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수축 억제제 트랙토실 비용이 무섭다.
어느덧 29주 차가 되었다. 처음 입원을 하고 난 후, 그래도 29주까지 왔다는 것에 대해 하루 하루가 감사하다.
오늘도 내과에 다녀왔다. 저번에 한 피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간 수치가 높다고 한다. 이번엔 간 수치?
병원에 갈 때마다 늘어나는 증상에, 이제 점점 무뎌져 가고 있다. 자궁수축 억제제를 맞아서 일까?
대학병원이 아니다 보니, 내과 따로 산부인과 따로 다니려니 의사들은 약을 뭘 쓰는지 모르겠다며 떠넘기는 식이다. 지금이라도 대학병원으로 전원 하는 게 낫으려나? 생각이 많아진다.
오늘도 병원에 다녀와서 인지 저녁이 되니 배 뭉침이 시작되었고, 8시경에도 자궁 수축이 나아지지 않아서 다시 분만실로 이동했다. 또다시 태동 검사가 시작되었다. 이제 그냥 입원은 당연히 할 것 같으니, 어서 자궁 수축 억제제로 수축을 잡고 입원실로 가서 잠을 자고 싶었다. 라보파가 투여되기 시작하니, 가슴 떨림 부작용이 심해졌다. 전에도 맞아봤기 때문에, 일시적인 걸 거야 하고 조금 상황을 지켜봤는데 호흡도 가빠져서 점점 숨을 쉬기가 어려워졌다. 갑자기 숨을 헐떡거리니 공포가 왔다. 간호사가 급히 체크했는데 맥박수도 넘 빠르고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낮아졌다. 의사는 급히 라보파를 중단시켰다.
그다음 대안은 '트랙토실' 밖에 없었다. 악명이 높은 '트랙토실'을 드디어 맞게 되는구나.
의사는 '트랙토실'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라보파는 부작용이 많은데, 트랙토실은 부작용이 없다고 한다. 대신에 가격이 아주 비싸다고 했다. 한 사이클에 이틀 정도 맞는데, 세 사이클까지는 의료보험이 되는데, 그 이후에는 온전히 내가 부담해야 한다. 한 사이클만에 자궁 수축이 잡히면 다행이지만, 29주 차까지도 여러 번 입원을 한 터라 앞으로 남은 기간을 생각하면 최소한 세 사이클 이상은 더 맞을 것 같은데, 너무 부담이 되는 가격이었다.
병원마다 가격도 다른데, 내가 있는 병원에서는 한 사이클당(이틀) 약 50만 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더 싼 병원은 40만원대부터도 있고 비싼 병원은 60,70, 100을 넘기도 한다고 한다.
이러한 설명을 듣고 동의서를 작성하고 트랙토실을 맞을 건지, 아니면 부작용이 지금 오더라도 라보파를 맞을 건지를 결정해야 했다. 사실 인터넷에서 라보파 부작용에 대해서 찾다가 '트랙토실'에 대해 알게 돼서, 언젠가 나도 때가 오지 않을까? 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는 했었다. 일단 세 사이클까지는 의료 보험이 되니까 일단 당장 오늘 더 이상 힘들고 싶지 않아, 지금부터 맞기로 결정을 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보험이 되는 자궁수축 억제제 '라보파'는 심장을 무리하게 해서 심박수가 빨라지고 손떨림 구토 등 부작용이 많은 약물이라 외국에서는 사용 금지되었다고 한다. 부작용이 이렇게 많은 약이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보험이 되기 때문에 대표 자궁 수축 억제제라니 너무 서글픈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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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토실을 맞기 시작하니, 라보파와는 다르게 그냥 보통 포도당을 맞는 듯이 가슴도 떨리지 않고 아무 부작용이 없었다. '임신해도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우고, 돈이 있으면 이렇게 부작용 없이 약을 맞을 수 있구나.'
출산율이 낮다고 뉴스에서는 많이 접하곤 하는데, 막상 임신하고 아이를 낳기까지는 정책이 아직은 야속한 점이 많다는 걸 새삼 느낀다. '이래서 돈이 있어야 임신도 하고 출산도 하겠구나'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를 또 느꼈다.
다음날 담당의사가 회진을 와서 장난이 섞인 어조로
"에고 어째요. 라보파가 잘 맞았으면 좋았을 텐데. 남편 돈 많이 버셔야겠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씁쓸한 웃음만 나왔다.
"내일이면 트랙토실이 끝나는데, 수축이 잡힐까요?"
"글쎄요. 아마 한 번만에 잡히긴 힘들듯 싶긴 하네요."
의사가 돌아간 후, 인터넷에 '트랙토실 비용 후기'란 검색어로 여러 후기글들을 읽었다. 다들 이런 현실에 씁쓸해하는 글이 참 많았다. 그나마 출생 후에 신청할 수 있는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최대 300만 원 지원해준다는 것인데, 트랙토실도 대략 세 사이클. 6일 맞으면 끝나는 금액이었다.
앞으로 출산까지는 2달 이상이 남았는데, 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침대에 누워 이러저러한 생각이 많아진다.
'비용이 얼마나 들던지 우리 쌍둥이만 건강히 늦게 나오면 바랄 게 없겠다.' 싶다가도
'병원 입원비에, 자궁 수축 억제제 비용에, 나중에 수술비까지의 비용이 장난 아니겠군.'을 생각하니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조산을 겪기 전까지는 미쳐 알지 못했었다. 출산하기까지 이렇게 많은 돈이 필요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