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기 마지막 입원

by yololife

이 글은 코로나가 국내에서 1차 확산되던 시기의 글입니다.




드디어 34주가 되었다. 해외에서 떠들썩하던 코로나가 국내에서 코로나 확진이 처음으로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남편의 회사에서는 재택근무 방침이 내려졌다.


제왕절개 수술 날짜가 잡혔다. 다태아 임신으로 37주 차 0일이 되는 날로 정해졌다. 조산기로 잦은 입, 퇴원을 했던 터라 의사와 나는 수술 날짜를 잡는 것을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 깊게 생각하지 않고 정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둘 다 수술 날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기적인 듯했다.

의사는 출산 전 검사에서 혈소판 수치가 낮아서 수술 전에 수혈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간호사에게 수혈 관련 안내를 받으면 된다고 했는데 간호사는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헌혈을 안 해서 혈액이 부족해서 구할 수 없다고 했다. 뉴스에서 혈액 부족으로 수혈할 수가 없다고 보기는 했었는데 그게 내 일이 될 줄은 몰랐다.

아직 수술이 3주는 남았으니, 그 사이에 코로나가 좋아지지 않을까? 란 낙천적인 생각을 했다. 뭐든 방법이 있겠지.


34주 1일 차가 되는 날 남편은 재택 첫날이었다. 친정 엄마도 마침 우리 집에 와 계셔서 오랜만에 집에 세 사람이 함께 있었다. 평화로움도 잠시였다. 점심부터 시작된 자궁 수축은 점점 심하게 나를 조여왔다. 임신 주차수가 오래되어가니 수축 강도가 강하고 길게 왔다. 뉴스를 틀면 대학병원들과 일반 병원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었다. 재난 문자는 코로나 확진과 동선 공개로 하루에도 여러 번 울렸다. '이런 시기에 또 병원에 가야 한다니. 병원에 있다가 코로나 19에 걸리는 거 아닐까란 생각에 공포감이 들었다.'


결국 2시간을 참다가 너무 아파서 결국 흐느끼며 눈물이 흘렀다. 이젠 더 이상 참기가 힘들었다. 이번에 병원에 가면 출산 전까지는 못 나올 것을 예상했다. 매번 집에 와서 병원 입원 준비물을 풀지 않은 가방을 다시 챙겼다. 남편은 퇴근 시간이 2시간이 남았고, 잦은 입원이라 당황하지 않고 친정 엄마가 운전대를 잡고 산부인과로 향했다. 또 태동 검사를 하고 자궁 수축을 잡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병실까지 배정받을 것까지 오늘 안에 끝나긴 할까? 입원하기까지 너무 힘든 과정을 생각하니 더 아픈 것 같았다.


외래 진료가 끝난 시간이라 당직 의사가 나를 맞았다. 의사가 자궁 수축 억제제로 '라보파'를 권해서 맞다가 심장이 너무 뛰어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나는 그냥 '트랙토실'로 교체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직 의사는 지금 대학병원으로 전원 해서 출산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지금 낳아도 상관없는 주수라고 몇번이나 나에게 이야기했다. 몇 번이나 지금 낳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의사의 말을 들으니 기분이 나빴다. 내가 의사가 아니라 판단하기가 어려웠지만, 엄마의 마음은 하루라도 뱃속에서 아이들을 품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이제 34주이고 아직 1kg 중반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을 세상밖에 나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의사는 그런 나의 마음을 안다고 이야기했지만, 내 마음을 아는 의사가 왜 그런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 아닌데도 말이다.

나는 자궁 경부 길이가 짧은 것도 아니고 보통 때처럼 자궁 수축이 있는 정도여서 트랙토실 써보고 그래도 자궁 수축이 계속되면 그때 전원을 생각해보면 되지 않냐는 의견이었다. 긴박하게 지금 코로나로 복잡한 대학병원으로 가서 출산을 하러 가야 하는 걸까? 코로나 전염 초기임에도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에는 코로나 확진 환자 여러 명이 치료를 받고 있던 상황이라 더 가고 싶지 않았다.


방금 처음 본 당직 의사 말을 들어야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러면 당직 의사는 주치의와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했다. 당직 의사는 주치의와 통화 후에 자궁 수축 억제제 '트랙토실'을 놓아주었다. 그렇게 자궁 수축은 잡혔고, 입원을 했다.

다음날 주치의는 입원실로 회진을 와서, 이제 출산 전까지는 퇴원 생각 말라고 했다. 나도 이제 번거로운 입원 수속을 하느니 그냥 병원에 남아있겠노라고 했다. 이제 수술 날짜까지는 3주가 남았다. 보통 36주까지는 자궁 수축 억제제를 쓴다고 했다. 2주 동안은 비싼 '트랙토실'을 투여받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2주, 3주만 더 버텨준다면 그 이상 바라는 게 없을 것 같다.


우리 쌍둥이들이 36주까지 견뎌준다면, 지금 병원에서 수술을 할 수가 있고, 그전에 수술을 해야 한다면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만 아니라면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할 텐데, 여기 산부인과에 남는 게 좋을지 전원을 하는 게 좋을지 코로나의 변수 때문에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jonathan-cooper-qGejOjJgC_w-unsplash.jpg

Photo by Jonathan Cooper on Unsplash



입원 기간 내내 뉴스에서는 요양병원 등 병원에서의 집단 감염이 늘고 있다고 했다. 나도 이렇게 입원해 있다가 코로나에 걸리는 게 아닌가? 란 불안감이 점점 커졌다.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가 코로나 확진을 받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아마 내가 기삿거리가 되는 게 아닐까? 우리 아이들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불안감이 나를 휘감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엄마는 생각보다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