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열한 번째, 알료샤의 마지막 연설을 통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 그 마지막 리뷰다.
물론 이 작품은 또 다룰 예정이며, 반년마다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만큼 꾸준히 이 책을 읽고 난 생각을 자유롭게 정리할 예정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책 읽기를 권하는 이유가 하나 있다면, 바로 이러한 책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읽을 때마다 매번 즐거움을, 슬픔을, 그리고 깨달음을 주는 그런 책 말이다.
그 마지막 3권에서는 '알료샤'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이반이' 가장 도스토예프스키적인 인물이었다면 '알료샤'는 도스토예프스키가 가장 사랑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백치이자 순수함 그 자체이며, 모든 도스토예프스키적 인물에게 게루빔 같은 존재.
도스토예프스키가 말한 가장 사랑하는 작품 <백치>의 주인공 미쉬킨, <죄와 벌>에서 라스콜니코프를 구원하는 소냐, 그리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모든 등장인물들의 양심이자 빛인 알료샤가 그러한 인물이다.
알료샤는 작품의 모든 등장인물들에게 사랑받는다. 그의 사촌이 말하길, 그는 막대한 돈이 있다한들 어디 누군가에게 사기를 당하든 적선을 하든 하룻밤 새에 그 돈을 다 써버릴 것이며, 돈이 없다한들 누군가가 그를 먹여주고 재워주며 보살펴줄 것이기 때문에 그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미움받아 봉변을 당할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그는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인물이며, 보고 있자면 웃음이 나는 인물인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지금 내 생각으론 아마 '솔직함'이 아닐까 싶다.
유튜브에서 봤는데(석영중 교수님의 유튜브 강의였는지, 김연경 교수님의 강의였는지 기억은 안 난다. 두 분 다 저명한 도스토예프스키 연구자다) 그는 삼 형제 중에 '신성'을 대변한다고 한다. 그는 '솔직함'이자 '양심'이다. '용서' '화합' '조화' 그 모든 신성한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인 것이다. 격렬한 '감성'을 대변하는 미챠도, 차갑고 논리적인 '이성'을 대변하는 이반도 그의 말은 결코 의심하지 않으며, 심지어 '신성'과 '양심'을 대변한다는 점에 있어서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알료샤의 말은 그들에게 선고와 같으며, 동시에 용서와 같다.
최근에 AI 툴인 Claude를 유용하게 사용 중인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고 Claude와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기술의 발전이 무서울 정도로 흥미로운 토론이었으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기도 했다.
알료샤가 이반이 섬망증을 앓는 걸 보며 이반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작 중에서 알료샤의 감은 거의 맞아떨어졌기에 나는 여태껏 이반의 부활의 여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n회독을 하면서도 이반의 부활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결론을 낼 수 없었다)
그래서 이 문제로 토론을 했는데, Claude의 대답이 충격적이었다.
정말 무시무시한 통찰력이 아닐 수 없다. 라스콜니코프가 소냐 앞에서 다시 부활한 것을 예로 들며,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함을 깨우쳐준 것이다.
어쨌든 이처럼 알료샤의 말은 작 중 인물들에게도, 그리고 나 같은 독자에게도 절대적이다.
그런 알료샤가 일류샤를 떠나보내며 하는 연설을 마지막으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리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 우리가 아무리 사악해질지라도, 우리가 일류샤를 어떻게 땅에 묻었는지, 우리가 최근에 그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바로 지금 이 바윗돌 옆에서 다 함께 얼마나 사이좋게 얘기를 나눴는지를 기억한다면, 우리 중 가장 잔인하고 냉소적인 사람조차도, 설령 우리가 그런 사람이 된다고 할지라도 자기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선량하고 훌륭한 사람이었다는 점 만은 마음속으로 비웃지 못할 겁니다!
...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우리가 고약한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서입니다. 하지만 왜 우리가 고약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까?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우리는 첫째, 그 무엇보다도 선량하게 살고, 둘째 성실하게 살아갑시다. 그다음으론 절대로 서로서로를 잊지 맙시다
..."
알료샤가 말한 것과 같은 그러한 애틋하며 잊고 싶지 않은'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고약한 사람이 되지는 않았는지, 자신의 현재 모습은 어떠한지 한 번 돌아보도록 하자.
거룩한 '신성'이자 고귀한 '양심'의 대변자인 알료샤의 말을 작 중 인물들도, 우리도 잊지 않고 살아가면 좋겠다.
자신을 되돌아볼 줄 아는 이들에게 편안한 밤이 찾아오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