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일이 만난 열세 번째 사람
제가 어떻게 돈을 벌어서 산 거고, 왜 산 거고, 어떤 매장에서 얼마 주고 샀는지 다 기억을 하고 있어요. 저는 제가 모으고 사는 것들에는 제 인생이 온전히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이름 코비진스
직업 블로거, 마케터, 크리에이터
좋아하는 아이템 청바지
원래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음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음악학원을 운영했어요. 근데 음악을 직업으로 삼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취미로 하던 일이 더 재미도 있고 스스로에게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과감하게 제 취미를 직업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를 뭐라고 스스로를 소개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일종의 마케터이자 블로거죠. 그리고 크리에이터이기도 해요.
취미라고 하신다면 운동화를 말하는 거죠?
네, 맞아요. 운동화는 오랜 기간 동안 좋아했어요. 모으기도 많이 모았고요. 신발이라는 콘텐츠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유명해졌죠.
어떤 계기로 운동화 관련 블로그를 시작했나요?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블로그에 제가 가지고 있는 신발 사진을 올리며 시작했어요. 어느 날 제 후배가 신발을 샀는데 저한테 ‘신발이 어딘가 조금 이상하다’라면서 이게 진품인지 묻더라고요. 신발을 유심히 보니 후배가 산 신발이 가품이란 걸 알 수 있었어요. 그 당시에 많은 분들이 진품인 줄 알고 가품을 샀거든요. 그렇게 진품과 가품 비교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 콘텐츠가 대박이 났고 그렇게 제 블로그도 점점 커지게 됐죠.
신발은 언제부터 모으기 시작했나요?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1999년부터 시작한 걸로 기억해요. 큰 이유는 없었어요. 그냥 하나씩 신발을 사다 보니 그게 그렇게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근데 제 성격 상 신발 말고도 제품을 사면 잘 버리질 못해요. 처음에는 우표 수집으로 컬렉션이라는 걸 시작했어요. 그리고 향수와 청바지도 많이 모았어요. 그래도 신발이 매력적인 이유가 있어요. 옷은 유행에 민감하잖아요? 그리고 제가 살이 찌거나 빠지면 원래 있던 옷을 입을 수가 없게 돼요. 신발은 그런 게 없어요. 작년부터 올해까지 유행한 신발을 보면 전부 옛날 신발이에요. 코르테즈, 에어포스, 슈퍼스타 전부 태어난 지 20년은 넘은 신발이잖아요? 신발은 유행에 크게 민감하지도 않고 패션에서 딱 자리를 잡고 중심을 잡아주는 아이템이라서 좋아해요.
어떤 신발을 가장 애지중지하시나요?
조던 시리즈죠. 저에게 조던은 사연이 있는 신발이에요. 조던은 시리즈 별로 다 모으지만 그중 조던 8을 가장 많이 아껴요. 제가 중학생이었던 1993년에 부모님하고 함께 나이키 매장을 갔어요. 매장에서 유독 조던 8이 눈에 띄어서 부모님한테 사달라고 졸랐죠. 그때 가격으로 94,000원 정도였으니 꽤 비싼 신발이었어요. 근데 부모님이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이렇게 비싼걸 어떻게 사주냐’라면서 면박을 주셨어요. 그 말에 충격을 받았죠. 그게 한이 되더라고요. 그렇기 시간이 흘러서 2000년 초반에 조던 8 레트로가 출시돼요. 그때는 제가 경제활동을 했으니 신발을 살 수 있었죠. 그 후로도 두 번 정도 색깔이 바뀌어서 다시 출시가 되었고 전부 다 샀어요. 조던 8 시리즈만 17켤레를 가지고 있어요.
특히 나이키를 좋아하시나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근데 종합적으로 보면 제가 나이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긴 해요. 사실 어쩔 수 없는 게 나이키의 신발 종류가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서 압도적으로 많아요. 모델 숫자만 두고 비교해보면 나이키는 넘사벽이에요.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이 있나요?
