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임신 중에 고생하는 글의 댓글에는 "힘내세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해요."란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임신 20주 차부터 시작된 조산기에 아이들의 건강이 하루하루 걱정이 될 때마다 속으로 외쳤다.
"그래. 우리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할 거야!"
힘든 난임 시기를 지나 마침내 단태아를 임신하게 되었을 때는, 어렵게 착상했는데 잘 붙어있어 주길 바라고,
단태아가 다태아가 된 걸 알고 나서는, 둘 다 무사히 잘 키워낼 수 있기만 바랬다.
보통의 10개월은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짧은 기간처럼 느껴지지만, 임신 10개월은 하루하루가 이벤트다.
처음 임신의 기쁨도 잠시 조산기로 처음 입원을 했을 때를 기점으로 그 이후의 시간은 걱정과 우려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2번의 기형아 검사에서는 혹시나 아이들이 잘못된 곳 없이 건강하려나?
임신성 당뇨로 판정받아 내분비 내과에 다니면서부터는 당 수치로 매 끼니가 걱정이 되었고 케톤 수치도 날 괴롭혔다.
30주 차부터 시작되면서는 간 수치가 높아서 입원 중에도 외래진료로 내과에 다녔다. 간 수치를 계속 체크하고, 간 초음파 검사를 했을 때는 임산부면 그렇겠지만 장기가 제자리에 있지 않아서 처음 검사를 진행했던 의료진이 더 연륜 있는 의료진을 호출해서 겨우 검사를 끝냈다. 임신하면 장기가 제 자리에 있지 않다는 걸 진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입원 기간이 길어지고 자궁 수축 억제제 '라보파'를 투여하는 기간이 길어지니, 부작용으로 폐에 습기처럼 물이 찼다고 했다. 심하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폐에 물이 찬다니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임신성 당뇨로 음식을 계속 많이 먹을 수도 없고, 병원 입원 중에는 고기 같은 단백질을 섭취하기가 쉽지 않아서인지 몸무게가 정말 늘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고 누워만 있으니 배도 안 꺼져서 소화도 더욱 안되는데, 아이들이 주차수에 비해 점점 자라는 속도가 더뎌서 먹어야 한다는 걱정이 많다.
33주 차에는 아기 몸무게가 첫째는 평균 한 달 정도 늦고, 둘째는 2주 정도 늦는다고 했다. 다태아라서 단태아만큼 크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커서 세상에 나와야 하는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나날이 숨이 쉬기 힘들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 갈비뼈가 아프고 다리가 저리고, 허리와 골반이 아파서 곡소리가 난다. 아프다고 잘 안 하는 성격인데도 정말 앓는 소리가 절로 난다. 침대에서 왼쪽으로 굴러도 보고, 오른쪽으로 굴러봐도 아픔이 절대 사라지지가 않는다. 남편은 끙끙 앓는 나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다며 골반, 허벅지, 장딴지까지 주무르고 누워서 하는 스트레칭도 도와주었다. 너무 아플 땐 이 고통을 잠깐만 남편과 나누고 싶다. 아픔을 반으로만 나눠주면 잠깐이라도 내가 조금 살만 할 텐데. 혼자만 아프니깐 심술이 난다.
20주부터 "한주만 더 있다가 세상에 나오자."를 주문을 걸었다. 그렇게 30주가 되고, 31, 32, 33주, 34주가 되었다. 조마조마하며 보낸 시간이 더딘 것 같으면서도 그래도 지나가고 있다. 조금만 버티자.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할 거야."라고 버티는 시간이 길어지니, 나도 강해져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나도 엄마가 되어 가고 있구나. 아이들이 강해지고 있는 만큼, 나도 엄마로서 강해지고 있다.
내 몸과의 싸움을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 노력하면서 내 마음과 싸우기를 반복하며 '너희를 품으면서 나는 점점 강해져 가고 단단해져가고 있다.'
아주 사소한 작은 것들에 큰 기쁨을 느낀다.
입원 중에 4일에 한 번씩은 혈관 바늘을 교체하는 날이다. 점점 바늘을 자주 찔러서 멍드는 곳이 많아서 찌를 혈관이 없는데도 찔러야 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공포스러운 날이기도 하지만 잠깐이지만 링거에서 해방되는 자유의 몸이 되는 시간이다. 자유의 몸이 되어 보통의 사람처럼 샤워도 할 수가 있다. 샤워를 하면 숨이 차서 힘이 들지만, 끝나고 나면 임산부임을 잊은 것처럼 마음과 몸이 가볍다. 매일 했던 샤워가 이렇게 간절한 시간이었다니.
식사를 하고도 혈당이 적당히 낮아서 간식으로 좋아하는 '오예스'를 사치하듯이 먹는다. 그 작은 과자 하나가 주는 기쁨이 마치 남자들이 군대 화장실에서 몰래 먹는다는 초코파이를 먹는 맛의 기쁨 같은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통제된 환경에서의 작은 자유를 자주 느끼는 요즘이다.
임신을 하고 나니,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경험해 보지 않았던 걸 경험하면서 내가 성장하고 성숙해짐을 느낀다. 하나의 생명을(나는 두 개의 생명이지만) 세상에 내보내는 일은 생각했었던 것보다 더 멋진 일인 것 같다. 내가 더 멋진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이 많은 고통을 한주 한주 견뎌 내고 있다니, 엄마가 되는 일이 아니라면 진작 포기하고 쉬운 길을 찾았을 텐데.
임신하고 나니 눈에 보이는 엄마들이 모두 존경스럽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하며 나는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까?
너희들을 만나 나는 생각보다 강해지고 있다. 우리 강해져서 만나자.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Tim Foster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