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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il Sep 12. 2023

비밀과 고양감 사이

글을 위한 필사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황선우 김혼비>


마음을 가다듬는 데에 요즘 꽤나 큰 기여를 하는 목탁을 선우씨가 보고 싶다고 하셔서 지금 저도, 목탁도 조금 흥분한 상태입니다. (...) 제 회사 동료들은 한 명을 빼고 목탁의 존재를 모르지만, 들켜도 난처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간밤의 술자리에서 남은 소주를 가방에 병째 챙겨놓고 그 가방을 그대로 들고 출근했다가 동료들의 복잡한 얼굴을 몇 번 마주하면서 (한 병까지는 그래도 괜찮은데 1차와 2차에서 각각 챙긴 두 병이 들어 있는 날에든 유독 복잡해 보이더군요......) 배짱이 두둑해졌기 때문입니다. 소주병에 비하면 목탁은 얼마나 건전한 물건인가요. 알고 보면 두 개 다 청아한 소리를 내는 물건이라는 점에서 궤를 같이 하지만 말이에요.


황선우/김혼비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왓츠 인

마이백>







그가 물었다. 무슨 글을 썼느냐고, (한 번 보여주지않는 글에 행여 자신이 주인공일까 봐, 주제 묻길 좋아하며, 저작권 내세우는 타입) 그날은 내가 살며 처음 목탁을 탐낸 날이었다. 나는 목탁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고 했으나, 무려 48년 장인이 살구나무로 만든 목탁을 구매했다곤 하지 않았다. (혼비 작가님의 목탁과 어쩌면 똑같을 *히히) "웬 목탁?" "내가 소싯적에 말이야, 부처님 오신 날 연등 행사에 맨 앞줄에 선 꼬마였어! 일찍이 조신하지 못하여 연등을 붕붕 돌리며 걸었어도, 단 한 번도 태운 적이 없었지. 우리 주지 스님이 나를 얼마나 예뻐했게? 절에 가면 벽장을 열어서 두 손 가득 사탕도 주셨다고" 장황하게 꼬꼬마 적 얘길 늘어놓고 겨우 들은 말은 "동자승처럼 보였던 건 아니고?" 였다. ​


역시......

목탁은 비밀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신기하게도, 언젠가 들킬 생각을 하니 고양감이 차오르는 것 같다. 벌써...?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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