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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희 Sep 22. 2024

그런 날들이 있다

그런 날들이 있다.

이토록 슬프고 버겁고 답답한 일들만

이어질 수 있을까 싶은 날들.

벗어나고 싶고, 회피하고 싶어

이 발, 저 발, 다 빼보고

발버둥 쳐도 늪으로 잡아 이끄는

나쁜 운에 사로잡힌 것 같은 나날들.


이 악몽에서 언제쯤 깨어나려나,

언제쯤 다시 일상을 되찾으려나,

싶은 마음에 달력을 들춰보다

문득 한 달의 2/3 즈음 지나갔다는 것만

확인하게 되는 무능한 날들.


온통 슬퍼만 하며,

자책과 후회로 얼룩진 시간들에 고통스러워하다,

누군가에게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어 져

주위를 두리번거려 보지만

결국 헤쳐나가야 할 사람은 너뿐이야,

차가운 음성만 듣게 되는 날들.


내 안의, 휘몰아치는 감정들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건지... 자기 연민을 탓해보 와중에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커다란 나무 하나가 쓰러졌다.

.

소리가 났을까, 안 났을까)


또다시 내가 의도하지 않은, 날아온 돌로

갑자기 돌 맞은 개구리 신세가 되기도 하는구나

싶은 날들.


다리를 절룩거리다,

날아온 돌을, 탓하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는 악다구니를 썼지만

결국 나자빠지는 건

너뿐이라는 걸

먼발치에서 돌 던진 누군가 비웃음 소리와 함께

속삭이는 것 같은 때.


무력하게 앉아,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 억울한 시간들이 증발할 만한

시간이 더해지는 걸 기다릴 수밖에 없는 때.


집단주의 속에, 프레임에 갇힌 개구리는

이 돌, 저 돌 다 맞아도

맷집이 생기지 않던 와중에

무모한 악다구니를 썼던 그 밤을 수없이 헤아렸다.


멍청한 개구리 같으니라고.

맞은 돌이 억울했으면

악착같이 정신줄을 다잡을 일이라지.



아빠가 돌아가신 날 이래로

산책길에 나설 때마다 쓰레기를 담아왔다.


내 복을 담지 않고

이렇게라도 하면 더 좋은 곳으로 가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갈 때마다 담아 온 봉다리가 여럿이다.


이렇다한들 내 버거운 날들은 가시지 않고

무거움 투성이지만



돌 맞아 우는 개구리에게,

때 아닌 아이스크림을 건넨 이가 있어서

축 쳐졌던 9월의 나날 중

여전히 반전 없던 오늘 끝자락에

간신히 웃어봤다.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따뜻한 음성이다.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멍청한 개구리는 눈물에 절어 부은 눈을

간신히 뜨며 생각한다.


(아직 살만한 세상이야.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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