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엄마들
불안한 엄마들
왜 육아를 하면 불안해질까? 주변을 돌아보면 아이가 잘 자라고 있음에도 불안한 엄마들이 많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아이는 아이의 속도대로 잘 크고 있는데, 왜 우리는 항상 불안할까?
지난 12월 연말 모임이 몇 개 있었다. 전원 육아맘으로 만나면 팔 할은 육아 이야기로 대화가 채워지는 모임의 연말 약속에서 한 친구가 모 업체의 교구를 활용한 선생님 수업을 한다며 근황을 공유했다. 굉장히 유명한 브랜드로 이거 하는 아이와 안 하는 아이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엄마들이 굉장히 많은 업체이기도 하다. 나 또한 출산 후 전집 관련해서 상담받아본 적 있을 정도로 육아맘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브랜드이다.
그런데, 모임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열심히 27개월 아기 교구를 검색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나는 왜 갑자기 교구와 각종 전집, 블럭을 검색했을까? 그 기저에 깔린 심리는 무엇이었을까? 다양한 감정이 있겠지만, 가장 큰 감정은 불안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같은 해에 출산한 친구가 아이에게 저 교구로 수업까지 해준다는데 우리 아이에게도 무언가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
남편과 대화해 보면 남자들은 아무리 육아대디가 되어도 대화의 주제에서 육아가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한다. 남편을 포함하여 남편의 친구들도 내 기준에서는 상당히 자상한 남편이자 아빠로 훌륭한 육아대디임에도 불구하고, 육아 이야기는 근황 토크에 잠깐 등장할까 아이 교구나 전집, 발달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쩌면 여자들은 서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며 더욱 불안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불안한데 어떡하라고
친구의 아이는 발달이 1년이나 빠르다는데, 교구 수업을 해서 그런 것 아닐까?
우리 아이에게 나는 개월수에 맞는 장난감이나 교구, 책을 잘 노출해주고 있을까?
영어 유치원은 보내지 않더라도 엄마표 영어로 조기에 영어를 노출해 주는 게 좋다는데 언제부터 어떻게 노출해줘야 하지?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불안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다. 다들 영유아기부터 달리고 있으니 달리지 않으면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렇게 적고 보니 이 문장 낯설지가 않다. 바로 어른인 우리들 모습과도 닮았다. 아는 지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린 자의 반 타의 반 오른 러닝머신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반강제적으로 달리고 있는 사람들 같아.
학령기부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참여한 경주에서 중도 하차하지 못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달리는 사람들. 그리고 이제는 그 경주가 영유아기부터 시작되는 걸까.
그럼에도 개월수에 맞게 아이의 발달 단계를 체크하고, 신경 쓰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영유아검사 체크리스트에서도 개월수에 맞는 아이의 발달 정도를 대근육, 소근육, 인지, 언어, 사회성, 자조 등의 영역으로 나누어 확인하고 있는 만큼 아이가 나이에 맞게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고 도와주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경계가 참 어렵다. 꼭 그 책을 읽어야만, 꼭 그 교구로 놀아야만 아이가 발달하고 성장하는 것은 아닐 텐데 이미 연령 별 추천 도서와 교구는 거의 답지처럼 정해져 있다. 엄마들은 우리 아이를 걸고 실패할 수 없기에 누구나 다 좋다고 하는, 이 시기에 꼭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책들을 하나둘씩 들일 수밖에 없다. 지역 불문 연령별 추천 도서를 당근에 검색하거나 키워드 알림을 걸어두면 하루 최소 3번 이상의 알람을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반전을 고백하자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그저께 24개월 이후 활용하기 좋다는 보드게임 2개와 선긋기, 오리기 워크북 세트를 주문했다는 것이다. 엄마 찬스로 남편과 오랜만에 가지게 된 자유시간엔 알라딘 중고서점에 방문해 노부영 중고책을 4권 구입했다. 육아에 있어서만큼은 공포와 불안에서 100% 벗어나기가 참 어렵다.
그래도 계속해서 읽고 쓰며 육아의 기준을 잡아가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불안이라는 감정의 본질을 직시하고, 부부의 기준을 확립해야 휩쓸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겐 이 브런치북이 바로 그 과정을 함께하는 기록이자 스스로를 다잡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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