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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중 Aug 13. 2020

자신의 몸을 온전히 지탱한다는 것

무기여 잘있거라, 요가, 그리고 글쓰기

어제 오랜만에 헤밍웨이의 장편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를 다시 완독 했다. 그 작품은 언제나 결말의 씁쓸함이 인상적이다.


이번에 읽으면서는 헤밍웨이의 여성관이 반영된 '캐서린'이 너무 수동적인 인물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강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인공을 따라가는 그녀 모습을 보며, 굳이 저렇게까지 하는 게 사랑인가? 갸웃거리는 느낌.


그렇지만 당시에 이 작품이 많은 인기를 끌었던 건 그녀의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걸 지도 모르겠다. 전쟁 이후에 피폐해진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존재가 구원이 될 수 있는 것처럼.


한편으론 헤밍웨이의 탄탄한 문체가 그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강하게 느껴졌다. 작가가 쓰는 글에는 작가의 모습이 꽤나 투명하면서도 강렬하게 반영되어 있는 법이다.




며칠 전부터 다시 요가를 시작했다. 아침에 눈뜨고 20분, 자기 전에 30분 정도씩 매일 유튜브를 보며 요가 시퀀스를 따라 한다. 이전에 했던 기억들을 되새기며 조금씩 몸을 풀어가고 있다.


요가를 꾸준히 했을 땐, 틀어졌던 어깨가 어느 정도는 맞았었다. 하지만 그만두니 금세 이전처럼 틀어졌고, 결국 꾸준히 하는 게 답인가 싶어 다시 돌아올 수 밖엔 없었다.


요가는 오로지 자신의 몸을 이용하여, 자신의 몸 무게 저항만을 느끼는 운동이다. 그러기에 자신의 무게를 버티는 힘을 기른다는 점에서 가장 정직한 운동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짐을 온전히 지탱하고 살 힘만 있어도 그 삶은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의 짐을 볼 수 있다면 조금 더 좋을 수도 있겠고.




글을 쓰려면 온전한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온전한 글은 사람에게서 흘러나온 일부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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