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준비하면서 힘든 시기를 만났다. 인생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상황이다.
착한 딸이었던 나는 부모님을 실망시키는 딸이 되었다.
나는 나대로 상처받고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상처를 받았다.
부모님은 나에게 실망했고, 나는 부모님에게 실망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관계 안에 있는 내 가족이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나를 가장 아프게 하는 사람들로 전락했다.
한 번도 나에게 모진 말을 한적 없는 엄마였다.
하지만 본인의 서운한 감정이 앞서면서 평생에 한 번도 한적 없던 모진 말, 나에게 상처되는 말을 나에게 뱉어냈다. 다른 사람들의 모진 말에는 단련이 되어 있을지 몰라도, 엄마에게서의 모진 말은 단련되어 있지 않은 나였다. 굉장히 속상했고 서운했고 아팠다. 그 순간 나 역시도 엄마한테 쏟아내고 싶은 말이 더욱 많았지만 참고 또 참았다. 정말 참고 또 참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힘든 시기를 마주한다.
아니 한 번이 아니라 더 많은 힘든 시기를 만나게 된다.
인생은 길고 그 인생 안에 아무런 문제 없이 힘듦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른 법이다.
나에게 온 시련이 억울하고 분하고 화가 나서 주체할 수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드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감정적인 부분만으로 그 시간을 지나가게 된다면 나를 갉아먹게 되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더욱 부정적이게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힘든 시기를 슬기롭게 버텨야 한다.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나의 이성이, 나의 감정이 언제 끊어질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이 시간을 슬기롭게 잘 버티고 헤쳐나가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최대한 버티고 참는 중이다. 그러기 위해선 나의 생각을 정리해야 하고 나의 감정에 솔직해야 하고 나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를 달래고, 글을 쓰면서 나를 알고, 대화를 나누면서 나를 위로한다.
힘든 시간일수록 "나"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려 힘든 시간을 엉망진창으로 보내버릴 수도 있다.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어야 객관적인 나, 전지적 시점에서 바라보는 나를 만날 수 있다. 그런 것들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슬기롭게 이 시간을 버텨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