹

정말 당황스러운 천방지축의 모습도 보여주며.


맥주는 역시 호X든

가끔은 알수없는 진지함으로 나를 당황케 하고.



나 지금 화난다옹!

야생동물 본능의 모습도 잊지않고 종종 보여주어 나를 무섭게도 만들었으며.




옴마 출근하냐옹? 별이 슬프다옹


출근 준비를 할때면 여지없이 아려아련미를 내뿜으며 내 마음에 태풍을 휘몰아치게 했다.





이, 이고는 첨보는 장난가미!
꼭 잡고시픔미다
이고 별이거냐옹?

집사를 닮아 식탐이 점점 늘어나 인간의 사료에도 자꾸만 손과 코를 기웃거렸다.




나방이가 떨어졌다옹

주체할수없는 힘으로 최애 장난감 나방이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 본인이 가장 슬퍼했으며.




티비야 나야 딱말해.

이기적이기론 세계최고인 태양의 "나만바라봐"에 버금가는 "별이만바라봐" 스킬도 시전할줄 아는 냥린이.


내가 티비를 보거나 노트북이라도 하면 별이는 노트북 위로 올라와 꼬장을 부렸다. 눈을 마주치지 않는건 마지막 자존심 인가보다. =_=
별이는 이 시기에 유난히 자기와 뭘 하지 않는 자체를 용납하지 않았다. 이게 바로 "분리불안증세"라는걸 나는 나중에 서서히 알게되었다. 별이의 분리불안이 시작되면서 나는 마음이 폭풍처럼 무거워졌다. 내 마음엔 파도가 매일매일 쳤으니.

과연 동물을 키우는게 잘 하는것일까. 나는 매일 아침 7시반쯤 집을 나가 빨리와야 오후8시에 집에 오는데 하루종일 나만 기다리며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별이를 볼때마다 내 마음은 너무나 무거웠다.








그 모든걸 뒤로하고 잠 앞에 도리없는 어쩔수 없는 냥린이

그렇게 나와 많은걸 하며 천방지축 감당안되는 지랄묘처럼 날뛰었지만, 1년도 채 안된 애기 고양이의 특성은 별이도 어쩔수가 없나보다. 그리 날뛰다가도 순식간에 잠드는 별이의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Zzz

기분좋게 방방 뛰어놀고 세상조용하게 쌔근쌔근 자는 별이는 보는건 나에게도 하루중 평안을 주는 가장 안락한 시간이자 쉼 이었다.


별이 조하


쥐돌이 조하
사,사.,,,,*.*



귀찮아 잠을 잘 수가 없다옹


자는 모습이 그렇게 귀여워 뽀뽀폭탄을 날리는 날엔, 참다참다 조용히 일어나 코 앞에 앉아 이렇게 시위를 했다. 민망해진 내가 다신 안그런다고 넷다섯번을 정중히 사과하고서야 별이는 자기자리를 찾아가 다시 또 잠을 청했다.



그래도 엄마미 팔이 제일 좋다옹


저 이모 언제가냐옹

이모들이 놀러오면 편한 자리 가서 자라해도 꼭 앞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며 쪽잠을 자기도 하고.


옴마 별이 잘 자써요

기분좋게 자고 일어나면 나를 위로하듯 이렇게 기분좋은 하품으로 내게 응답해주었다. ㅎ




내 뒤통수는 미남이다옹
별이 장난감 놀이 오래해서 기부니가 좋아요



오늘도 꿀잠
잠은 이렇게 자야한다옹
아 맞다
엄마미 잘 자라옹
별이 이만 꿈나라 간다냥




이래서 고양이 고야잉 하는구나

어찌되었든 별이와 내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던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불편함과 서운함을 감수하며 1년을 채워가고 있었다. 별이는 아직 애기이고 고양이는 혼자있어도 된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입양을 하고서 겪어가는 시행착오를 통해 나는 별이에게 "정" 이상의 가족애를 느끼는 시기였다. 우리의 1년이 이렇게 채워지며 그 시절에 별이의 사진을 보는게 이렇게 재밌는 일 이라는걸, 그때는 미처 알지도 못했다. ㅎ


별이 정말 꿈나라 간다옹
모두 잘자냥


다음 시간엔 더욱더 귀여운 우리 애기애기 별이 이야기를 들고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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