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빈틈에서 자란다고?

by 요진
아이가 심심하지 않도록

돌이켜보면 누가 옆에서 그렇게 말한 것도 아닌데 아이가 심심하지 않도록 아이의 시간을 부모가 꽉 채워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이가 이 시간을 지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하지만, 육아하며 깨달은 1가지는 생각보다 아이는 혼자만의 놀이로 시간을 잘 보낸다는 사실이다. 종종 아이 혼자 창작한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신박해서 놀랍기도 하다.


물론 그럼에도 아이의 시간을 부모 주도의 다채로운 놀이로 더 채워줘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특히 SNS를 볼 때마다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다른 엄마들이 집에서 해주는 엄마표 놀이를 보고 있자면 신경 쓰지 않기 어렵다.


그나마 나 자신에게 한 가지 위로 아닌 위로를 하자면 다소 심심한 아이의 그 시간이 의미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있다는 것이다. 부모가 채워주지 않는 빈틈, 심심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그 시간에 아이는 스스로 창의적인 생각을 해낸다고 한다.


자기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일종의 훈련을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꼭 대단한 놀이를 엄마 아빠가 준비해서 제공해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어본다.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아이의 시간을 꽉 채워주지 못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인 죄책감을 마주하는 나와 같은 엄마들이 있지 않을까 해서이다.


어쩌면 아이의 시간을 꽉 채우지 못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건 아이가 아니라 내가 아닐까. 부모가 놀이를 주도하고, 먼저 제안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건 아닐까.


최근 약 3개월 간 영유아기 놀이, 두뇌 발달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접하면서 든 생각은 아이와의 놀이 시간에서 부모가 아닌 아이가 놀이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먼저 놀이를 정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 부모는 그저 아이의 놀이 세계를 확장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조력자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내용이 참 많았다. 실제로 이런 마음으로 아이와 놀이시간을 보낼 때 아이의 경계 없는 장난감 활용에 놀라기도 하고, 이게 왜 재밌을까 의아한 놀이가 탄생하기도 했다.


AI가 다 해줄 텐데 우리 아이는 뭐 하고 살지?

어쩌면 나의 합리화이고, 다소 멀리 나가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와의 놀이뿐만 아니라 나중에 아이의 교육에 있어서도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창의적인 일을 해내는 건 미래를 살아감에 있어 꼭 필요하다.


AI의 발달로 향후 몇 년 안에 GDP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인간이 하고 있는 일의 많은 부분을 AI가 대체하게 되면, AI로 대체된 사람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그 순간이 오면 결국 힘을 발휘하는 건 인간의 창의성이 될 것이다.


글을 적고 보니 다소 멀리 나간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이가 심심함을 느끼고 그 시간을 스스로 채울 수 있는 능력은 새로운 미래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뭐 하고 놀지?' 생각하는 시간은 아이의 창의력이 발휘되는 시간이고, 새로운 것을 스스로 찾아가는 시간이라고 스스로에게 한 번 더 되뇌어본다.


아이는 부모의 빈틈에서 자란다.


유튜브에 몇 년 전 업로드 된 JTBC 영상 제목인데 보자마자 마음에 와닿아 다이어리에 적어둔 문장이다. 아이는 부모의 빈틈에서 자란다고 하니 아이의 모든 시간을 꽉꽉 채워주지 못했다고 자책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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