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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희 May 20. 2024

내 인생의 주연배우가 되고 낭만 일상을 찾는 법

나름' 나 혼자 산다' 애청자이라지만, 매번 늦은 시각까지 무거운 눈꺼풀을 견디지 못하고 잠에 들기 일쑤였. 그러다 엊그제, 모두가 잠든 밤... 혼자 배 잡고 꿀렁꿀 웃다가 눈물찔끔거렸던 방송을 보게 되었다. 


요새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에서 자칭 '멋진 정치 깡패'로 출연 중이라는 영화배우 구성환 님의 일상이 담겼다.

2004년 임권감독 영화 하류인생에서 오디션을 통해 데뷔한 배우라 한다. 사실 나는 구성환이라는 배우를 어떤 영화에서도 인상 깊게 눈에 담은 적이 없다.


영화에서도 거의 단역배우나 다름없었을 이 배우는

그전에 ‘이주승의 아는 형’으로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다고 한다. 그러다 시청자들의 출연 요청 쇄도로

단독으로 등판하게 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 혼자 산다' 속 '구 씨의 하루'로 비친 영화배우 구성환은 그 어떤 배우들보다 매력적이었다. 그야출구 없는 매력의 소. 나 역시 방송이 끝난 후, '나 혼자 산다' 고정출연과 그의 맥주, 라면 광고를 조용히 응원하게 되었다.


자취 10년 차인 구성환은, 그야말로 반전 투정이었다. 외모로 보나, 그동안 맡았던 배역으로 보나, 깔끔한 앞치마보다 닳고 닳아 빛바랜 가죽 잠바가 잘 어울릴만한 사람이었지만... 집안일에 진심인 깔끔쟁이.


낡고 허름한 식당에서 구부정한 자세로 국밥을 시끄럽게 흡입하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인상을 찌푸리며 깍두기를 거칠게 씹을 것 같던 그였지만... 자신을 위해 섬세하게 요리할 줄 아는 남자. 플레이팅에서마저 미장센을 추구하며 고기 불판을 정성으로 관리하는 사람.


거칠게 소주잔을 꺾어 털어 넣는 야성미 넘칠 것 같은 남자였지만 9세 반려견 ‘꽃분이’를 애지중지 챙기는 따뜻한 남자. 


그리고 허허실실말하지만 실 자기만의 행복법을 아주 잘 아는 똑똑한 사람. '아, 좋다'를 연발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자연스레 나누는 사람.


방송 너머로 보는 모습이 얼마나 진실될까 싶냐마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허세 없이, 비교 없이, 온전히 자기 자신 그 자체로 고민 없이 사는 이 삶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


그렇다고 "내가 아는 게 전부다", 대단한 인생의 비밀을 혼자 쥐고 사는 사람처럼 거만하지 않 사람.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이래야 하고, 이만큼 나이를 먹었으니 저래야 한다_공식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 사람.


이 모두가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저는 제가 제일 이상적이에요.
이만큼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싶어요”


방송에서 비치고 연출된 모습이었을지언정... 한 사람의 꾸밈없는 일상에 이렇게 반성을 해보고 동요되어 본 건 아주 오랜만이다. 그렇게 '사람 구 씨의 하루'는 내게 예상치 못한 긴 여운을 남겼다.


나 역시 나이 들고 늙어서 아프지 않기 위해,

그래서 누군가에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거창하지 않아도 오로지 건강하게 살아보자 싶어, 시간을 모으고 빼는 중이었다. 표와 의도를 가지고 아득바득 시간을 모았다. 그리고 나는 아직 힘을 다 빼지 못했다.


 스로 행복감을 느끼는 시간은 잘 안다 한들, 엄마로, 아내로, 딸로, 며느리로의 역할을 져버릴 수 없었다. 온전히 나를 곧추세우기 이전에, 다른 이들의 요구도, 기대도 맞춰야 했다. 하여 난 늘 긴장 상태였다.


들숨, 날숨처럼 '아, 좋다' 말하는 법을, 해맑게 웃는 법을 잊어버렸다.


기대 없이 봤던 구 씨의 하루는 게 말했다.

 쭉 빼고 지금 가진 바운더리 안에서 잘 찾아보라고. 늙어서까지 생각하며 두려워하며 살게 아니라 가끔 단순하게 생각하고 잘근잘근 행복을 씹어보라고.


행복은 깊이 느끼고,
단순하게 즐기고,
자유롭게 사고하고,
삶에 도전하고,
남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능력에서 나온다.

Happiness comes of the capacity to feel deeply, to enjoy simply, to think freely, to risk life, to be needed.

-스톰 제임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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