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el의 매일 기록하기 2021년 4월 9일 금요일
최근 열심히 일한 엄마에게 큰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열심히 쫓아다녔고, 마음 졸였고 열심히 했다. 잠도 못 자고 여기저기 다녀가면서 준비하고 처리해서 그게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준 후에 엄마가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었다.
매우 기쁜 소식이었고 엄마도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했고, 열심히 한 것에 대한 결과와 보상이 따르는 것 같아 수화기 너머의 엄마 목소리는 행복하게 들렸다. 나 역시 진심으로 축하했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그 계약이 취소되었다는 것을 며칠 뒤에 통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한없이 다운되고 침체된 목소리.
스스로를 다독이고 마음을 위로하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 목소리, 말투, 대화 내용에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전문가로서 엄마가 그 일이 진행될 수 있게 도와줄 때는 고맙다, 감사하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했던 사람들이 그 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엄마에게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을 하루 이틀 만에 번복한 것이다.
그것도 안면몰수하듯이 싹 태도를 바꿔서 말이다.
사람이 인간적으로 낯부끄러워서라도 그럴 수 있나 싶은데, 정말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걸 또다시 새삼 느낀다. 그 사람은 그게 잘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겠지. 사람과 사람 간의 예의와 도리를 버리고 그냥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데로 밀어붙이는 그런 행동, 감사 따위는 모르는 그런 태도.
적어도 취소하게 되었으면 미안한 기색은 내비쳐야지,
'그동안 도와줘서 고마웠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이러해서 그 계약을 진행할 수 없게 돼서 미안하다. 다른 거라도 나중에 진행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정도의 인간적인 면모만 보였어도 우리 엄마는 그렇게 속상해하지 않았을 사람이다.
물론 나 역시도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꽤 많고 이렇게 갑자기 등 돌리고 연락이 끊기거나 다른 업체랑 덜컥 계약해버리는 경험을 종종 한다.
나는 그 계약을 하지 못해서 돈을 벌지 못하는 것보다, 그동안 내가 진심을 다해서 함께 했는데 이런 태도를 취하는 그 사람, 인간관계에 대한 분노가 더 크게 일어나더라. 믿음에 대한 배신, 그동안 나랑 수차례 만나면서 자신의 인생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내가 진심을 다해 그 사람을 위해서 생각한 모든 플랜들을 고대로 가지고 다른 데 가서 계약을 했다는 것에 대한 배신감. 믿고 열심히 했던 그 사람에 대한 미움이 크더라.
그러나 어쩌겠나.
그 역시 그 사람의 생각과 결정이 거기까지이고, 나는 여기까지인 것을.
우리 엄마도 이미 그냥 마음을 잘 정리하고 추스르고 다스리고 있었다. 좋은 일만 많았으면 하는데 세상이, 주변 사람이 덜 도와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이번 주에 가서 꼭 안아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