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1호의 인생 33일 차

by yololife

하루의 시작이라고 경계를 짓기는 모호하지만 아기 1호가 눈을 감은 채 "응애~"하고 울며 새벽을 알린다. 속싸개에 팔이 움직일 수 없지만 이렇게 해야 더 깊은 잠을 잘 수 있다고 하니, 안쓰럽지만 어쩔 수 없다.

아기가 빠는 힘이 없어서 그런지 모유수유를 시도하지만 실패를 했다. 미리 유축해두었던 모유가 담긴 젖병을 가져와 아기에게 물려준다. 눈을 감고 젖병을 빠는 듯싶다가도 빨지 못한다. 힘없이 숨 쉬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 아기를 팔에 안고 안쓰러움이 밀려온다. 한 팔에 아기를 안고 젖병을 들고 있는지 30분이 다 되어 간다. 피곤하기도 하고 안 먹을 까 봐 애가 탄다. 안 그래도 작은 아기가 안 크면 어쩌나 하고 걱정이 된다. 하지만 끝내 아기는 80ml가 들어있던 젖병을 깨끗이 비운다. 다행이다. 끝내 잘 먹어서 다행이야.


젖병을 떼고 트림을 시킨다. 서서 아기를 안으면 아기의 얼굴이 내 어깨에 닿는다. 이내 머리가 점점 무거워진다. 트림을 하려고 안고 있는데 아기는 재우는 줄 아나보다. 어느새 푹 잠이 들어 있다. 그리고 아기 침대에 아기를 내려놓으면, 신기하게 눈을 뜬다. 그것도 번쩍! '엄마 나 안자요!' 하고 눈을 뜬다.

눈을 떠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지만 초점이 맞질 않는다. 왼쪽 눈동자는 왼쪽으로 가 있고, 오른쪽 눈동자는 가운데 머무르고 있다. 언젠가는 초점이 맞는 날이 있겠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시가 되는 건 아니겠지?' 하는 약간의 우려가 된다.


아기 1호의 뒤통수는 태어날 때부터 납작했다. 너무 납작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다.

'사두증이나 단두증이 되는 거 아닌가?'

'더 심해지면 아기 헬멧을 많이 쓰던데 우리도 씌워야 하는 거 아닌가?'

'머리만 신경 써서 잘 굴려주면 효과가 있겠지?'

'짱구 베개가 효과가 있으려나?'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매 번 잘 때마다 신경 써서 방향을 조절해 가며 침대에 눕혀본다.


아기를 낳기 전엔 터미 타임(Tummy Time) 이란 용어가 있는지 몰랐는데, 어느새 육아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생후 1개월부터는 머리를 약간 들 수 있다면 아기의 상체 힘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는 터미 타임이 근육 발달에 좋다고 한다. 아기 1호를 푹신하지 않은 바닥에 눕혀 보았다. 그냥 머리를 들지도 않고 엎드려만 있어도 낑낑 거리는 소리를 낸다. 이제 3초쯤 지났으려나? 마음이 약해진 나는 힘들어하는 1호에게 무리가 갈까 봐 터미 타임을 중단했다. 우리 이렇게 점점 시간을 늘려 가보자.


젖 먹는 힘을 내느라 얼마나 힘들까? 엎드려있는 고단함, 납작한 머리를 동그랗게 굴려야 한다는 절실함, 눈은 잘 보이는 지, 귀는 잘 들리는지 엄마는 아기 1호의 모든 것에 신경이 곤두서있다.


이제 겨우 태어난 지 33일 되었는데, 초보 엄마는 혹시나 아기 1호에게 무슨 일이 생겼어도 모를까 봐 조바심이 난다. 아기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데도 엄마는 걱정이 많다. 엄마가 원래 이렇게 걱정하는 사람이었나? 너의 몸짓 손짓 하나에 엄마는 울고 웃게 되는구나. 우리 아프지만 말자. 오늘도 하루가 무사히 흘러간다.



커버 사진 출처 : Photo by Aman Shresth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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