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긴 편지 2

어쩌면 우리 집 형편으로는 당연한 것일지 몰라.

by 이가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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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나는 아버지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

어렸을 때 돌아가셨기 때문이지.

석희한테는 2남 1녀라고 소개했지만

우리 집은, 우리 형제는 서자야.


다시 말하면 큰집에 배다른 형님, 누님들이 있지.

그래서 호적상에는 큰 형님이 내 호주로 되어있어.


석희 씨가 어느 정도 이해할지 모르지만,

사실상 어렸을 때부터 이런 약점이 나의 삶의 컴플렉스로 작용해왔고

심리적 열등감으로 잠재되어 온 것이지.


'안동 권가'라는 석희의 말을 듣고, 또 석희의 아버님을 뵙는다고 했을 때, 나의 집안에 대해서 물어보시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나로서는 그 점이 제일 걱정이야. 집안으로 따지면 나로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어머니께서도 집안에 관한 말씀은 거의 하지 않으셨고, 또 일찌기 과부가 되어 세 형제를 키우시라 고생만 하셨지. 그리고 큰집과도 사이가 좋지 않아. 그저 명절 때 제사 지내는 정도로 지내는 사이야. 그래도 최근에는 좀 나아진 편이지.


지금은 나의 친형이 그래도 안정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었지만,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생활이 말이 아니었어.


물론 나는 내 결혼이 거론되는 것조차 기대하지 못할 정도였고. 지난번 말했는지 모르지만, 형 사업을 돕느라고 건대에 특별 장학으로 들어오게 된 것도 어쩌면 우리집 형편으로는 당연한 것일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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