청바지를 좋아해요. 제 닉네임이 ‘코비진스’잖아요? 코비는 농구선수 코비에서 따왔고 진스는 청바지니까 그 두 개를 합친 합성어예요.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청바지만 120개가 넘어요. 사람들이 120개를 보면 ‘다 똑같은 청바지인데?’라고 말해요. 근데 자세히 보면 하나하나 다 달라요. 워싱이나 톤도 다르고 바지마다 나름대로 사연이 있어요. 제가 어떻게 돈을 벌어서 산 거고, 왜 산 거고, 어떤 매장에서 얼마 주고 샀는지 다 기억을 하고 있어요. 저는 제가 모으고 사는 것들에는 제 인생이 온전히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 생각 없이 ‘나 돈 있으니까 이거 살래’가 아니라 제가 열심히 일을 하고 아껴서 정당하게 돈을 지불하고 산 것들이니까 더 소중하게 느껴지죠.
원래 음악을 하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과거에 대해서 조금 더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음악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는 가요제에서 상도 탔고요. 2살, 3살 때부터 노래를 불렀다고 어머니가 말씀하더라고요. 테이프나 CD도 엄청 많이 모았어요. 당연히 아직도 전부 가지고 있고요. 음악학원 전에는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학원을 운영했어요. 아마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했을 거예요. 돈을 벌기 위해서 시작했죠. 근데 2년 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그렇게 2년 동안 학원 운영을 하다가 결국 접게 됐어요. 그 시기에 제가 취미로 하던 일이 조금씩 잘되기 시작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지식인 활동에 특히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이유가 있나요?
제가 지금 하는 모든 일의 시작은 지식인이에요. 2008년에 신발과 관련된 지식인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 지식인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그렇게 계속 활동을 하다가 2009년과 2010년에는 학원 운영 때문에 지식인 활동을 거의 못했어요. 2010년에 학원을 정리하고 나니 지식인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별 기대 없이 쪽지함을 확인했는데 질문이 몇 만개가 와있었어요. 그걸 보며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바로 ‘다시 활동을 해야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계속 활동을 하고 있어요. 지식인은 저한테 자양분이에요. 지식인 활동을 시작으로 블로그를 시작할 수 있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쭉쭉 뻗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채널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SNS 채널을 관리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해요. 제가 매일 지식인 질문, 블로그와 유튜브 댓글에 답변을 직접 다 하고 있어요. 이 것만 해도 매일 3시간 이상이 걸려요. 게다가 네이버 쪽지와 메일을 몰아서 답변하다 보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돼요. 그래도 부족한 시간을 쪼개서 최근에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하게 된 계기는 별 다른 게 아니라 제 직업이 한국에서는 아직 대중적이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약간 불안한 감정이 생기더라고요. 지금이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지만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게 됐어요. 근데 생각보다 작업하는 게 어려워요. 콘텐츠는 제가 무한정 생산할 수 있지만 영상을 업로드하기 위해서는 편집을 필요로 해요. 제가 편집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항상 다른 전문가들에게 부탁을 해요. 그래서 지금은 일주일에 한 개씩 영상을 업로드하는 중인데 이런 부분은 조금 아쉬워요. 제 블로그처럼 하루에 한두 개씩은 매일 올리고 싶거든요. 과거에는 이런 일들을 취미처럼 욕심 없이 일을 했는데 올해는 조금 달라요. 욕심이 많이 나요. 그래서 영상 관련해서는 특히 욕심을 많이 부리고 싶어요.
코비진스 지식인(kin.naver.com/profile/dufflecoat) / 유튜브(m.youtube.com/c/KobeJeans)
앞으로의 꿈이 있으신가요?
저는 나중에 신발 박물관을 만들고 싶어요. 아직 한국에는 이런 것들이 없잖아요? 박물관이 아니더라도 제가 가지고 있는 신발을 전시해놓고 사람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신발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명소를 만드는 게 지금으로서는 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소망이죠.
옷을 좋아하는
우리 주변 평범한 사람들,
그들의 패션(Fashion)과
패션(Passion)에 대한 이야기
YOIL MAGAZINE
Interviewee. 코비진스
Editor. 조경상
Photographer. 김유나
코비진스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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