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을 한 날 다시 입원을 했다.

조산기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by yololife

자궁 수축 억제제인 '라보파'가 아닌 '트랙토실'을 맞고 있으니, 새삼 '가슴이 떨리지 않는 삶'이란 게 이렇게 좋은 건가 싶다. 이틀간의 평온한 시간이 지났다. 트랙토실을 다 맞고 약을 뗀 후에 반동 수축이 있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약을 뗀 순간부터 자궁 수축이 계속 있는지 검사할 때까지가 가장 떨리는 시간이다. 침대에 누워서 클래식 음악을 에어팟으로 들으며 얼마나 마인드 컨트롤을 했는지 모르겠다. 몇 시간 후 분만실 태동 검사실로 이동하여 자궁 수축이 있는지 검사를 한 후 다행히도 퇴원이 결정되었다.


퇴원을 하게 되고 퇴원 수속을 기다리던 중에 간호사들과 매번 아침, 점심, 저녁으로 태동 소리와 혈압, 당뇨 체크를 해주는 간호조무사님 들과도 인사를 했다.

"이제 정말 안 오고 싶어요. 그동안 너무 감사했어요."
"산모님, 이제 그만 오세요~."


아직 30주도 안된 산모가 그 많은 입원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얼굴을 다 알고 익숙하다는 것에 고맙지만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정말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그만 오고 싶다고 말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벌써 몇 번째의 퇴원 길이지만 늘 햇빛은 강하게 눈이 부시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깊게 들이마신 공기는 비록 미세먼지가 있는 날이더라도 상쾌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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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Edu Lauton on Unsplash



기쁜 기분도 아주 잠시,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수축이 온다. 처음 입원했을 때부터 자궁 수축 억제를 위해 매일 복용하는 혈압약 한 알을 먹었다. 혈압약이 수축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으니 좀 지켜봐야지. 하고 잠을 청했다. 집 침대가 참 포근했다. '역시 집이 최고야.'


잠을 자고 일어났지만 통증은 계속 이어졌고, 결국 저녁 6시가 되어 다시 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하루 동안 퇴원을 하고 다시 입원을 했다. 몇 번째 입원인지 이제 좀 가물가물 해졌다.

오전에 인사했던 간호사들은 근무 시간 교대로 없고, 오후 근무 간호사들이 다시 나를 맞아준다.


남편과 나는

"이제, 우리 받아들이자. 퇴원에 헛된 희망을 갖지 말고 그냥 출산할 때까지 병원에 있겠구나!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더 편해졌다. 피할 수 없으니 그냥 병원 생활을 즐기는 길밖에 없다.


근무 교대 시간이 바뀌고 다음날이 되자 어제 퇴원하면서 인사를 했던 간호사들과 간호조무사분들이 내 병실로 와서 깜짝 놀란다.

"어머! 다시 오셨어요? 에고고."
"새벽에 근무 교대하는데, 산모님 이름 있어서 깜짝 놀랐잖아요.. "

이렇게 하루 만에 다시 만날 줄이야. 어제는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퇴원을 했다가 다시 입원을 하니, 의사가 태아가 폐가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조기 출산 시 위험할 수도 있어서 "폐 성숙 주사"를 권했다. '조산'의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 것 같아서 마음이 불안했지만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은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트랙토실의 한 사이클(이틀 소요)이 끝나고 태동 검사를 했지만 여전히 수축이 있었다. 바로 다음 사이클을 이어 가기로 했다. 이렇게 의료 보험 처리가 되는 마지막 세 번째 사이클이 모두 소진되고 있었다. 수축은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려서 큰 걱정은 안 되었는데, 트랙토실 비용의 걱정은 점점 커져갔다.

비싼 약값이 비급여 항목이라 개인 보험도 지원이 거의 안되고 병원비도 나가는데 누워있는 임산부는 아이들 걱정하랴 재정 걱정하랴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세 번째 트랙토실의 사이클이 끝나고 계속 수축이 잡히지 않자, 병원에서는 라보파를 다시 권유했다. 나도 이번엔 라보파를 투여하면 혹시나 부작용이 덜 심할까 하여 응했다. 기존에 수축이 잡히던 강도에서도 반응하지 않자 수액 강도를 더 높게 올렸더니,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숨이 잘 안 쉬어졌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까지 들었다. 급히 라보파를 중단하고 트랙토실을 다시 투여하기로 했다. 의료 보험 처리가 되는 라보파는 더 이상 맞다가는 큰일 나겠다 싶었다. 다시 트랙토실을 맞으며 안정이 되자 돈 때문에 몸으로 때우는 느낌이 들어 서러워 눈물이 났다. 더 이상 비용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와 아이들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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