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긴 편지 1

그저 희망적인 면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 없는 것은,

by 이가겸

1장


To. 석희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석희'를 상상해보니 여러 가지 생각인 나는군, 그 나이에 새롭게 출발하려는 의지가 부럽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고.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한다는 것과 일본어를 확실히 해보겠다는 당찬 의지가 엿보여 옆에서 보고 있는 나에게도 깊은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어쩌면 일부러라도 '석희'의 이런 점을 격려하는 것은, 남녀의 만남이란 선입관보다, 보다 영원한 것을 공유하겠다는 나의 생각이 우선되기 때문일 것이야.


우선적으로 나는 석희의 그런 점을 파괴시키고 싶지는 않아. 어쩌면 석희도 나의 그런 점이 맘에 들었는지도 모르고...


나의 현 상황과 생활을 둘러볼 때, 나에게는 좀 참고 견뎌줄 수 있는,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여자가 필요한 것은 지극히 평범한 것이지.


한편으로 석희가 대학원까지 공부하겠다는 의지가 생각보다는 강한 것 같아. 내심. 많은 생각이 오가기도 하는군.


아뭏튼 나로서는 그저 희망적인 면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 없는 것은, 보이지 않게 나의 마음을 무겁게 누르고 있는 것이 괴롭게 만들기도 하지. 어쩌면, 겉으로 보이는 '박사'라는 화려한 이름에는 걸맞지 않은

나의 삶이 있기 때문이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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