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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조 Nov 03. 2022

보험사 소송 승률이 높은 이유…

"약제 건보 인정보다 현금 합의가 남는 장사"


며칠 전 내가 오랫동안 연재했던 칼럼을 읽은 한 암환자 측에서 연락이 왔다.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좀 더 근본적인 해법을 찾고 싶으니 조언을 해달라는 전화였다. 나는 거절했다. 소를 제기하겠다는 암환자를 믿을 수 없었다. 내 신념이 배신당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보험사를 상대로 하는 소송에서 입증자료 요청에 협조하거나 증인으로 출석한 주위 분들이 후회하는 모습을 여러차례 봐 온 터다. 현재 암입원비 책정은 몸살같은 세월 10여년을 거치는 동안 보험사에서 정한 기준대로 흘러가고 있다. 손해사정사 일을 시작한 게 만 10년이 됐지만,  처음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암입원비는 구강항암제를 복용하는 기간까지 모두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항암제로 분류돼 있는 여러 약제에 대해 항암치료 인정을 부정하고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여러 소송의 과정을 보험사와 소비자가 끊임없이 진행하면서 판례가 쌓이고 쌓여 처리기준이 안착된 것이다. 



암환자들을 만나는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구강항암제를 주로 판매하는 제약회사 경영진들과 저녁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는 암환자들이 치료과정에 대해서 보험사로부터 보험사기로 취급돼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는 의견을 나눴다. 해당 회사는 항암제로 식약청 분류가 되지만, 정작 보험사는 항암제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본인 회사의 항암제가 암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하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 법정에서 여러번 증인으로 서고 열심히 환자들을 도왔었다고 한다. 회사를 이끄는 대표 입장에서는 이미지 마케팅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었겠지만, 직접 법정에 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분은 고통받는 암환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고 지방법원까지 마다하지 않고 내려가 증인으로서 소송에 참석하셨다고 한다. 그 덕분에 환자들이 해당 약제를 복용한 기간을 항암기간으로 인정받아서 소송이 유리하게 진행됐지만, 막상 선고를 앞두고 환자들이 모두 소를 취하해버렸다고 한다. 



이유는 보험사들이 환자들에게 청구금액의 3배 이상의 돈을 주는 대신 소 취하를 종용해버린 것이다. 만약, 그 소송이 최종선고까지 진행돼 해당 약제의 복용기간을 항암치료로 인저되는 판례가 나오게 될 경우의 파장을 우려한 보험사의 발 빠른 대응이었다. 그리고, 환자는 암환자 전체와 앞으로 암에 걸릴지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어떤 결과가 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당장의 달콤한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당시 청구금액이 1억이었고 합의금이 3억이었다고 하니 어느 누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위 사례 외에도 보험사에 불리한 선고 직전에 소가 취하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법무법인에서 진행하다가 보험사로부터 달콤한 제안이 들어와서 종결했다는 비하인드는 소위 이바닥 새롭지도 않은 안주거리다. 보험사는 점점 상대하기 어려운 골리앗이 돼가고 있는 셈이다. 



생명보험사 중 가장 많은 소송 건을 유지하는 삼성생명은 회사가 피고인 소송이 142건이고 그 다음으로 많은 한화생명 103건 교보생명의 88건이다. 이외에 소비자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게 아닌 회사가 피보험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까지 합치면 각 회사별 소송건수는 훨씬 더 많다. (생명보험협회 소비자정보통합공시에서 확인 가능)



2021년에 삼성생명을 상대로 소비자가 소송을 제기한 결과 22건에 대하여 전부승소했고 삼성생명의 전부승소율은 95.65%다. 삼성생명을 상대로 소를 제기한 소비자가 법정에서 이길 확률은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보험에 특화된 법무팀과 보험전문 변호사를 상대로 소비자가 보험이라는 특수한 영역을 잘 알고 대응하기도 힘든 현실을 잘 반영하는 것이다. 



전부승소율보다 더 주목해야 될 것은 17개의 비선고건이다. 소송을 끝까지 진행해 판사의 선고를 받기 전에 조정 1건, 화해 6건, 소취하 10건으로 종결된 사안이다. 같은 기간에 승소한 22건의 75% 수준에 이르는 많은 건들이 최종선고에 이르기 전에 끝났다. 



나는 소취하 10건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과연 이 10건의 소송이 진행됐더라면 어땠을까? 피해 소비자들에게 작은 불씨나마 심어줄 기회가 꺼져버린 건 아닌지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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